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11.9.수.어머니네 김장하기)

올해 첫 김장하기 / 전원생활 이야기

김치

오세영



겉절이라는 말도 있지만
김치는
적당히 익혀야 제격이다.
흰 배추 속처럼
마음만 고와서는 안된다.
매운 고춧가루와
짠 소금,
거기다가 젓갈까지 버물린
전라도 김치,
김치는
맵고 짠 세월 속에서
적당히 썩어야만
제 맛이 든다.
누이야,
올해의 김치 독은
별도로 하나 더 묻어 두어라.
흰 눈이 소록소록 쌓이고
별들이 내려와 창문을 두드리는 어느 겨울 밤,
사슴의 발자국을 좇아
전설처럼 그이가 북에서 눈길을 찾아오면
그때
새 독을 헐어도 좋지 않겠니?
평양 냉면에
전라도 동치미를 곁들인다면
우리들의 가난한 식탁은 또 얼마나
풍성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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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용 무우, 배추가

날씨탓에 썩어간다고

급하게 전화하셔서

고향 시골집으로 내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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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뒤라

찬기운이 더하고

아랫마당도 가을빛이 완연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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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마당 한쪽의 텃밭

벌써 어머니네 김장용 무우, 배추를

뽑아 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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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는 무우가

잘 자라지 않았다고 성화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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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는 너무 일찍 심어서 그런지

다 자라서 아래 부분이 썩어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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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김장 준비로

김장 속을 버무립니다.

고추가루에 까나리 액젓을 넣고

마늘을 듬뿍 첨가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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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리 썰어놓은 무우채, 갓을 넣어

함께 섞어 버무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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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해 놓은 속이 숙성되는 동안에

어제 절여 놓은 배추를 건져내어

물에 헹구는 작업을 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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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손놀림이 바쁘십니다.

배추에 묻은 이물질 제거를 위해

3단계로 씻어 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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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빠짐이 좋게 건져 놓으시고

배추 꼬다리를 떼어 내십니다.

속넣는데 불편하고 부피만 차지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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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런한 숨죽은 배추들

크지도 작지도 않고 연하여 먹기에 좋겠다고 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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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기를 피해 아랫마당 평상대에서

본격적인 배추속 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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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버무린 속을

절임배추잎 사이사이에 꼼꼼하게 넣으셔서

어머니 왼쪽의 김치통에 넣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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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련히 속 채워진 김치통

이런 김치통을 8개 넣어야 하시지요.

혼자 사시는 큰왼삼촌네 두개를 포함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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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넣는 것도 힘드시다고

겉저리를 많이 하신답니다.

오른쪽에 나란히 김치통이 채워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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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설걷이를 하고 나니

어둠이 내려 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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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마당에서 내려다본 아랫마당



아들이 보고 싶어서였을 것입니다.

배추가 썩어간다고 전화하셨을 때는 그 생각을 못했지요.


전날 급하게 텃밭 배추 뽑아 절구시고 무우 뽑아 채 썰어 놓으셔서

혼자 하시는 어머니네 김장, 그 나마 하루에 끝내실 수 있었는데

저녁 늦게 까지 뒷마무리 하시기까지, 절임배추 꺼내 물에 휑구는 일이며,

김장속 섞는 일, 커다란 통이며 대야 설걷이, 무거운 것 옮기고 잔심부름 등,

관절 않좋으신 여든가까우신 어머니를 위해 힘드는 일을 도와 드렸습니다.


면소재지 노인정에 출근하셨다 돌아오신 아버님께

"큰애 없었으면 김장 한다고 욕볼 뻔했네. 생각보다 배추가 많더라고~"하시는 어머니

늦은 저녁을 드시고, 연속극을 보시다 소파에서 불편하게 주무셔도 깨워드릴 수 없었지요.

기력이 달리신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며 '내 생전에 이번 김장이 마지막'이라시는 어머니

내일은 장호원 장에 뫼시고 가서, 어머니 좋아 하시는 소머리 국밥을 사드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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