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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Apr 25. 2019

뭉클한 소나무(mother tree) 이야기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4.25.목. 뭉클한 소나무)

숲의 mother tree, 뭉클한 소나무 이야기



저의 어머니는 거대한 숲의 mother tree(엄마 나무)였습니다.

천년 가까이 살아오시며

살아온 세월 만큼이나 풍모도 수려하고 기품있게 가꿔 오셨고

높은 능선위에서 그 풍모와 기품으로 숲을 유연하고 생동감있게 이끌어 오셨지요.


긴 세월

사람에 의한 전쟁, 자연재해 등 많은 환란이 있었지만

그 때마다 낙낙장송으로 굳건히 살아 오셨습니다.


희노애락의 긴 삶속에서 깊은 지혜를 터득하셨고

그 지혜를 온 숲의 많은 생명들과 함께 나누며

거대한 숲을 이끌고 계시지요.


mother tree(엄마 나무)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함께 한 숲속 동식물들의 정신적 지주


어머니는 말씀하셨습니다.

"삶이 혹독할수록 

신께서 내게 주신 책무가 그만큼 막중하리라 여기고

크게 쓰일 그날을 대비하여 풍모와 기품을 잘 쌓아야 한단다."


저는 어머니 품에서 13개월여의 잉태 과정을 거쳐

솔방울 씨앗으로 탄생하였고

그 씨앗에는 어머니의 유전인자와 긴 삶속에서 깨달은 지혜가 함축되어 있었습니다.

수만개의 나와 같은 형제 씨앗들이  

어느 화창한 봄날 비상을 준비하고 있었지요.


mother tree(엄마 나무)는 말씀하셨지요

"삶이 혹독할수록 

신께서 내게 주신 책무가 그만큼 막중하리라 여기고

크게 쓰일 그날을 대비하여 

풍모와 기품을 잘 쌓아야 한단다"




어머니는 또 말씀하십니다.

"멀리 멀리 날아 가거라!

엄마를 사랑하고 그리워 하는 만큼...

그리고

안락한 터전보다는

척박한 터전에 눈길을 주거라!

아주 먼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 척박함이

너희를 더욱 튼실하게 키울 것이다.

그래서

오래오래 살아

풍모와 기품이 갖춰지거든

너의 모든 것을 주변에 베풀거라!

이것이

신께서 주신 우리의 소명이란다."


봄바람은 위로 솟구쳐 불지요.

내 형제 씨앗들은 그 봄바람을 타고 하늘로 솟아 올랐습니다.

모두 다 엄마 뜻에 따라 멀리 멀리 날아 갔지만

저는

엄마의 삶을 더 지켜보고 싶어

엄마가 바라보이는

계곡과 물길 건너 산자락

돌들이 흘러내린 척박한 곳 가운데 자리를 잡았지요.


"나의 씨앗, 나의 분신들아! 멀리 멀리 날아 가거라!

안락한 터전보다는 척박한 터전에 눈길을 주거라!

아주 먼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 척박함이

너희를 더욱 튼실하게 키울 것이다"


사실

씨앗을 싹 틔우기에

돌무더기는 엄청난 방해물이었지만

엄마가 말한 깊은 뜻을 헤아려

몇해를 참고 또 참았습니다.


내 형제 씨앗들은

몇해전에 싹을 틔워

벌써 작은 나무로 자라고 있었는데

저는 아직도 씨앗 그대로 돌틈에 끼어 있었지요.

그래도

믿음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터를 잡는 것은 신중하고 신중해라! 

더욱이 싹을 틔우는 것은 더욱 엄중하게 결정하거라!' 말씀하셨지요.

  


드디어

봄비 내리는 어느날

돌틈을 비집고 뿌리가 어렵게 흙에 닿을 수 있었습니다.

부풀려진 씨앗에서 뿌리를 먼저 내리고

몇일후 가녀린 바늘잎 두개를 위로 올렸지요.

