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7.9.화. 꽃과 잎사이 storytelling)
모든 생명체는 숭고하기에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애쓰신 신의 증거'를 능멸하는 것일 것입니다.
한 생명체에게도
중요한 부위가 있고 부속 부위기 있다고 인간이 분류하였지요.
식물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는 뿌리나
중심을 유지시켜 주는 줄기나
균형을 잡아주는 잎사귀나
모두가 중요한 소임이 있는데
모두가 관심을 받는 아름다운 꽃이기를 바랬을 것입니다.
곤충들도 화려한 꽃에 매혹되고
사람들도 그런 꽃을 가까이 하려 하지요.
그런데
모든 식물들이 영양분과 에너지, 정성을 꽃에게 쏟는 것은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고
곤충에게 잘 보여
시집, 장가를 가려는 것이겠지요.
꽃과 곤충과의 관계는 1억 5천만년의 관계랍니다.
서로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까 긴 세월 공진화해온 것이지요.
그런데
그 꽃에게 쏟는 정성이 대단합니다.
식물의 모든 것을 내걸고 한살이중에 준비에 준비를 하는 것이지요.
풍성하게 잎을 틔우고 튼실하게 줄기를 키우는 것도
가을에 야무진 꽃눈을 키우려는 전략인 것입니다.
식물에게 꽃눈은 미래이며 희망인 것이지요.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봄이 되면
싹을 틔우게 됩니다.
특히
한살이가 짧은 들꽃들은
꽃에 대한 정성이 남다르지요.
상대적으로 연약한 꽃을 보호하기 위해
여린 잎으로 꽃을 감싸고 흙을 뚫고 나오는 들꽃들을 보셨습니까?
'너는 우리의 꿈이며 존재 이유란다!'라며 고통을 감내하지요.
심지어
잎사귀도 아닌 모습으로
잎과 꽃을 감싸고 땅 위로 쏟는 식물도 있습니다.
한 포기의 '천남성'을
낮은 자세로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하네요.
모두가
1등이고 싶고
무대 위에 올라 잘 보이고 싶은 반면
누구도
무대 뒤에 서고 싶지 않아 합니다.
모두가
1등일 수 없고
스타일 수 없는데...
족도리풀과 천남성에게서
겸손과 도리를 배웁니다.
이른 봄
'족도리풀' 꽃
여린 잎으로
귀한 꽃을 감싸고
흙을 뚫고 올라와
꽃을 보여 줍니다
때론
잎사귀에 상처를 입기도 하고
번듯하게
꽃을 내어 피우게 하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꽃을 엄호하지요
'천남성'
작은 대나무 순처럼
줄기가 땅에서 솓구치는데
잎사귀도 아닌 '포'(苞 bract)가 잎과 꽃을 감싸고 있습니다
바위를 피하고
낙엽을 헤치며
그 '포'를 벌리고
접혀있던 꽃과 잎을 바로 세우지요
가운데
기다란 것이 꽃
잎사귀들이 꽃을 비호하고 있습니다
꽃을 세우고
차례로 잎을 세우고
가운데가 꽃
꽃 다음으로
잎사귀를 세우고
볼품없는 '포'는
소임을 다하고
누렇게 말라 갑니다
꽃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지 못한 채...
상대적으로
오랜시간
꽃으로 피어있다가
수정수분이 되면
시들은 꽃 속에서
옥수수처럼
알알이
열매가 자라나지요
그리고
10월의
어느날
이렇게
붉은 열매로
영글어
희생한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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