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김장하기 / 전원생활 이야기
김치
오세영
겉절이라는 말도 있지만
김치는
적당히 익혀야 제격이다.
흰 배추 속처럼
마음만 고와서는 안된다.
매운 고춧가루와
짠 소금,
거기다가 젓갈까지 버물린
전라도 김치,
김치는
맵고 짠 세월 속에서
적당히 썩어야만
제 맛이 든다.
누이야,
올해의 김치 독은
별도로 하나 더 묻어 두어라.
흰 눈이 소록소록 쌓이고
별들이 내려와 창문을 두드리는 어느 겨울 밤,
사슴의 발자국을 좇아
전설처럼 그이가 북에서 눈길을 찾아오면
그때
새 독을 헐어도 좋지 않겠니?
평양 냉면에
전라도 동치미를 곁들인다면
우리들의 가난한 식탁은 또 얼마나
풍성하겠니?
김장용 무우, 배추가
날씨탓에 썩어간다고
급하게 전화하셔서
고향 시골집으로 내려갔습니다.
비온 뒤라
찬기운이 더하고
아랫마당도 가을빛이 완연하군요.
아랫마당 한쪽의 텃밭
벌써 어머니네 김장용 무우, 배추를
뽑아 내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무우가
잘 자라지 않았다고 성화시고...
배추는 너무 일찍 심어서 그런지
다 자라서 아래 부분이 썩어간다고...
본격적인 김장 준비로
김장 속을 버무립니다.
고추가루에 까나리 액젓을 넣고
마늘을 듬뿍 첨가하지요.
그리고 미리 썰어놓은 무우채, 갓을 넣어
함께 섞어 버무려야 합니다.
준비해 놓은 속이 숙성되는 동안에
어제 절여 놓은 배추를 건져내어
물에 헹구는 작업을 하시지요.
어머니의 손놀림이 바쁘십니다.
배추에 묻은 이물질 제거를 위해
3단계로 씻어 내시지요.
물빠짐이 좋게 건져 놓으시고
배추 꼬다리를 떼어 내십니다.
속넣는데 불편하고 부피만 차지한다고...
가지런한 숨죽은 배추들
크지도 작지도 않고 연하여 먹기에 좋겠다고 하시네요.
냉기를 피해 아랫마당 평상대에서
본격적인 배추속 넣기
왼쪽의 버무린 속을
절임배추잎 사이사이에 꼼꼼하게 넣으셔서
어머니 왼쪽의 김치통에 넣으십니다.
가련히 속 채워진 김치통
이런 김치통을 8개 넣어야 하시지요.
혼자 사시는 큰왼삼촌네 두개를 포함하여...
속 넣는 것도 힘드시다고
겉저리를 많이 하신답니다.
오른쪽에 나란히 김치통이 채워지고...
마무리 설걷이를 하고 나니
어둠이 내려 앉습니다.
윗마당에서 내려다본 아랫마당
아들이 보고 싶어서였을 것입니다.
배추가 썩어간다고 전화하셨을 때는 그 생각을 못했지요.
전날 급하게 텃밭 배추 뽑아 절구시고 무우 뽑아 채 썰어 놓으셔서
혼자 하시는 어머니네 김장, 그 나마 하루에 끝내실 수 있었는데
저녁 늦게 까지 뒷마무리 하시기까지, 절임배추 꺼내 물에 휑구는 일이며,
김장속 섞는 일, 커다란 통이며 대야 설걷이, 무거운 것 옮기고 잔심부름 등,
관절 않좋으신 여든가까우신 어머니를 위해 힘드는 일을 도와 드렸습니다.
면소재지 노인정에 출근하셨다 돌아오신 아버님께
"큰애 없었으면 김장 한다고 욕볼 뻔했네. 생각보다 배추가 많더라고~"하시는 어머니
늦은 저녁을 드시고, 연속극을 보시다 소파에서 불편하게 주무셔도 깨워드릴 수 없었지요.
기력이 달리신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며 '내 생전에 이번 김장이 마지막'이라시는 어머니
내일은 장호원 장에 뫼시고 가서, 어머니 좋아 하시는 소머리 국밥을 사드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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