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와 거룩한 거미 이야기

호랑거미는 어떻게 따뜻한 강남으로 가게 되었나?

episode



부모님께서 서울살이 마무리 하시고 낙향하신지 20여년

전원생활 재미있게 하시며 알차게 사시다가

연로하시게 되니 기력이 없으셔서 번잡한 것을 싫어하게 되셨습니다.


그래서

매일 낳은 계란으로 부모님 밥상을 살찌우던 키우던 닭도 없애시고

부모님 출타중에 호젓한 전원주택 지켜주고, 말동무 되어주던 미남이(세퍼트 개, 잘생겨서 붙여진 이름)도

남주어 보내며 단촐하게 사신다고 하셨지만

워낙 넓은 터라

아버님은 늘 면소재 노인회관 나가셨다 저녁나절에나 들어오

집에 계시는 80 중반의 어머니께서 넓은 집과 정원을 관리하시에 벅차하셨지요.


여름이면 넓은 잔디밭 잡초뽑으시고 가끔 내려오는 큰 아들 잔디 깍는다면

더운날 고생한다며 깍은 잔디 갈퀴로 모아 버리신다고 욕보시고

흠뻑젖은 빨래해야 하시고 간식 챙겨야 하셨던 어머니


겨울이면 그 넓은 정원 눈 치우신다고 힘들어 하셨습니다.



더욱이

모내기 한 논에 벼 모종이 땅내를 맡아 싱싱할 때 즈음이면

아랫마당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만게 하여 장관을 연출하는데

어머니는 그것도 못마땅하게 생각하셨지요.

떨어져 내리는 꽃 쓸어 담아 치우신다고 힘들어 하시니...



또한

호젓한 산자락 초입이라

봄철이면 매년 제비들이 날아와 처마밑에 집을 짖는다고 열심인데

어머니는 귀한 생명, 해마다 찾아주어 고맙지만

제비집 아래 진흙이며 제비 똥으로 지져분해지는 것이 싫으셨던 어머니



그래도

어미 제비들이 알 낳고 새끼 부화시켜

먹이 물어다 먹인다고 새벽부터 늦은저녁까지

들녁으로 수백번 오간다고 홀쭉해지는 모습을 보시며

"사람보다 났다!"하시곤 하셨습니다.



몇해전

아버님 돌아가시고

고향 마을, 작은 주택으로 이사하신 어머니

가끔 찾아 뵈올 때면

짝 잃은 제비 마냥

말없이 앞산 너머 누워계신 아버님쪽 바라보시는 모습이

많이 애처롭네요.





storytelling


5월 하순 어느날 화창한 날

아카시아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향긋한 꽃향기가 온 들녁에 가득할 때면

모내기들 한다고 농민들이 분주합니다.


제비들도 물댄 논을 낮게 날며 잠자리를 낚아 채려 곡예비행을 하지요.

'물찬 제비처럼'


몇해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셔 홀로 되신 할머니가 외롭게 사시는 작은 집에도

강남에서 온 제비가 올해도 튼실한 둥지를 짓고 여러마리의 새끼를 낳아 기르고 있었습니다.


그 아름다운 날

불행한 일이 발생했지요.

수컷 제비가 섶을 낮게 날며 먹이 잡이를 하다가

커다란 거미줄에 걸고 말았습니다.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끈적한 거미줄이 날개에 들러붙어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지요.

저녁나절이 되어 수컷 제비가 기진맥진하였을 때

암컷 제비가 날아와 안타까워 하며 말했습니다.

"이를 어째요? 거미님! 저희 남편을 살려주셔요! 저희 남편이 없으면 우리 새끼들을 어찌 건사하나요?"



사실 새끼 육아가 매우 힘들기 때문에 어느 한마리 어미가 사고를 당하면

살아남은 어미는 본능에 충실하여 번식을 위해 새 짝을 찾아

새끼를 방치하고 둥지를 떠난다고 하네요

남겨진 새끼는굶주려 죽게 되고...


그 때 커다란 호랑거미가 거미줄 끝에서 엉금엉금 기어오며 말합니다.

"이런 변이 있나요! 내 거미줄도 다 망가지고... 더는 움직이지 말고 꼼짝말고 있어봐요!

거미줄 하나하나를 다시 삼켜 되새김질 해야 되니 밤을 새워야 할 듯하네요."

그렇게 호랑거미는 밤을 새워 수컷 제비의 달라붙은 거미줄을 떼어내 주었던 것입니다.

새벽이 밝아오자 기력을 되찾은 수컷 제비가

"고맙습니다! 새 생명을 얻은 듯하네요. 생명의 은인인데, 제가 어떤 보답을 해야 할까요?"

"보답은 무슨? 서로 돕고 살아야지요! 벌레 물고 지나가다 생각나면 가끔 거미줄에 얹어 주셔요!"


수컷 제비는 하루에 몇차례씩 커다란 곤충을 잡아다 거미에게 주었지요.



장마철이 다가와 많은 비가 내리게 되니 거미줄이 엉망이 되었고

호랑거미가 제비에게 신세지는 날이 많게 되었습니다.

"호랑거미님! 날도 구질어 서로가 힘드니 저희 집쪽으로 거쳐를 옮깁시다!"


그리하여

호랑거미는 할머니집 처마 아래, 제비집 밑에 커다란 거미줄을 치고 살게 되었지요.


새끼들이 둥지에서 날개짓을 하며 둥지 떠날 준비를 하던 날 밤

지붕아래 구멍에 살던 구렁이가 혀를 날름거리며 제비집 새끼들을 삼키려 다가오고 있었는데

어미들은 집앞 전신주에 앉아 모르고 있어 호랑거미가 급하게 거미줄을 나와 구렁이쪽으로 접근하여

주둥이를 물어버리자 고통스럽게 소리를 지르며 처마에서 떨어져 도망가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이 사실을 알게 된 제비 부부는호랑거미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이제 서늘한 기운이 감돌아 더 춥기전에 저희들은 강남으로 날아갑니다. 거미님!추운 겨울을 어떻게 나시나요?"

"........."

사실 어미 거미들은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하지요.

"남쪽나라 따뜻한 곳에서 겨울을 보내고 봄에 다시 오면 어떻겠습니까?"


그리하여 호랑거미는 추운 계절을 피해 수컷 제비 겨드랑이 두터운 털속에 몸을 묻고 먼 여행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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