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9.14.토. 숲 속의 제왕, 신갈나무 이야기)
'삶은
주요 순간 명철한 결단과
고난의 순간순간을 처절하게 인내함으로
빛이 발하는 것입니다'
저는
숲에서 살고 있습니다.
인내로 점철된 내 삶
시작은 미미했지만
지금은
누구나가 우러르는 삶이지요.
이 넓은
숲에서
처음은
그렇게
얄굳게도
커다란 소나무 아래
삶의 터전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내
뜻과 의지가 아닌
어떤 위대한 섭리로
그곳에 안착하게 되었겠지요.
위압적인
주변의 나무들과
내 주인처럼 행세하는 소나무
배타적인 그 소나무
뿌리와 줄기에서 고유의 짙은 향을 내품어
싹을 틔우는데에도 애를 먹었습니다.
이 작은 도토리 하나에
수많은 세월
많은 조상들이 체득한
우량한 형질의 DNA가 들어있고
뿌리를 내리고
잎을 틔울 때까지
살아갈 영양분이
가득하지요
그러나
우리의 우량한 형질은
그 모든 것을
참을 수 있게 했지요.
저 능선 위에
우람히
자리한 엄마나무(mother tree)를 우러르며
천천히
천처히
천천히
생장을 시작했습니다.
인내의 날짜만큼
피눈물의 양만큼
저의
목질은 야물어졌지요.
사실
나무에게
목질의 견고성은
오래 살기위한 바탕이며 기본입니다.
목질이
단단하고 야무지려니
저의
체구는 볼품이 없었지요.
줄기의 굵기도 작고
외소한 체형이었으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나의 뿌리는
튼실하게
깊게 뿌리내리어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뿌리를 깊게 내리면
1차는 성공
이를 바탕으로
곧은 줄기를 내고
잎을 틔우고나면
2차 성공
한꼭지를 완성한 것입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련에 응해야 하는 것이지요
척박하고
고되었지만
아침이면
예쁜 들꽃들이 반겨주고
밤이면
달님과 별님이
은은히 응원해 주어
무언의 힘이 되었지요.
건조한 봄날
저마다
양육에 힘쓰던 치열했던 여름
시련의 계절을 준비하던 가을
그리고
혹독했던 겨울
많은
봄 여름 가을 겨울만큼
나이테도 켜켜히 쌓여가며
역경의 흔적을 새겨 나갔습니다.
그 나이테만큼의
만만찮은
세월이 흐르고
드디어
기회의 시간이 왔지요.
.
커다란 소나무 만큼 자란 저는
튼튼한 바탕으로
소나무를 압도하게
자람이 폭발적으로 일어나
부피 성장을 더하고
길이 성장을 더하여
소나무를 극복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커다란 소나무의 터전은
자연스럽게
저의 터전이 되었네요.
위로의 야망이 큰 만큼
아래로의 내실을 기하려 했습니다.
뿌리의 굳건함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허망하니 말이지요.
찬란한 태양이
저의 육질을 더욱 튼실하게 키우고
몰아 치는 비바람이
저의 소망에 대한 의지를 더욱 굳건하게 했습니다.
이제
주변에
저와 견줄만한 나무가 없었지요.
모두가 저를 부러워했지만
저의
그 시련의 계절을 기억하는 것은
달님과 별님 뿐이었습니다.
열정적이었던
여름이 지나고
'겨울을 준비하라는 자연의 배려인 가을'이군요.
이제
나의 행복이면에
나 모르게
나로 인해
본의 아니게
고통받았을 다른 삶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랑을 준비했지요.
저 아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의 뿌리가
버섯 균사들과 함께
내 주변의 모든 생물들에게
영양분을 골고루 나누어 줄 것입니다.
이것은
지난 계절
나만이 차지했던 것
여러분들이 잃어버린 것일 수도 있지요.
여러분들이 궁핍할 때
나는 살찌웠으니
내것이 곧 여러분의 것이겠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되돌려 드리는 것이네요.
어쩌면
여러분들을 위한 것이기 보다
저를 위한
숲 전체를 위한 것이겠습니다.
나만 잘 살고
여러분은 못살아
궁핍해져
이 숲에서 모두가 살아진다면
결국에는
저도
살아갈 수 없을테까요.
우리 숲이 이루고 있는
살기에 적합한
미세한 기후는
나와 여러분이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 가서
유지해야될 소중한 것입니다.
이
미기후가 여러분들이 있어
가능했던 것이니까요.
자!
천년을 향해
우리 함께 가요!
그런데
저는
누구일까요?
1000m 높은 고지
숲의 뭇 생명을 아우르며
1000년을 살아갈
저를
사람들은
'숲속의 제왕(신갈나무)'이라 합니다
'이 새벽의 종달새' 블로그 http://blog.daum.net/hwangs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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