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Jun 19. 2024

노루귀, 노루발, 노루궁뎅이버섯(옹달샘 숲 이야기)

노루에 얽힌 숲 이야기/인간은 모르는 것을 많이 알고 있는 신비한 동물

episode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봄맞이 가고싶은 곳이 있습니다.


도심 주변에서도 뒷동산이나 호수공원의 양지바른 곳에

봄꽃들이 피어나지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한적한 곳에 너무 작은 모습으로

길지 않고 짧은 기간에 피었다 사라집니다.

꽃이 지고 나면 더욱 관심밖으로 사라지지요.

그래서 도심의 봄꽃들은 아쉬운 순간의 삶으로 잠시 기억될 뿐입니다.


제게도 봄꽃마중을 가는 곳이 있는데

많은 정성 들여 발견한 곳으로 밝히기가 주저되네요.

극성스러운 분들로 인해 그 야생화 군락지가 초토화되는 꼴을 여러번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러하듯

시절인연이 없으면 아무소용이 없다는 것을 아시겠지요.

시절인연이 있다는 것은 정성의 마음이 그것에 다았다는 것이니

참으로 경이로운 인연을 만나게 될 것이며

그런 분들은 작은 풀꽃 한송이도 함부로 하지 않습니다.


저만의 시절인연으로 만난  귀한 봄의 생명체를 소개하네요.

아래 영상으로...


어느해 마법의 봄



storytelling


로사는 한 노인이 깊은 숲에서 나무를 하고 있는

들짐승의 흐느낌 소리가 들려 덤불을 헤치고 다가가 보니

송아지만한 노루 한마리가 기다란 뿔이 덤불 잔가지에 걸려 신음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모진 애를 썼는지 입가에 거품이 흘러내리고 등짝에서는 흥건한 땀으로 인해 김이 피어올랐고

기진맥진하여 축 처진 모습으로 울부짖었던 것이지요.

"아이고! 어찌된 일인고?귀한 영물 노루님께서~"

할아버지는 조심스럽게 노루에게 다가가 덤불 가지를 낫으로 잘라내어 구해주고

가까운 물가에서 물을 떠와 여 주었습니다.


기력을 회복한 노루가

"고맙습니다. 노인! 죽음에서 구해주신 보답으로 귀한 것을 알려 드리지요."

그 귀한 것이란 샘터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였지요.

정성스런 소원을 빌고 그 샘물을 마시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단 세번만의 소원만을 빌어야 한다는 당부를 하고 그 노루는 홀연히 사라졌지요.


청노루귀꽃, 3월에 피어나지요
꽃몽우리가 노루의 귀를 닮았다는 '노루귀꽃'

할아버지는 한동안 숲을 찾지 않다

몇개월이 지난후 노루가 일러준 샘터를 찾아가

마음으로 기원하며 샘물을 맛나게 마셨습니다.


잠시후 정신이 몽롱하여 그늘에 누워 낮잠을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개운하고 정신과 눈이 총명하며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 있었지요.

샘으로 다가가 물에 비친 모습을 보니 오래전의 젊은이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겸손하고 욕심이 없 젊은이로 환생한 이 노인은 여러해가 지나도록 외떨어져 홀로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마을에서 한 사람이 지게에 둘둘만 가마니를 산속에 내려놓고 가는 것이었지요.

그 가마니에서 인기척이 나기에 다가가보니 문둥병에 걸린 가여운 소녀였습니다.


젊은이는 그 문둥병 소녀를 데리고 샘터로 가서

소녀에게 소원을 빌게 하고 샘물을 마시게 했지요.

한숨을 자고난 그 소녀의 문둥병은 씻은  듯 나았고

원래의 고운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젊은이는 소녀를 아내로 맞이하여 가난하지만 서로 위해주고 받들며

행복하게 살았지요.

여러해가 지나도록 자녀가 생기지 않아 근심하던 부부는 함께 신비한 샘터로 갔고

소원을 빌고 샘물을 마시고는 사랑스런 사내아이를 갖게 되었습니다.


잎사귀 모양이 노루의 발을 닮았다는 '노루발꽃'
5월 하순에 작은 꽃을 피웁니다


아이가 건실하게 잘 자라 성인이 되니 욕심없는 부부였지만 새로운 소원이 생기게 되었지요.

부자가 되어 풍족하게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 부부는 아들을 앞세워 숲속의 샘터로 가서

'부자로 살게 해주서소!' 염원하며 각자가 욕심껏 샘물을 마셨던 것입니다.


깊은 숲에서 한숨을 자고 일어나면 부자가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노루가 말한 세번의 소원 기회를 모두 사용하였고

부자가 되는 소원은 네번째 소원이었던 것이지요.


잠시후 부부와 아들의 꿈속에 그 노루가 나타나 엄중하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보은의 보답은 세번이었으며 욕심의 끝은 한이 없기로 이제 세 사람은 사람이 아닌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인데

그 말못하는 하찮은 생명체로 삶을 원만하게 잘 살아내어야 다시 사람으로 환생할 것이요!"


그리하여

아내는 3월에 피어나는 '노루귀'꽃으로

남편은 5월에 피어나는 '노루발'꽃으로

아들은 9월에 피어나는 '노루궁뎅이'버섯으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년에 단한번

아들이 버섯으로 피어나는 9월  보름달이 밝은 밤에

부부와 아들이 상봉하여 정을 나눌 수 있었지요.

부부의 꽃은 봄에 져서 없고 넓은 잎으로...


노루는 인간이 모르는 것을 많이 알고 있는 신비한 동물입니다
노루의 하얀 궁뎅이를 닮았다는 '노루궁뎅이버섯'
초가을 9월 나무에서 피어나는 노루궁뎅이버섯은 민달팽이의 좋은 먹잇감이지요
매거진의 이전글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옹달샘 숲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