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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게 진심(眞心)이란? / '참고 견뎌내는 것'

어린 전나무들이 처음 겪는 여러 환란을 통해 성장해 가는 이야기

episode

저자 정보 (2019)

자크 타상 (Jacques Tassin)


‘시인이자 철학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식물학자.

현재 프랑스 국제농업개발연구센터(CIRAD)에서 식물생태학을 연구하고 있다.

식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하였고,

그의 글쓰기는 과학자적 시각을 넘어 문학과 사회, 경제를 넘나드는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이번 책 『나무처럼 생각하기』에서 그는 시종일관 인간에게 많은 것을 말해주는

나무의 말에 귀 기울이고 나무가 인간의 이로운 안내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무와 인간이 서로 적응하고 서로가 공동 운명체임을 다시 발견할 때

비로소 우리의 안녕이 고양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이렇게 결론을 맺는다.

“나무는 인간이라는 이 대단히 불친절한 영장류에게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영장류는 오늘날 불확실성으로 인해 길을 잃고 자신들이 이 나무의 행성에 살았다는 사실을 어리석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4월 5일은 식목일입니다.

올해 식목일에는 전국적으로 봄비기 흠뻑 내린다고 하는군요.

지난 경상도 지역 산불을 위로하듯...


근대에 들어 헐벗은 민둥산에 나무를 심어 푸르른 산으로 가꾸고자 생긴 1948년 제정한 국가적인 행사지요

80년대 이전에는 공휴일로 지정되어 '나무심는 일'이 범 국가적으로 시행되어 산림녹화 바람이 일었고

선조들의 수고로움 덕분에 수십여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우리는 산림의 풍요를 누고 있습니다.


한편 안타까운 일은

식목일 전후로 청명, 한식이 있어 조상님 묘소를 돌보고 참배한다하여 산불이 일어나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요.


최근 경상도 지역의 산불은 역대급 최악의 산불로 기억될 것입니다.

시절적으로 자연발화보다는 사람에 의한 실화가 원인이고

전통적으로 소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우리 산림의 정책적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겠지요.


그런데

나무도 이동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심겨진 나무야 당연히 이동을 못하지만 나무의 후손인 씨앗을 통해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1년에 수백 m를 이동한다고 하는데 소나무 같은 경우는 날개 달린 솔씨가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서

새로운 곳에 안식처를 마련하는 것이지요.

봄바람은 세차게 불어 발아를 기다리는 씨앗들을 날려, 높이 치솟게 하여 더욱 멀리 보내는 것입니다.


향후 100여년 이내에 한반도에서 소나무 군락지가 살아질 것이라 하네요.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애국가 2절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그 남산의 소나무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지요.


아울러

사람이 평생 사용하는 나무가 몇 그루 정도 되는지 아시나요?

평균적으로 한 사람이 1년에 3 그루의 커다란 나무를 소비한다고 합니다.

80 평생을 산다면 240여 그루의 나무를 소비하는 것이지요.


소비하는 나무를 생각하면 1년에 최소 3 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할 것입니다.

요즈음은 산림관계 기관에서 우리를 대신하여 식목행사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해야될 일들이 있겠지요.


'나무처럼 생각하기'

식목일 즈음하여 숲해설가의 관점에서...




storytelling


사계절 푸르른 전나무들이 오랜 세월 역경을 겪어오며 그루 한 그루 튼실한 자람을 통해

풍요로운 숲으로 자리잡아 함께 하는 동식물들이 모두 행복해 하는 아름다운 숲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람한 전나무들을 이어갈 새내기 전나무들이 심겨져 젊은 나무들로 인해 생기돋는 숲이 되었지요

봄에 심겨진 작은 전나무들이 여름을 나면서 찌는 듯한 폭염으로 메말라,

잎과 줄기가 타들어 가며 많은 나무들이 죽어갔습니다.

누렇게 죽어간 어린 나무들을 바라보는 것은 안타깝고 슬픈 일이었지요.


그때

언덕위에 다른 나무에 비해 더욱 거대한 아우라(aura)를 풍기는 엄마 전나무(mother-tree)가

어린 전나무들을 위해 커다란 어른 전나무들에게 의중을 전달합니다.

