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단풍 책갈피를 마주하고...
지난날 읽던 추억의 책장을 넘기다...
우연히 책갈피 사이의 빛바랜 단풍잎을 발견하고 미소지으며...
몇해전 붉은 단풍잎을 책속에 조심스럽게 넣던 그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노랗고 붉게 물든 단풍들로 인해 화사했던 그해 가을...
다가올 엄동설한에 대한 위로랄까...
그래서 꽃보다 더 아름다웠던...
그러나 서글펐던 단풍...
삶에 대한 열정으로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짧은 세월 열심히 살았는데...
그 험난했던 폭풍우...
뜨거웠던 그 한여름 열기 견뎌내며...
그 삶의 흔적...
땀같은 열정은 노랗게, 피같은 정열은 붉게 물들어...
찬란했던 삶을 예찬했었습니다...
그리고 서리가 내리던 어느날...
미련과 집착은 죄악이다 싶어...
미련없이 후두득 후두득 떨어져 내렸지요...
대지의 여신 가이아(Gaea) 품으로...
그래서 온 땅을 덮을 듯...
여기저기 밟히며..
울긋불긋...
올해도...
자연의 수레바퀴는 변함없이...
가을을 지나가는데...
떨어지는 단풍들...
이제 이 낙엽 단풍은 또 숲의 공동의 자산이 되어...
숲을 살찌우려...
많은 생명들의 살이 되고 피가 되어...
힘든 삶에 의지를 북돋울 것입니다...
삶의 무게를 내려놓은 나무가 늘어나는데...
이제 아침 안개가...
나무의 갸녀린 모습을 감싸고...
단풍 낙엽엔 서리가 내려앉는군요...
눈물없는 흐느낌으로...
'단풍은 어떻게 물들고 왜 떨어지는가?'...
얼마 전 미국에선 낙엽을 파는 회사도 등장...
미국 버몬트주의 낙엽을 12장 넣은 한 봉지는 2만원, 50장이 든 한 봉지는 4만원에 팔기 시작...
버몬트주의 낙엽 향을 맡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나무는 낙엽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
여름의 절정인 7~8월까지 활발하게 나오는 성장호르몬이 9월부터 멎고,
잎과 가지가 연결된 잎자루의 끝부분엔 떨켜층이 생겨나고...
떨켜층은 잎이 가지에서 분리되는 부분...
떨켜층을 이층(離層)이라고 하는 이유는 곧 떨어져 나갈 층이기 때문...
기온이 내려가면 떨켜층의 세포벽을 녹이는 효소가 분비...
이렇게 떨켜층이 녹으면서 잎이 가지에서 분리돼 땅으로 떨어지는 것...
이때 잎의 위치에 따라 낙엽 지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고...
성장호르몬의 공급이 끊기는 잎부터 떨어지기 시작...
성장호르몬은 식물의 성장·결실·노화를 촉진하는 물질인데,
가지·줄기·뿌리의 가장 끝(바깥)부분에서 만들어지며,
이곳에서 나온 성장호르몬이 목표 기관까지 전달돼 나무의 각 부분을 자라게 하는 것...
그러므로 성장호르몬이 만들어지는 가지·줄기 끝에 붙은 잎은 늦게 떨어지는 반면,
이와 멀리 떨어져 있는 잎은 먼저 떨어진다고...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한 부위의 잎은 봄에 먼저 돋아나고, 가을엔 나중에 지는 것...
아침 안개는...
단풍떨군 갸녀린 나무를 가리려는 듯하고...
몇일 잠깐 추위에...
노오란 은행잎이...
후두둑 후두둑...
대지의 여신 가이아 품으로 내려앉습니다...
어떤 녀석들은...
물에 떨어져...
처연함을 더 자아내고...
아직 높은 나무들은...
그 가을의 끝을 붙잡고...
화사함을 자랑하는데...
먼저 물에 떨어진 단풍 낙엽들...
물속에 켜켜히 쌓여가고...
단풍길...
떨어진 단풍 낙엽을 즈려밟기가 그래서...
조심조심 돌아서 지나갑니다...
가을 햇살이...
단풍 낙엽에 상관없이...
단풍 끝물에 빛을 더하는데...
이제...
모두들 내려앉고 나면...
겨울을 맞이 하겠지요...
미련과 집착은 죄악이라는데...
종달새 홈페이지 http://blog.daum.net/_blog/hdn/BgmFrame.do?blogname=hwangsh61&id=hwangsh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