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8.3.토.함박꽃과 목련 storytelling)
'매혹의 힘'이 없다면
우리가 볼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란
얼마나 좁을 것인지...
그러기에
꽃처럼 매혹적일 수 있다면
더 관심받고 더 사랑받을 수 있을까요?
종족의 뿌리가 같은
목련과 함박꽃
각자
다른 삶을 동경하던
함박꽃과 목련
마을에 살던 목련이 숲으로 갔습니다.
숲에 살던 함박꽃은 마을로 내려오고...
숲은 마을에서 처럼
호젓하지 않았고
따뜻하지도 않았지요.
4월에 꽃을 흐드러지게 피우던 시절이었는데
숲에서는 연록색의 잎사귀를 먼저 틔워내야 했습니다.
흰색은 연초록에서 더욱 빛나기 때문에...
꽃을 피우기전에 초록의 융단을 깔아주는 것이었지요.
5월의 어느날
초록 융단이 준비되면
작은 몽우리가 잎 겨드랑이에서 나오기 시작합니다.
4월 목련이 다 함께 수백 송이가 꽃을 피우곤 했는데
숲에서는 꽃 몽우리도 몇개 안되어 긴 기다림속에
차례차례로 꽃을 피우는 것이었지요.
저 하얀 꽃몽우리는 초록에서 왔겠지요
연초록의 잎사귀 사이사이로
하얀꽃들이 피어납니다
'초록은 누군가를 아름답게 하는 색'이라는데...
5월
함박꽃
이렇게 정숙하며 매혹적인 모습을 감추고 있을 줄
미쳐 몰랐습니다
초록은 흰꽃을 낳고
정숙한 흰꽃은 가운데에 매혹적인 생명의 근원을 감싸고 있군요
그러나
화사함은 잠시 뿐
이제 마무리 준비를 합니다
고개떨군 꽃 뒤로
새로운 꽃망울이 부풀어 오르고...
먼저 핀 꽃은 먼저 지면서
'나의 사랑까지 모아 더욱 사랑하셔요!'
그리고 나중에 핀 꽃도
절정기를 넘기고
이렇게 갈무리를 합니다
긴 가뭄에 단비가 내리던 날
저 뒤로
또 새로운 꽃망울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오른쪽의 꽃이 머물렀던 자리에는
새로운 생명을 간직한 결실이 맺어가고...
꽃도 목련처럼 크지 않고
꽃 몽우리 수가 적어서
꽃을 피우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꽃은 소중하듯이
숲으로 온 목련, 산목련 즉 함박꽃나무는
작고 몇 안되는 꽃들을 순서대로 피워내면서
지난날
흐드러지게 피워냈던 것과는 달리
적은 만큼 작은 만큼 귀하게
꽃의 자태에 우아함을 더할 수 있었지요.
짖은 향과 함께...
커다란 나무들과 어울려
그늘에서 피워내는 몇 송이의 꽃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은
늘 그렇듯
아쉬고
서글픕니다.
먼저 핀 꽃은 먼저 빛깔을 잃고 누렇게 변색되어
갈무리를 하며 작은 통꽃으로 떨어져 내리지요.
후회는 없습니다.
나무의 미래, 씨앗이라는 소중한 것을 맺혀놓아
소임을 다 한듯하여 한없이 가슴 뿌듯하니까요.
이제
뜨거운 여름을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더욱 풍성하게
잎을 부풀려 줄기를 살찌울 것이지요.
씨앗을 키울 바탕을 다지기 위해...
한편
마을로 내려 온 함박꽃
역동적인 숲에서와는 달리
호젓한 울타리 안에서
4월의 꽃을 무수히 꽃피웠습니다.
모두의 선망의 대상으로
부러움을 샀지요.
푸른하늘을 배경으로
눈이 부시게
흐드러지게
피어납니다
4월은
목련이 있어
더 화사하고
낭만적이지요
'꽃님들! 어느 별에서 오셨나요?'
화사함과 낭만은 짧고
이별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차마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없을 정도로
흥건히 떨어져 내리네요
꽃의 끝은
절망이지만
슬프지 않습니다
꽃이 떨어져 내리지 않으면
결실이 없으니까요
많은 꽃을 피워낸 만큼
에너지 소모가 많아 기력을 다한 듯
몇일 후
그 많은 꽃들을 떨구어야 했습니다.
우수수수~
나무 아래는 흰꽃잎들이 수북했지요.
차마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없었습니다.
'나의 분신들'
열정적인 짧은 봄날은
그렇게 지나갔지요.
꽃잎을 떨구고 나서야
작은 잎사귀들이 솓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꽃들이 남기고 간 씨앗들을 위해서
열심으로 일해야 할 시기인 것이지요.
산으로 간 목련은 함박꽃으로
마을로 내려온 함박꽃은 목련으로
여건과 처지에 맞추어
아름다운 꽃을 피워냈습니다.
동경했던 삶들이
나름 의미있는 것이었지만
숲과 마을
그 삶의 환경에 따라
내 삶을 맞춰가야 했던 것이지요.
여건이 달라지니
삶의 방식도 달라지는 것입니다.
마을에 흐드러지게 피는 목련
잠깐의 화사함
처연히 낙화하고
숲속에 연초록 잎 사이로
가녀린 꽃을 피우는 함박꽃
한송이 한송이씩
차례로
피어나며
꽃의 위대함을 찬미하고
숙명의 길을 가지요.
'이 새벽의 종달새' 블로그 http://blog.daum.net/hwangs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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