"저 어린 나무들은 우리의 미래이며 희망입니다. 우리의 선대 조상이 그랬듯이, 모두 힘을 모아 그들을 위해 힘써 봅시다. 우리의 위대한 뿌리를 가지고..."

어른 전나무들은 땅속에 길게 뻗어 연결된 뿌리로 어린 나무들의 뿌리에 물기를 전달하여 생명을 부지하게 해주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살아남은 어린 전나무들은 우람한 전나무들의 위로와 격려에 한껏 흥분되어 육활동을 더욱 왕성하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가뭄이후 장마철이 되어 많은 비와 바람으로 웃자랐던 어린나무들이 꺽이고 물에 쓸려나가게 되었지요.

물난리에도 생명을 유지한 어린나무들은 두차례의 환란으로 더욱 야무진 나무들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어느덧 가을이 되어 활엽수들의 화려한 단풍놀이를 바라보며 숲의 아름다움을 만끽하였지요.

그리고 어느날 전나무숲에 숲가꾸기를 하러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고

톱과 전지가위를 이용해 멋스럽게 생육하여 발달한 가지들을 숭덩숭덩 잘라내는 것이었습니다.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었지요.

한동안 어린 전나무숲에 무거운 침묵과 우울함이 지속되었습니다.


그 때

엄마 전나무(mother-tree)가 어린 전나무들에게 말하였지요.

"어린나무들이여!~ 너무 의기소침하지 말게! 다가오는 고난을 의연하게 견뎌내면 좋은 시절이 올것이네! 참아야 하네!"


북풍한설 몰아치는 춥고 매서운 겨울이 되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날이 어두어지더니 많은 눈이 내렸지요.

습기를 머금은 눈은 어린나무들을 짖눌러 부러트리고 속살이 드러난 나무를 꽁꽁 얼려 차디찬 죽음으로 몰아갔습니다.

전나무숲에 을씬년스런 바람소리로 주검의 공포가 가득했지요.

간식히 살아남은 어린 전나무들도 무시무시한 공포에 주늑들어 있었습니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었지요.

지난 계절의 불행은 따사한 햇살로 잊게 되었습니다.

봄의 아름다움에 취해있을 때

앞산에서 산불이 나서 시커먼 연기가 온 산을 뒤덮었지요.

우람한 전나무들도 전과는 달리 당황해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동요하는 전나무 숲에

엄마 전나무(mother-tree)가 말했지요.

"경거망동하지 마시요!

피하지 못할 환란이라면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불에 타 죽더라도 살아있는 생명의 소임을 다해주기 바라오!

우리의 위대한 뿌리를 이용하여 땅속의 물기를 뽑아올려 각자가 습기를 최대한 많이 유지하도록 하십시요!

모두의 권투와 행운을 빕니."


붉은 악마가 화염과 열기로 전나무 숲을 엄습했을 때 여기저기 비명소리가 가득했습니다.

그 때 엄마 전나무(mother-tree)는 결단을 내렸지요.

불씨가 날려 높은 곳, 엄마 전나무(mother-tree) 에 불이 옮겨 붙자 더 큰 불로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엄마 전나무(mother-tree)는 어린 나무들이 있는 반대쪽으로 넘어지며 생을 마감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몇일 후 행운의 봄비가 내려 그나마 지옥의 시간이 짧았지요.

우람한 어른 나무, 심겨진지 얼만안되는 어린 나무 할 것 없이 많은 나무들이 화마에 희생되어 시커먼 기둥으로 남았습니다.

여러날 동안 전나무 숲에 주검의 그림자가 드리워 두려움과 슬픔이 가득했지요.


멀리 사찰에서 들려오는 산불로 희생된 영령들을 위로하는 '위령제'의 독경 소리가 숲속에 메아리치는 가운데...


시간이라는 명약이 험악한 상처와 주검의 그림자를 벗겨주었고

지난 1년여 동안 가뭄, 폭풍우, 간벌, 폭설 등으로 많은 나무들이 희생되고 살아남은 나무들은 더욱 야무진 자람을 통해 튼실한 나무로 커가며 천년을 기약하는 나무의 기세를 보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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