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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불시착, 그리고 물닭 무리와 갈등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 / 아빠 백조가 도심속 호수공원에 불시착했어요

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Feb 0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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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글 이미지 3


남쪽으로 날아가던 백조 무리의 우두머리

지친 무리를 위해 저 아래 도심 한복판 쌍둥이 호수를 발견하고

무리가 쉴 수 있는 곳인지 확인하려 외따로 정찰차 공중에서 내려오다

전선줄에 걸려 떨어지면서 정신을 잃었습니다.


날개가 부러지고 허리를 다쳐서 바로 설수도 없는 상황

무리는 계속 비행하게 하고 암컷이 내려와 황망함을 맞이하는데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요.


마침 호수공원을 산책하던 노인이 발견하고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연락하시고

더욱 놀란 암컷을 달래는 할아버지

"내가 그 마음 다 안다. 병원에 갔으니 여기보다는 낳을 거다. 걱정말거라."


할아버지 몇년전 할머니를 여의고 홀로 사시는 어르신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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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한달여

암컷 백조는 그 혹독한 추위를 아랑곳않고 호수에 머물렀고

할아버지는 매일 그 백조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수컷 백조의 근황을 알려주었지요.


갈대숲으로 이루어진 양지바른 곳

들고양이의 위험이 없는 곳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데크를 따라 산책을 하는 곳이니

고양이가 나타나기는 쉽지 않은 곳


암컷 백조는 이곳에 은거지를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몇일후 일곱마리의 자녀들이 찾아왔지요.

이제 우두머리 아빠 백조만 퇴원하여 모이면 완전체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객식구가 여덟이다 보니, 못보던 더더욱 커다란 백조라고 하니 산책하던 사람들이 다가서서

사진을 찍고 관찰한다고 관심을 보여 엄마 백조는 경계를 하게 되었지요.

커다란 사람들이 무섭다는 것을 경험으로 또 소문으로 많이 들어왔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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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공원의 터줏대감인 물닭들호수공원의 터줏대감인 물닭들


더욱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니

이 호수의 터줏대감인 물닭무리들이 불편해 하였지요.


물닭은 검은색이고 볼품없는 작은 몸인데

백조의 새하얀 깃털과 커다랗고 우아한 모습은  누가 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태생적인 것 그렇다치고

호수에 살고 있는 동물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는 것이 매우 불편했던 것이지요.


어느날

가까이서 물질하던 물닭 우두머리가 다가와 엄마 백조에게 말했습니다

"댁의 사정도 알고 나도 경우는 없지 않지만, 댁의 무리가 늘어나니 이곳 동물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어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니 이곳을 떠나시는게 모두에게 좋을 듯합니다."

"그러셨군요. 남편이 저렇게 병원에 있어서, 남편이 완치되어 돌아오는대로 이곳을 떠나겠습니다."

"아니, 그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모두가 불해합니다. 먼저 무리를 이끌고 떠나주세요."


그런 말을 들은 후

물닭 무리에게 눈치가 보여

같은 호수 저편, 따뜻한 은거지를 떠나 무리를 이끌고 얼음이 언 곳으로 와서 밤을 지새었지요.

그리고 어느날

그 어르신이 다가와 남편 백조가 아직 더 병원에 있어야 한다고 전합니다.

얼음 위는 너무 춥고, 따뜻한 곳은 다른 동물들이 불편해 한다고 하니 일곱마리 자녀들과 이곳을 떠나기로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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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로 인해 관심을 받는다는 물닭의 말에 떠날날을 기다리며 물닭 무리와 떨어져 얼음위로 피신백조로 인해 관심을 받는다는 물닭의 말에 떠날날을 기다리며 물닭 무리와 떨어져 얼음위로 피신


떠나기로 한날

날씨도 모처럼 쾌청하여 기온은 매섭고 차지만 비행하기에 좋아 보였습니다.

엄마가 먼저 물위를 도움닫기 하고 달리며 비행하려는데 얼마 못미쳐 얼음언 곳이 나타나

물갈퀴발로 바닦을 쳐서 위로 솟구치는 힘을 얻어야 되는데 미끄러운 얼음판이라

미끄러지다 구르고 말았지요.

엄마 백조는 여기저기 타박상을 입었습니다.


그날밤

엄마 백조는 불편한 마음으로 어쩔 수 없이 또 하룻밤을 도심가 호수에서 지내게 되었지요.

추위에 약한 새끼 백조들을 주위에 모아서 엄마의 온기를 나눠주며 밤을 지새우는데

어디서 '바스락' 소리가 나서 엄마 백조는 날개 깃속에 묻었던 머리 들고 눈을 번쩍뜨며 주위를 살피었습니다.

저 앞 뭍에서 누런 고양이가 자세를 낮춰 덤불사이를 헤집고 물닭 무리가 있는 곳으로 접근하고 있었지요.

엄마 백조는 새끼 백조들을 밀치고 급하게 물을 저어 고양이쪽으로 다가가며 '꽥~' 소리를 질러 경고음을 내고

검은 물닭 무리를 에워쌌는데, 이 소리에 물닭 무리들이 놀라서 깨어났던 것입니다.

고양이는 물러날 기색없이 엄마 백조에게 달려 들었고 엄마 백조는 고양이를 피하며 옆구리를 커다란 입으로

물며 날개짓을 하면서 위협하였지요.

고양이는 집요하게 덤벼들어 엄마 백조의 날개를 물었고, 엄마 백조는 반대 날개로 고양이를 타격하여 위기를 모면하였습니다.

이 때 새끼 백조들이 합세하여 달려오니 위세에 눌린 고양이가 꼬리를 내리고 물러나는 것이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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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도움주고 도움받으며 더불어 함께 사는 것''삶은 도움주고 도움받으며 더불어 함께 사는 것'


다음날 아침

물닭 무리 우두머리가 찾아와 날개를 다친 엄마를 위문하며

"어제, 가 경솔한 말씀을 드렸던 것 같습니다."

"아니요. 저희라도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어젯밤 저희 무리를 위해 몸상하시며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밤이었지요."


때마침

산책하시던 할아버지가 엄마 백조의 부자연스런 모습을 보고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신고하여

병원에서 엄마 백조는 극적으로 아빠 백조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여러날이 지나고

호수로 돌아온 백조 부부가 새끼 백조들과 눈물의 상봉을 하였지요.

지켜보던 물닭 무리들도 눈시울을 불키며 흐뭇한 광경을 지켜보았고

저 멀리서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다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따라 돌아가신 할머니가 더욱 보고싶으신 모양이었지요.

그리고 돌아서서 오셨던 길을 되돌아 가셨습니다.

'그래~ 삶은 그렇게 사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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