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1.23.토. 나무 이야기)

먼 옛날 숲속 미인, 단풍나무 이야기...

한겨울...

저멀리 숲(산)을 바라봅니다...

많이 헐거워진 모습으로...

산등성이가 고슴도치 등처럼 보이는군요...

얼기설기한 둥근 참빗같기도 하고...


겨울 숲에 들어서면...

나무의 본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수형(樹形)이 오롯이 드러나 조금은 안스러운 모습...

모두들 춥다고 두겹 세겹 껴입는데 말입니다...


살을 에이는 삭풍이라도 불어오면...

눈물이 나도록 짠하지요...

하늘을 떠받치듯 의연히 서있는 모습...

그 옛날 저 만주벌판을 호령하던 선구자같기도 하고...


겨울나무는 인고의 시간만 보내고 있는게 아닙니다...

어김없이 닥아올 봄을 대비해...

지난해부터 준비해온 나무의 미래인 소중한 ‘겨울눈’...

그 미래가 얼지않토록 모든 노력을 다합니다...


뿌리는 뿌리대로...

줄기는 줄기대로...

가지는 가지대로...

에너지 소모를 극히 제한하며 모든 열정을 ‘겨울눈’에 집중하지요...

불필요하게 뻗어서 서로에게 장애가 되는 뿌리, 줄기, 가지는...

스스로 영양공급을 차단하여 절단시키는 아픔을 감내하면서 까지...


겨울나무는...

내삶만 고집하지 않습니다...

풍성했던 가을...

땅으로 내려보낸 여름날의 푸르른 결과물이 모든 숲의 요긴한 적금이 되고...

온몸으로 갖가지 날짐승 들짐승 그리고 곤충과 버섯균사까지 받아들이는...

아픔을 감내하며 놀라운 포용력과 사랑을 보여줍니다...


이쯤되면...

나무는 더 이상 미물의 생명체라기보다...

성스러운 존재가 됩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나무처럼 살고 싶다’고 했지요...

오롯이 베풀기만 하는 삶이니까요...


단풍나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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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5...

3월의 영하 8도...

단풍나무 철늦은 가지치기로...

수액이 흘러내리다 아침 추운 날씨에...

고드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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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시새워하는 '꽃샘추위'로 인해...

수액이 뚝뚝 덜어지다가...

이렇게 고드름으로 맺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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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씨에...

단풍나무 움을 티우려고...

수액이 계속 솟구쳤던 것이지요...

땅속 어둠속에서 차가운 물기를 모아...

위로 올리던 가냘픈 뿌리털의 노고를 생각합니다...

어느 곳에서나...

보이지않는 곳에서 수고하는 손길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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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2...

아침 날씨는 아직 영하 5도...

오후가 되니...

고드름이 떨어지고...

그 떨어진 곳에서 수액이 뿜어져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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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굶주리고...

목말랐던...

동고비가 흘러내리는 수액을 빨아 먹는다고...

가까이 다가가도 개의치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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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3...

꽃샘추위 막바지...

새벽에 싸락눈이 내렸지요...

포근한 기온으로 송글송글 물방울로 흘러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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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 새소리로...

숲속의 아침이 생동감으로 가득하지요...

역시 봄은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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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

계절의 꽃, 4월...

몇일전 봄비가 내려...

계곡에 생기가 더 돌고...

단풍나무 가지끝에도...

물기운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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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 가지끝에...

몽글몽글 물방울이 맺쳐있어...

더욱 싱그런 느낌인데...

저 앞에...

산수유는 벌써 노오란 꽃망울을 터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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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9...

봄비가 잦더니...

보름만에...

단풍나무에 새싹이 움터 나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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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새 생명은...

사랑스럽기에...

존중받아야 합니다...

갸녀린 잎사이로...

꽃을 피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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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21...

또 보름여가 지나고...

소나무 송앗가루도...

다 날아가고...

단풍나무는...

잎이 손바닥만해지고...

그 잎 사이 사이에...

여린 씨앗이 맺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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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31...

많이 가물었었는데...

천둥번개와 함께...

5시간 가까이 시원한 비가 내려...

요란한 물소리와 함께...

계곡이 울울창창하며...

강렬한 햇빛과...

푹푹찌는 듯한 더위가...

단풍잎을 더욱 실하게 살찌우고...

나무들을 키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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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26...

이제...

더위의 절정은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감도는데...

단풍나무의 야무진 삶은 계속됩니다...

소나기가 한차례 지나가고...

열심히 살아온...

단풍나무는...

풍성한 자태를 자랑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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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실한 열매를 맺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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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2...

아침나절이면...
가을 안개가 자욱합니다..
'나니아 연대기'로 들어가는 기분이지요...


노란 은행잎과 붉은 단풍잎...
은행잎이 속절없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단풍잎은 은행잎 지고 나면 떨어지고...
봄부터 열정의 여름을 거쳐...
얼마나 열심으로 살찌웠던 잎사귀인데...
이렇게 쉽게 떨구는가요?...
버리고 떠나야 할 때...
붙들고 고집을 피우는 것은...
미련이요, 불행입니다...
'가을은 겨울을 준비하라는 자연의 배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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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한적한 시간...
간혹 새소리가 정적을 깨우고...

