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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Apr 04. 2019

"서둘지 마셔요!" (노루귀와 청노루귀 이야기)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4.4.목. 노루귀 꽃 storytelling))

"서둘지 마셔요!" 노루귀와 청노루귀 이야기




남쪽에서 간간히 꽃 소식이 들려오는 초봄입니다.

이곳 산자락에서도 봉긋봉긋 꽃눈, 잎눈을 부풀리며 찬란한 봄을 준비중이지요.


꽃몽우리가 노루의 귀를 닮았다는 노루귀

그 노루귀 동네

겉으로는 별다른 조짐이 없지만 땅속에서는 분주한 기운이 감돕니다.

계곡의 물가 언덕, 촉촉한 습기를 머금은 반 양지, 그리고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가 

봄을 재촉하는 곳에 노루귀 군락지가 있지요.


작년에 떨구어진 참나무 낙엽아래서 겨우내 볍씨 크기의 꽃망울을 키우느라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하였을까요?

지난해

꽃을 피우고 나온 넓은 잎사귀로 풍성하게 줄기를 살찌우고 꽃망울을 키우며 

다음해를 대비해 일찍 한 살이를 마감하였지요.


그리고

오늘

혹독한 긴 겨울만큼이나 하루빨리 꽃망울을 터트리며 환희에 찬 기쁨을 만끽하고 싶지만 

아직 냉기가 감도는 계곡이라 내일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노루귀 군락지 분위기가 '이미 성숙한 꽃망울이니 어서 고개를 내밀어 꽃을 피우자, 

아니 조금 더 기다려 꽃을 피우자'고들 분분한 의견인 반면 

한무리의 노루귀들은 묵묵부답, 침묵을 고수중이군요.

아직 성숙되지 않은 꽃몽우리도 그렇지만 봄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몰라 주저되는 것이었습니다.


여타 다른 노루귀들은

"봄이 왔는데 왜들 꼼지락거리고 있어요! 어서 꽃망울을 내밀고 꽃을 피워야 하지 않겠어요?"

짧은 한 살이에서 하루하루가 소중한 만큼, 조금 이른 감이 없지 않았지만 꽃을 피우기로 의견을 모았지요.

한무리의 노루귀를 제외하고...


찬란한 아침햇살

청명한 물소리

선선한 기운가운데 부드러움이 묻어있는 바람

경쾌한 새소리까지

이날을 얼마나 기대했었는지...


혹독한 긴 겨울만큼이나 하루빨리 꽃망울을 터트리며 

환희에 찬 기쁨을 만끽하고 싶지만 

아직 냉기가 감도는 계곡

노루귀 군락지 분위기가 '이미 성숙한 꽃망울이니 

어서 고개를 내밀어 꽃을 피우자, 

아니 조금 더 기다려 꽃을 피우자'고들 의견 분분


한편

한무리의 노루귀들은 침묵을 고수중

아직 성숙되지 않은 꽃몽우리도 그렇지만 봄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몰라 

주저되는 것이었습니다



노루귀들이 솜털이 가득한 꽃망울로 버거운 낙엽을 밀어 솟구치며 탄성을 자아냅니다.

'야!~ 숲속이 이런 곳이었구나!"

꽃망울을 낙엽 위로 올렸지만 꽃망울을 터트리는 것은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라 

군락지의 분위기는 긴장감이 역역했지요.

"자~ 노루귀 여려분! 준비되었지요. 오늘같이 볕 좋은 날 꽃을 피우지 않으면 후회할 듯합니다.

저를 따라서 꽃을 피웁시다."하며 그중 제일 꽃망울이 큰 노루귀가 먼저 꽃받침을 밀어내며 

속의 하얀 꽃잎을 한장 한장 정성껏 펼칩니다. 

혼신의 힘과 정성을 다하여...


주변의 부러움의 탄성이 들려옵니다.

노루귀들도 자신들의 꽃이 이렇게 아름다울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기에 너무 행복하고 기쁜 마음으로 

설레는 봄을 찬양했지요.

한무리만 제외하고...


가녀린 흰꽃들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 노루귀 군락지

안타깝게도 다가오는 시련을 예감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음날

봄비가 내렸던 것이지요.

가뭄 끝에 비는 단비였지만 꽃에게 비란 절망입니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빗방울이 여린 꽃잎에 떨어지면 상처입고 멍이 들어 

꽃들은 고개를 숙이며 어떻게든 피하려 했지요.

처참하게 꽃잎들은 처지고 상처입고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그 다음날은 더욱 혹독하였지요.

비온 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닦쳐, 비맞은 꽃잎이 얼어붙기 시작했습니다.

절망, 그대로였지요.


성급한 노루귀 군락에서 꽃을 피우고 나니

다음날 봄비가 내리고

그 다음날은 혹독한 꽃샘추위가 닦쳐

꽃잎이 얼어붙으며 절망하였습니다



아직 꽃망울을 땅위로 들어 올리지 않은 한무리의 노루귀

지난 몇일 일어났던 참혹한 일을 낙엽아래서 숨죽이며 듣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나의 동료들이 후회하고 한탄하는 소리를 기억하며 좀 더 신중을 기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마음을 굳게 먹었지요.


몇일후

온기를 회복한 어느 화창한 봄날

노루귀 몇 포기가 꽃망울을 밀어 올리며 꽃을 피웠습니다.

그런데

꽃의 빛깔이 여느 흰빛이 아니고 보랏빛이 감도는 청색이었지요.


그 빛깔은 계곡의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그리고 따사한 햇살이 어우러진 색이었으며 

아름다운 봄을 살아보지 못하고 먼저 간 흰노루귀들에 대한 미련과 위로의 색이었습니다.


이 노루귀를 우리는 '청노루귀'라 부릅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던 노루귀

온기를 회복한 어느 화창한 봄날

노루귀 몇 포기가 꽃망울을 밀어 올리며 꽃을 피웠는데

꽃의 빛깔이 여느 흰빛이 아니고 보랏빛이 감도는 청색


그 빛깔은 계곡의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그리고 따사한 햇살이 어우러진 색이었으며 

아름다운 봄을 살아보지 못하고 먼저 간 흰노루귀들에 대한 미련과 위로의 색으로


우리는 

이 노루귀를 '청노루귀'라 부릅니다




'이 새벽의 종달새' 블로그  http://blog.daum.net/hwangsh61

BAND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 http://band.us/#!/band/6160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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