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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Jan 02. 2023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12.28.수. 문경새재 길)

좋은 소식 들으러 가는 길(조령산자연휴양림~1관문/약 7km, 3시간)

조선시대  신구임 경상감사가 상견하고 업무인계 인수를 하던 교귀정 앞길

누구에게나

가고 싶은 길이 있습니다.

'인생의 길'

그것은 되고 싶은 것, 걸어 가고 싶은 길이겠지요.

그러나

그 길은 쉬운 길이 아니고 뜻대로 되어 가는 길도 아닙니다.


저에게는

또 다른 가고 싶은 길

위안을 얻고 마음을 살찌우고 싶은 길이 있지요.

인생의 길에는 성공과 실패, 좌절이 있지만

 길은 위로와 안식만이 있는

그 길은 문경새재 길입니다


문경새재 길 걷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

- 역사성있는 이야기 길

- 넓은 비포장 길과 물길이 함께 하는 수려한 길

- 짧지 않은 인내가 요구되는 길


옛날 영남지역에서 한양으로 가는, 경상지역에서 충청지역으로의 지름길로

청운의 꿈을 안고 떠나온 선비들의 과거길이었고

임진왜란 때는 왜군의 진군로로 용되었던 비운의 길이었지요.


이제는 물길따라 비포장 황토길로 가꾸어 가는 4계절 아름다운 길로

사연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길이지만

결코 짧지 않은 경사가 완만한 부드러운 길입니다.




빛과 소리로 시작하는 봄

깊은 계곡의 눈과 얼음이 녹아 흘러 내리기 시작하면

양지바른 곳에서는 싱그런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나지요.

긴 터널같았던 겨울을 뒤로 하고 화창한 봄날, 새소리 들으며 걷는 것

참으로 행복한 산행입니다.



여름


부피를 더해가는 여름

물 많은 계곡, 두터운 그늘 숲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리는 긴 여정

발은 무겁고 어깨가 저려올 때 즈음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며 무거운 심신을 내려놓는 것은 상큼한 기쁨이지요.



가을


풍요에서 색상으로 이어가는 가을

붉음, 노랑, 불타오르는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은

화려한 동화속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감성은 부풀어 터질듯 하여

풍요롭고 여유로운 계절

발걸음 가볍게 가을 숲을 걷는 것은 환상적이지요.


겨울


체중감량으로 이어지는 허망한 겨울

온 세상 흰 눈으로 두터울 때

솔바람이 계곡에 군림하는 침묵의 숲을 걷는 것은

철학적인 내디딤입니다.

추운 발걸음 후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거대한 소나무를 우러르는 것

묵직한 한해를 살아왔다는 까닭이겠지요



완만한 황토길을 오랜 시간 걸으면서

스스로에게 침잠하는 시간을 통해

차분한 마음으로 나를 돌아보고 삶을 이해하는 시간이 됩니다.


긴 시간 걸으면서 묵직해지는 발걸음

묵직해지는 발걸음만큼

강요되는 지구력으로 인해 심신의 건강함을 되찾을 수 있겠지요.


그래서

'사람을 살리는 길'이라고 합니다.


어제도 걸었고

내일도 걸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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