물가의 싸늘해진 기온이...
안개를 만들어 내니...
눈섶에 물방울이 맺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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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계절, 나무는 얼마나 컸을까요?'...
봄에 가지에 살이 찌져지며 잎눈, 꽃눈 틔우던 그 아픔만큼...
여름의 뜨거운 열기와 억센 비바람을 참아낸 그 인내만큼...
꼭 그만큼 컸을 것입니다...

이제 말없이...
내년의 새로운 봄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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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4...

단풍나무 씨앗입니다...

씨앗 가장자리에...

날개가 붙어 있는데...

왼쪽은 청단풍 씨앗...

오른쪽은 홍단풍 씨앗...

씨앗대에 두개씩 붙어 자라다가...

겨울이 되면...

서로 떨어져...

바람에 날아 가지요...

빙그르르 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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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6...

역시...
붉은 단풍...
피를 뿌린듯...
강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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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래방객이 붐볐던 계곡과 그늘집...
철지난 지금...
많이 한적하네요...

단풍나무는 여전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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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오후 햇살이...

고맙기는 한데...

너무 짧게 느껴집니다...

저 나무들의 잎사귀가...
모두 단풍들고...
어느 늦가을...
간다는 말없이...
모두 떨어져 내릴 때...
많이 슬프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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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7...

새벽부터...

제법 많은 비가 왔습니다...

그 비에...

단풍잎들이 하염없이...

떨어져 내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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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단풍잎은...

단풍나무 잎이 아닙니다...

오른쪽...

느티나무 단풍이네요...

우리의 단풍나무 잎은...

아직도 가을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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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분위기가...

아련합니다...

화려함은 가고...

추억만 남으려나요?...


단풍은 어떻게 물들고 왜 떨어지는가?...


얼마 전 미국에선 낙엽을 파는 회사도 등장...

미국 버몬트주의 낙엽을 12장 넣은 한 봉지는 2만원, 50장이 든 한 봉지는 4만원에 팔기 시작...

버몬트주의 낙엽 향을 맡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나무는 낙엽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

여름의 절정인 7~8월까지 활발하게 나오는 성장호르몬이 9월부터 멎고,

잎과 가지가 연결된 잎자루의 끝부분엔 떨켜층이 생겨나고...

떨켜층은 잎이 가지에서 분리되는 부분...

떨켜층을 이층(離層)이라고 하는 이유는 곧 떨어져 나갈 층이기 때문...

기온이 내려가면 떨켜층의 세포벽을 녹이는 효소가 분비...

이렇게 떨켜층이 녹으면서 잎이 가지에서 분리돼 땅으로 떨어지는 것...

이때 잎의 위치에 따라 낙엽 지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고...

성장호르몬의 공급이 끊기는 잎부터 떨어지기 시작...

성장호르몬은 식물의 성장·결실·노화를 촉진하는 물질인데,

가지·줄기·뿌리의 가장 끝(바깥)부분에서 만들어지며,

이곳에서 나온 성장호르몬이 목표 기관까지 전달돼 나무의 각 부분을 자라게 하는 것...

그러므로 성장호르몬이 만들어지는 가지·줄기 끝에 붙은 잎은 늦게 떨어지는 반면,

이와 멀리 떨어져 있는 잎은 먼저 떨어진다고...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한 부위의 잎은 봄에 먼저 돋아나고, 가을엔 나중에 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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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2...

'할 말이 많지만 말하지 않을 뿐'...

노오란 튤립단풍과 홍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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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위에 떨어져...

흘러가다...

물속으로 가라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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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단풍 씨앗...

붉은 잎을 닮아...

씨앗도 붉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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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9...

아침 기온 0도...

아침 저녁으로 한기가 도는데...

이 붉은 단풍은...

비를 맞아 더욱 핏빛이구요...

처절한 전투를 끝낸 후...

비까지 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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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6...

그렇게 단풍잎이 다 지고...

첫눈이 내리던 날...

찬란했던 삶을...

위로하듯이...

눈이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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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씨앗만큼은...

잘 보듬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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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씨앗들은...

좋은 때를 기다립니다...

쾌청하고...

바람좋은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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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3...

그런데...

또 눈이 내렸습니다...

이번에는 많은 눈이...

씨앗달린 가지를 무겁게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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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보름전...

울긋불긋한 단풍이던 계곡이...

흰눈으로 덮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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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단풍 씨앗들도...

흰눈에 쌓여...

어찌할 바를 모르네요...

'기다릴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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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4...

오후...

햇살에...

사람다니는 길...

눈녹기 시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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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눈...

나무들과 함께...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합니다...

햇살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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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그 많던 눈...

다 녹고...

단풍나무...

씨앗들의 건재함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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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이별의 시간이 다가옵니다...

둘이 붙어 있던 시간도...

아쉬움으로 남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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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로 부터...

멀리 날아가야 하는데...

미련이 남아...

엄마품에 앉겨 있습니다...

'미련과 집착은 불행'이지요...


'이 새벽의 종달새' 블로그 http://blog.daum.net/hwangs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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