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5.11.목. 꽃 이야기)

꽃에서 시를 읽고 나무에게서 고뇌하는 철학자를 봅니다 / 통고산자연휴양림

한떨기 꽃을 바라 보는 것은

한편의 시를 읽는 것이며

우람한 나무를 올려다 보는 것은

고뇌하는 철학자를 대하는 것일테지요.


빛깔과 향기, 모양이 다양한 꽃

그 한편의 시는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함축하지만

아름다운 것이 그러하듯 너무 짧습니다.


꽃몽우리는 펼치지 않은 시집이며

이슬에 젖은 꽃잎은 애절한 서정시이고

향기가 매혹적인 꽃은 여운이 그윽한 시이며

나비 앉은 꽃은 달콤한 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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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대하는 것은

한편의 시를 대하는 것

위에서 본 매발톱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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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서 올려다 본 매발톱 꽃

매에 대한 전설을 이야기해 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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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듯

불완전한 듯한 꽃잎

저 꽃잎 떨어지고 나면

이 앵초꽃을 기억이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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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브라 뱀 머리같은

기이한 모양의 꽃

흙을 뚫고 나오며

잎은 꽃을 감싸고

꽃은 그 속의 암수술을 감싸고

소중한 것은 늘 보호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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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이름을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 드릴까요?

'느낌으로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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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모두어 피는 꽃

등나무 꽃입니다.

꽃대 안쪽에서 부터 꽃을 피우지요.

차례차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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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늘 부끄러워요'

꼬깔모자를 쓴

소녀같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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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누구를 기다립니다.

벌, 나비를 향한

끝모를 사랑이 보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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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잎사귀 위로

꽃대를 솟구어

가지런히 작은 꽃을 피웠지요.

저는 풀솜대입니다.



우람하고 멋스런 나무를 대하는 것은

생각깊은 철학자를 만나는 것


나무 수형이 멋스럽고

잎이 무성하며 화려한 꽃으로 아름다움을 자랑할 때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는 뿌리를 생각하지요.


풍성함을 뒤로 하고

내려 놓을 때를 알아

집착하지 않으며

홀연히 모든 것을 되돌려 놓는 모습을 존중합니다.


북풍한설 몰아치는 언덕에서

홀연히 그 추위와 외로움을 견디며

봄날을 기다리는 수척한 모습에서

괴뇌에 찬 철학자의 모습을 보네요.


그리고

기대에 찬 어느 봄날

불현듯 베어지고 쪼개어져

누군가의 따뜻함이 되어주니

남은 그루터기는 언제나 그래왔듯

흙으로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그래서

나무는 '묵언의 철학자'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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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이시면

저의 소망이 무엇인지 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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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무십일홍'

화려함은 짧고

낙화의 여운은 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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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록에 분홍꽃

저와 곤충과의 관계는

1억 5천만년 이상 되었지요.

저도 그들을 기다립니다.

식물계의 카멜레온, 병꽃나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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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인 화사함은 잠깐

화려함뒤의 모습은

너무도 안타깝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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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우람한 나무에서 내려왔지요.

너무 높아서 저를 볼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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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에 내려앉아

잠시 그들의 꽃이 되었지요.

저는 오동나무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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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차례

줄지어 피어난

저는 벌깨덩굴 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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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아래

보랏빛 점선은

곤충들을 인도하려는

활주로 같은 역할을 한답니다.

제게는 너무도 소중한 손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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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울창창

숲이 깊이를 더해가며

꽉 들어차니

그 사이 물길이 더욱 정겹습니다.

주변에 의연한 나무들은

'묵언의 철학자'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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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한때는

귀한 대접받던 꽃이었답니다.

이제 소임을 다하여

높은 나무에서 떨어져 내려

밟히고 있지만...

가래나무 숫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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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워

작은 잎사이에

더 작은 꽃을 숨기고 있는

저는 애기나리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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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세상 구경하자!'

궁금한 듯

작은 꽃들이 몽우리를 터트리네요.

저는 고추나무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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