참으로

힘겨운 일이었지만

얼마나 감동이었는지 모릅니다.

깨알만 크기의 작은 내게서

이런 변화가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거든요.


그런데

돌 틈에서의 삶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았습니다.

뿌리를 내린 흙속에도 돌들로 덮여 있어 뻗어내기 어려웠고

두잎을 더욱 솟구치려해도 사방에 위협적인 형상의 돌무더기로 인해 여린 잎이 다치기 일수여서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고도 몇해가 지나서야 제자리를 잡을 수 있었지요.

그러다 보니

자람이 더디어

내 형제들은 제법 소나무의 모습을 갖춰가는 장년으로 자라났는데

저는 아직 어린 묘목 수준이었습니다.


나의 결정과 처지를 후회하고 한탄도 했지만

그렇수록 멀리 바라다보이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힘을 내곤하였지요.

그렇게

뿌리도 튼실하며 야무지게 흙과 돌틈을 비집고 깊게 들어가서 안정을 찾았고

줄기는 자람이 더딘만큼 목질이 촘촘하여 강건하고 올곧게 자라났습니다.


엄마나무와 멀지 않은 곳

엄마의 말씀을 생각하며

'평안한 곳보다는 혹독한 터전'

돌무더기에 삶의 터전을 마련

고난의 삶은 시작되었지요


싹을 틔우는데 2년여

몸집 키우기도 버거워

다른 동료 나무들 보다 자람이 매우 늦었지만

목질이 튼실한 나무로 자라났습니다


그렇게

임진년후 400여년이 넘는 많은 세월이 흘렀지요.

이제

슬픈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어느해인가

한양 궁궐을 짓는다고

수많은 벌목꾼들이 들이 닥쳐 거대한 소나무들을 베기 시작하여

나무들 쓰러지는 소리가 온 계곡을 슬프게 하더니

많이 가물던 어느해에는

늦 장마가 들어

방심하고 있던 나무들이 거대한 물줄기에 많이도 넘어져 죽어갔습니다.


더욱 슬픈 일은

50여년전

이 거대한 산줄기에

큰 산불이 발생하여

한달가까이 온 산줄기에 화마가 휩쓸고 지나갔지요.

아비귀환, 말 그대로 생지옥이었습니다.

생명들이 내지르는 울음소리가 온 계곡을 뒤덮었지요.


50여년전

큰 산불이 발생하여

거대한 숲은 아비귀환, 말 그대로 생지옥

생명들이 내지르는 울음소리가 온 계곡을 뒤덮었지요


저는 돌 무더기 터전이라

불길에서도 살아날 수 있었지만

내 사랑하는 어머니께서는

그 불길에 주검을 맞이 하셨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돌 무더기 사이라서

튼실하게 뿌리내린 결과

홍수에도 버틸 수 있었고

불길에서도 살아날 수 있었지만

내 사랑하는 어머니께서는

그 불길에 주검을 맞이 하셨습니다.


지금도

저 멀리 능선위에 시커먼 형체로 버티고 서 계시지요.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어머니의 비명소리가 귀에 들리고 

불길에 타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고통속에 살다가

어느 달 밝은 밤에

홀연히

어머니의 모습을 알현하였습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지요.

"슬퍼할 일 아니란다.

이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지.

'모든 살아있는 것은 모두 다 죽는다'는 것 말고는... 

재앙에 모두가 넋이 나가 온 숲이 슬픔에 빠져있지 않니

이제 네가 mother tree(엄마 나무)란다.

그만 슬퍼하고 숲을 이끌어 가렴!

그것이 엄마를 위로하고 사랑하는 것이란다."


"재앙에 모두가 넋이 나가 온 숲이 슬픔에 빠져있지 않니

이제 네가 mother tree(엄마 나무)란다

그만 슬퍼하고 숲을 이끌어 가렴!"



'이 새벽의 종달새' 블로그  http://blog.daum.net/hwangsh61

BAND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 http://band.us/#!/band/6160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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