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3.21.목. 다람쥐와 청설모)
"네가 겨울을 알아?" 다람쥐와 청설모 이야기
지난 가을
연못가 바위틈 주변에 살던 다람쥐
긴 겨울을 대비해 부지런히 먹거리를 굴속에 저장하기 바빴지요.
주식은 도토리였으나
연못 건너편 커다란 잣나무가 서있는 곳으로도 부지런히 다니며
떨어져 내린 잣송이를 힘겹게 굴속으로 나른다고 열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잣송이를 굴려가다 잣나무 위에서 잣을 까먹던 덩치 큰 청설모에게 들키게 되었지요.
주인이 있는 잣나무는 아니었지만 왠지 멋쩍은 생각이 드는 다람쥐에게
"어이~ 다람쥐군! 여기는 내 영역인데 내 허락없이 지금 뭐하는 것인가?"
"저는 겨울잠을 자야하는데 한겨울에 굴속으로 먹거리를 모으다 보니
이렇게 청설모님의 잣나무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송구합니다."
"뭐 송구할 것까지는 없지만... 겨울잠이라고 했는가?"
"네~ 추운 겨울을 나려면 너무 힘들기에 깊은 땅속 굴에서 잠을 자며 겨울을 지내야 합니다.
청설모님은 겨울잠을 안 자나요?"
"쓸데없는 걱정말게~ 겨울은 겨울대로 견뎌낼만하지~ 겨울준비 잘 하시게~"
다람쥐는 청설모가 어떻게 혹독한 겨울을 난다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긴 겨울이 찾아 왔지요.
다람쥐는 가을에 충분한 겨울 식량을 준비해 놓아서 겨울잠을 자다가 출출하면
굴속에 저장해 놓은 먹거리를 먹으며 어렵지 않게 겨울을 지낼 수 있었습니다.
한편
청설모는
커다란 잣나무 구멍에 둥지를 틀고 나름 좋아하는 잣을 많이 저장하여 놓고
긴 겨울을 지내야 했는데
다람쥐와 달리 청설모는 겨울잠을 자지 않는 것이었지요.
'충분한 식량은 아니지만 먹거리가 떨어지면 나가서 구해 오면 돼지!'하고
그해
겨울은 더욱 메마르고 추웠습니다.
영양가 높은 잣으로 가을 내내 배불리 먹어두고 저장을 해두었지만
한겨울에 먹거리가 바닥이 났지요.
"자! 그러면 겨울 구경을 나서 볼까!"
튼실하게 살찌우고 긴 털로 무장한 청설모는
잣나무 구멍에서 나와 가지를 오가며 아직 떨어져 내리지 않은 씨앗들을 먹기도 하고
굴속으로도 날랐습니다.
그리고
지난 가을 잣나무 주변에 감춰 놓은 잣들을 찾아내어 먹기도 하였지요.
"바로 이맛이야! 굴속에서 먹는 것보다 이렇게 눈속에서 먹는 맛이 최고지!"
몇일에 한번씩
잣나무 둥지 굴속을 나와 상큼한 겨울 공기를 만끽하며
눈 구경도 하고
얼음 구경도 하며
긴 겨울을 즐기는 듯 하였습니다.
'겨울 하늘이 저렇게 파란 것도 좋고 하얀 눈 세상도 참으로 좋구나!'하며
어느덧
긴 겨울이 지나고
눈 녹고 얼음이 녹으며 모두가 기다리던 봄이 찾아왔지요.
얼었던 연못물도 풀리고 그 주변 바위틈 굴속에서 겨울을 난 다람쥐가
밖으로 나와서 봄을 맞이 합니다.
"와~ 봄이다! 겨울잠 한번 잘 잤네!
그런데 겨울은 어떻게 지나간 것이지?
또 겨울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다람쥐는 봄이 와서 좋았지만
겨울이 궁금하였지요.
잣나무로 청설모를 찾아간 다람쥐
"청설모님! 겨울을 어떻게 지내셨나요?
그리고 겨울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다람쥐군! 겨울잠 잘 잤는가요?
겨울?
혹독하고 긴 힘든 계절이었지...
그러나 참으로 견뎌낼 가치가 있는 겨울이었지~
그래서 이 봄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지니 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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