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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Jan 15. 2023
거대한 은행나무 고목의 소망(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
세상의 모든 나무에게는 각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두 손을 부여잡고 한참을 우시
던
두 엄마는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성환이 아버지가 지병인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연이은
불행으로 성환이가 교통 사고사를 당하 니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에 삶의 의욕을 잃고 몇 달을 지내다
어머니는 마음 다잡고 안 사돈인 며느리 엄마를 만나고 있는 것이지요.
준비해간 통장과 도장을 건내며
"아직 젊은 며느리를 생각해 재가를 시키셨으면 합니다.
어린
손자, 손녀는 제가 건사하면 되지요.
창창한 청춘, 수절하며 사는 것은 옛날 얘깁니다."
그리고
헤어지며 잘 말린 은행 한 줌을 건네셨지요.
얼마후
친정 어머니를 만났을 때
전해듣는 시어머니 얘기와 통장보다도
건네셨다는 은행 알을 생각하니 성환이 처의 고운 얼굴에 한없는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그 은행 알은 남편 성환이가 사고를 당하기 전 해 가을에 자기와 함께 주워 말린 것이지요.
"곱게 자란 당신이 시골로 시집과 어른들 공경하며 아이들 잘 건사하며 사는 모습에 늘 감사해~
이 우람한 은행나무처럼 변함없는 믿음으로 살아갑시다.
"
어느해 보다도 노란 은행잎이 사르르 날리며 떨어지고 있었지요.
수령이
500여년이 넘었다는 거대한 고목의 은행나무
마을 초입 양지바른 언덕에 수호신처럼 서있는데
많은 세월 살아온 모습이 역사속 장수의 흑백사진같습니다.
옛날
추운 겨울
새색시적 어머니께서 저를 낳으시고 얼마안된 날
빨랫감 이고 눈길 헤쳐 앞 논 샘으로 빨래하러 가시던 시절
샘에서 만난 옆집 영설이 어머니
"얘기씨! 이 추운날 뭐하러 나오셨다오! 큰일나요! 큰일!"
어머니 빨래 다 해주시고 집까지 가져다 주셨다는 남모를 이야기도 알고 있을 은행나무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나고 늙으신 노인들만 있는 휑한 마을
한집 또 한집 폐가가 늘어나 마당에 잡풀만 우거져가는 모습도
그래서 밤이면 더욱 쓸쓸한 마을을 내려다 보고 있을 은행나무
그러던중
서울서 예쁜 색시와 내려와 젖소
,
사슴 농장을 하는 영범내외
마을 궂은일 마다않고 열심히 살며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살더니
농과대학 나온 아빠닮은 아들이
이른 나이에 결혼해 손자손녀 낳아 일찍 할아버지가 된 영범이
사람좋아하고 술좋아하며 착한일 많이 하더니 하늘이 먼저 데려갔을 때도
은행나무는 무표정했지요.
남겨진 식솔
아빠 몫까지 살아야 했던 영범이 아들 성환이
농장 일에
동네 묵히고 있는 논이며 밭 도지로 일궈가며 젊은 친구가 열심히 살아온 이유는
젊은 나이에 홀로된 어머니를 위해서였습니다.
서너해를 그렇게 열심히 살았으니
어머니 건강하시고 며느리는 시어머니 극진히 섬기며 아들 딸 잘 건사하여
동네에서 효자 효부소리를 듣곤 하였지요.
그렇게 늘 잘 살 줄 알았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세상에 이런 일이
교통사고로 성환이가 아버지를 따라 갔습니다
날벼락 맞은 듯
온 동네가 슬픔에 잠겼었지요.
효자 성환이가 하늘나라로 가던 해
가을
마을의 오래된 은행나무는 어느해 보다 노란 은행잎으로 물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여러해가 지나도록
홀어머니 모시고 아들 딸 건사하며 농장 일 해가며 잘 살아내고 있는 30대
성환이
댁
그 성환이네 식솔들이 살고 있는 곳
바로 옆에 늙은 은행나무가 그들의
큰 위로와
의지가 되어 살고 있습니다.
늙은 은행나무의 그 무엇이
그들에게 위로와 의지가
됐었
을까요?
이제
새색시적 곱던
내
어머니는
늙은 은행나무처럼 얼굴에 검버섯이 피고 손등은 거죽만 남은 아흔을 바라보시는 상 노인네가
되셨
지요.
마음 편안한 고향이 좋다시며
지난해 고향으로 이사오신 어머니
그 은행나무 앞을 지날 적마다
경외로운 눈빛으로 올려다 보십니다.
"
저 은행나무가
우리 개성 왕씨 먼 조상님께서 조선이 개국하면서 피난 와서 심은 나무란다."
그리고
성환이네 먼 친척되시니
가끔씩 들러서 무언의 위로와 격려를 하고 계시지요.
'
세상의 모든 나무에게는 각자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는데
그 많은 세월 살아온 은행나무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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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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