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 / storytelling
퇴근길, 건널목에서 만난 늙은 어머니를 자전거로 태우고 가는 나이 지긋한 아들
episode
어느해
초여름
퇴근길
횡단보도
해가 뉘웃뉘웃 서쪽으로 넘어가는데
나이 지긋한 듬직한 아들이
늙으신 어머니를 자전거에 태우고 지나갑니다.
쪽진 흰머리
화사한 분홍빛 브라우스에
회색빛 치마
그리고 새신을 신으신
단정하신 조그마한 할머니
오래된 자전거 뒤에 편하게 앉으셔
효심좋은 아들과 함께 험한 찻길을 건너십니다.
어디를 다녀오시는 길일까요?
경로당에 다녀오시는지
다른 도시에 사는 자식들 보고 오시는지
제시간에 맞추어
어머니 마중하여 모시고 오는 아들입니다.
무슨 말들을 주고 받았을까요?
"어머니~ 잘 다녀 오셨어요?"
"그래~ 더운데 고생이구나!~"
더운 날
마중나온 아들이 안쓰러운 어머니
더 편한 탈 것으로 모시지 못해 죄송스러운 아들
아들은 어머니 불편하실까
조심조심 자전거를 운전하고
어머니는 넉넉한 아들을 믿어
지는 해를 지긋이 바라보며 지나갑니다.
차창으로 보이는 정겨운 모자의 모습이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저녁입니다.
4월 중순
가뭄중에 단비가 촉촉히 내립니다
생기있게 올라온
노루귀 세자매
가녀리고 앙증맞은 모습
꽃대의 키도 고만고만
그래도 커다란 낙엽을 피해
햇볕을 받아야 하기에
힘겨운 웃자라기를 합니다
부모님 모시고 살며
깊은 뜻 거스리지 않고
집안에 큰소리 없는 가운데
아기들 울음소리 정겹게 들리는
그런 가정이 그리운 세상입니다.
'생노병사'라고
내부모님도
기력이 예전같지 않으시고
총명도도 떨어지시는데
내외분 사시는 고향의 전원주택
건사하기 힘드시다며
병원 가깝고
차편 좋은 읍내 아파트로 이사하시겠다지요.
묵묵히
그 말씀 들었는데
가끔 뵈올 때마다
집안 세간살이며
오래된 옷가지, 이블들
정리하여 남주시고 태우실 때
'저 세상갈 날 멀지 안다' 던 그 말씀이 기억나
놀라고
두려운 생각이 들곤 합니다.
저는
아직 이별 준비가 안되었는데
그 슬픔 어떻게 이겨낼까 싶고
내 부모님들께
잘 못한 기억만 새록새록 합니다.
6월 중순 봉학골 산림욕장 수풀이 우거진 초여름
storytelling
네가 시집갈 때 흰 모시적삼을 받쳐 입혀 보낸 것은
삶이 시원하고 답답한 일 보지 말라는 뜻이었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모진 시집살이에 마음과 몸이 병들어
부모보다 먼저 이승을 떠나니
이런 불효가 어디있단 말이더냐?
죽은 자의 영혼이 나비로 환생한다더니
꿈속에 네 모습이 하얀 모시나비 같아
나는 너의 먹이식물, 기린초로 태어나련다.
사람이 그렇게 싫었더냐?
사람을 피해간
냉기 가득한 첩첩산중 혹한을 어떻게 견뎠으며
풍족한 이 세상에 오로지 한가지 풀만을 먹으며
구도자적인 삶을 살아가는
시적이며 철학적인 너, 나비의 운명을 응원하마!
네 이름을 '붉은점모시나비'라고 하더라.
시집갈 때 연지곤지 찍었던 모양으로
참으로 빛깔이 곱더구나.
p.s
붉은점모시나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희귀한 나비의 하나이자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하얀 모시적삼에 붉은 무늬를 수놓은 듯한 고운 모습에 미끄러지듯 기품 있게 활공하는 멋진 나비
지나친 채집과 서식지 파괴로 이제 자연 서식지는 강원도 삼척과 경북 의성 등 두 곳만이 남아 있습니다
봄철 먹이식물이 싹을 틀 때 애벌레가 나오는 것과 달리 1월 한겨울에 알에서 애벌레로 부화
애벌레는 영하 35도의 혹한에도 살아 남았으며
알은 영하 48도로 냉각되더라도 애벌레로 깨어나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의 몸속에 항 동결 물질이 있어 추운 곳에 적응해 진화한 북방계 나비
기린초 꿀을 빠는 붉은점모시나비-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이 나비의 서식지는 주로 산지에 암반이 드러난 곳, 도로변 절개지, 강변, 산 정상 등
나무가 우거지지 않은 풀밭
햇볕이 잘 들고 건조하며 바람이 센 곳에서 애벌레의 먹이식물인 기린초류가 잘 자라기 때문
기후변화는 추운 곳에 적응한 이 나비에게 치명적
(꿈나무 푸른 교실/조홍섭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