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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Aug 23. 2019

참새가 본 제비 부부 이야기(철새와 텃새)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8.18.수. 철새와 텃새 이야기)



우리는 한집에

아니 한 처마밑에 삷니다.


저는 텃새인 참새이고

철새인 그 새는 제비이지요.


저는 

빛깔도 곱지 않고

날렵한 새들처럼 잘 날지도 못하지만

제비는

연미복 신사처럼

외모도 수려하고

높고 빠르게 잘 날아다닙니다.


더욱이

사람들은 참새 보다는 제비를 더 사랑하는 듯하네요.

옛날

흥부네 박 이야기 때문에...


하기야

제비는 주로 벌레 위주로 먹이 사냥하는 반면에

저는 곡식들을 주로 먹고 살아서

농촌 사람들에게 경계의 대상입니다.


그래서

가을이면

들녁에서 참새를 쫒는다고 야단들이지요.


사람들과 가까이 살아야 할 운명을 타고 났기에

사람들의 집에 은거하여 살고 있습니다.

집을 짓는 것보다는 기와 지붕 사이 틈에 터전을 마련하지요.


그러다보니

사람이 있는 곳이면 참새들이 있고

참새 있는 곳이면 의례 사람들이 있습니다.


호젓한 산자락에 위치한

빨간 지붕의 아담한 한옥 전원주택

그곳 기와지붕 아래 터전을 마련하고

365일 주인 어르신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저는 참새입니다


한편

사람들이

저희를 왜 참새, '진짜 새'라 했는지 궁금하네요.


하기야

저희는 사람들을 잘 앏니다.

1년 365일 봄 여름 가을 겨울 24시간

늘 사람들 곁에 있으니

모를래야 모를 수 없지요.


누가 태어나고

누가 죽고

누가 장가 시집갔는지

누가 새로 이사왔는지


집 주인의

성격이며 

오늘 기분이 어떤지까지


그렇게

가까이 지내다 보니

가끔은 

제가 사람같기도 합니다.

무섭지도 않고...


호젓한 산자락에 위치한

우리집은

빨간 지붕의 아담한 한옥으로

부지런한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집안밖을 얼마나 알뜰히 가꾸셨는지

찾아오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칭찬이지요.


"어떻게 이렇게 잔디를 잘 가꾸시고

정원을 예쁘게 관리하셔요?"


한마디로

그림같은 집입니다.

많은 공을 들이신 집이지요.


덕분에

저희는 그 멋찐 집에서

더부살이하며 자손번성하여

잘 살고 있습니다.


이제

20여 마리 무리로 떼지어 다니며

위세를 떨치기도 하지요.


"니들이~ 전원주택의 묘미를 알아?"



그러던

5월의 어느 늦은 봄날

몇해전에 보았던 멋찐 새 한쌍이 찾아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새를 '제비'라고 하더군요.

반가운듯 바라보는 모습에서

부럽기도 했지요.


한달여

늦게 도착한

이 제비 부부는

바쁘게 들녁 논으로 날아다니며

진흙을 물고와서 멋스럽게 집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정성이 대단하여

근 열흘 가까이

온 몸에 진흙을 묻혀가며 열심이었지요.


그렇게

처마밑 벽에

야무지게 집을 완성하였습니다.

지나치던 저희들이 감탄할 정도로 아름다운 집이었지요.


저희는

저런 멋진 기술이 없습니다.

참으로 부러웠지요.


제비 부부에게 말을 건네도

너무 바쁘게 날아 다니며 일을 하기에

대화할 틈이 별로 없었습니다.

우리말이 조금 서튼 듯도 했지요.


늦은 봄

먼 남쪽나라에서 날아 온

사람들이 반기는  

제비 한쌍이 이곳 한옥 전원주택에

함께 살게 되었지요

멋스롭고 비행 실력이 뛰어나고

집 짓는 기술이 탁월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집에

알을 낳고

그 알을 정성드려

부부가 번갈아 가며 온기로 품어서

새끼가 태어났습니다.

세마리  


저희도 축하해 주었지요.

주인 할아버지 할머니도 기특하다는 듯

올려다 보시며

덕담을 하시었습니다.

"장하구나! 몇해만에 찾아와서 공들여 집짓고

알낳아 새끼까지 부화시켰으니... 참으로 애썼다!~ 새끼들 잘 키우거라!~"


집을 짓느라

많이 힘들었을 텐데

새끼까지 부화하니

그 새끼들 먹이 물어다 먹인다고

제비 부부는 삐쩍 말라서

보기도 안타까웠습니다.


먹여도 먹여도

커다란 입벌리는 새끼들


완성된 집에

알을 낳아 부화시킨

새끼 세마리를 키운다고

제비 부부는  삐쩍 말라

보기도 안타까웠지요



그러던

어느날

제비집 분위기가 이상했지요.

제비 부부가 둥지 끝에 앉아서

멍하니 먼산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수난을 당했던 것이지요.

기억합니다.

아침나절

제비 부부가 모처럼 함께 먹이 사냥을 나간 사이

인근 야산에 떼지어 사는

물까치 무리가 날아들어

제비 새끼를 낚아 채어 간 것입니다.

할머니가 나오셔서 애써 보셨지만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막을 수 없었지요.


한동안 

침묵이 흐른 후

제비 부부는

둥지를 박차고 날더니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땅으로 내리 꽂으며

슬픈 비행을 하고

멀리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제비 부부가 모처럼 함께 먹이 사냥을 나간 사이

물까치 무리가 날아들어

새끼 제비를 낚아 채어 가는 비극이 발생


집으로 돌아 온 제비 부부

망연자실, 침묵이 흐른 한참 후

둥지를 박차고 날더니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땅으로 내리 꽂으며

슬픈 비행을 하고

멀리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지요.


참으로

물어볼 것이 많았는데

'저 남쪽 나라는 어떤 곳인지?

그 먼 곳에서 날아오고 날아가려면 몇일이 걸리는지?

진짜 보물을 품은 박씨가 있는지?'


                                                                       제비집 아래

                                                         석류꽃이 이렇게 붉게 피어나 

                                                                 열매로 맺어 가는데...


한동안

처마밑에

빈둥지로 남아 있겠지요?


이해할 수 없는

물까치의 행동


자연의 섭리를

어찌

참새의 머리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그나저나

그 제비 부부는

바로

남쪽 나라로

날아 갔을까요?


내년에

다시

찾아 올까요?



'이 새벽의 종달새' 블로그  http://blog.daum.net/hwangsh61

BAND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 http://band.us/#!/band/6160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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