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과 바다를 오가며 1년여를 사는 은어의 고귀한 이야기
episode 1
'레베랑스'를 아시나요?
레베랑스는(reverence)는 클래식 발레용어
- 영어권(미국,영국) 에서는 '숭배, 경외, 존경, 경건'과 같은 의미
클래식 발레 수업에서 수업 시작 전과 후 선생님께 예의와 존경을 표하는 '발레 인사'
- 무용의 한 동작으로 목 또는 상반신과 무릎을 구부려 하는 절, 경례
승민이와 민철이는 발레하는 대학생으로 중학교에서 만났다.
승민이는 초등학교때 부터 발레를 시작하여 중학교 당시 전국대회 상을 독차지했던 발레 영재였고
민철이는 중학교시절에 발레를 시작하여 둘은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개학후에 다시 만난 민철이는 키가 훌쩍 커서 승민이가 올려다보게 되었으며
부러운 입장이었으나 작은 키의 신체적 결함을 부단한 연습을 통해 자기만의 '힘있는 역동적인' 발레로
지난해 명망있는 국제대회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하였다.
한편 민철이는 타고난 신체적 조건과 노력으로 가장 장래가 총만되는 '발레리노'로 평가받고
발레의 고장 러시아 유명 발레단에 입단하였다.
두 젊은이가 예술대학 107호 연습실에서 늦은 밤까지 젊음의 열정으로 신체적 고통을 감내하며
가슴이 터질 것같이 가뿐 숨을 몰아쉬고 땀을 흘리는 모습은 열정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지금까지 몸과 마음으로 준비한 것이 '폭죽'처럼 터졌고, 그랑프리를 차지했지요. 그 때가 최고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매일 연습하는 것입니다."
연습 벌레 승민이의 말
우리는 힘들게 열심히 살고 있으나 '영혼'없이 살고 있으며
'레베랑스(숭배, 경외, 존경, 경건)'가 없는 무경우(예의와 존중이 없는)의 사람들과 조우하곤 합니다.
episode 2
은어는 민물에서 부화하여 육지와 인접한 바다로 내려가 자라지만
산란기 이전에 일찍 다시 강으로 올라와 몇 개월 살다가 알을 낳는다.
은어 알은 지름이 1 mm 남짓한데 물이 맑고 찬 강 상류에서 10~11월쯤((9~10월중 산란) 부화하며
은어 치어들은 10~12월에 바다로 내려가 성장하다가
몸 길이가 4-9 cm쯤 되는 3~6월이면 다시 자기가 태어난 강이나 계곡으로 올라온다.
'되살이은어'
대개의 은어들의 한살이는 1년여이지만
간혹 두해살이를 하는 은어가 있다.
튼실한 어미 은어가 선선한 바람이 불기시작하던 가을에 맑은 강, 돌이 많은 곳에 알을 낳았습니다.
작은 알들은 그 자체로 완벽한 하나의 생명체였지만 너무 연약하여 돌에 붙여진채 물살에 따라 움직이며
신선한 산소를 공급받아 숙성하며 부화를 꿈꾸고 있었지요.
은어 어미의 삶의 지혜가 수많은 알 하나하나에 내재되었고 어미의 무언의 말이 입력되었습니다.
'경거망동하지 말고 끝까지 살아남아 은어로서의 자존을 드높이거라!'
깊은 가을이 되어 알들이 부화하여 작은 치어로서의 삶이 시작되었지요.
우리의 특별한 어미로 부터 탄생한 치어들이 새로운 세상으로 이동하려는데
일부 치어들은 현재 살고 있는 민물에서 삶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합니다.
"우리들은 바다라는 험난한 곳보다 익숙해진 이곳이 더 좋을 것같아!"
대부분의 치어들은 겨울을 나기위해 육지와 가까운 바다로 내려갔지요.
바다는 민물과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역동적이어서 작은 치어들이 살아내기에 힘들어 보였지만
반면 먹을 거리가 풍부하여 한편으로 만족하게 되었지요.
바다에서의 생활을 하는 동안
많은 치어들이 다른 물고기의 먹이가 되고 환경에 적응을 못하여 죽어갔지만
강건한 어미의 DNA를 물려받은 우리의 특별한 은어 치어들은 남다른 생육을 보였습니다.
더욱이 은어들 사이에서 '은빛'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특별한 은어가 있었는데
'은빛'은어는 태어나면서 부터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았지요.
그렇지만 다른 은어들 보다 몸집이 더 컸으며 등지느러미 뒤로 지느러미가 하나 더 있어
헤엄치는데 속도가 남달랐습니다.
'결핍과 충만은 늘 공평'
신체적 결함에서 생긴
'진중하고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심'
그리고 봄이 가까워 오자
어느정도 은어 티가 나는 새끼로 자란 어린 은어들이 자기가 태어난 강으로의 긴 여행을 시작하였지요.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힘겨운 일이었고
더욱이 낙차가 있는 첫번째 작은 폭포를 오르는 일은 일생일대의 모험이었고 역경이었습니다.
바다에서 단련된 꼬리지느러미로 물을 박차고 올라 폭포를 향하여 날아오르기를 수십차례
여기저기 몸에 상처가 나기도 했지만 여러날을 도전한 끝에 오를 수 있었지요.
치어들이 태어난 옅은 물가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폭포를 올라야 할지...
또 하나의 폭포를 올라야 했는데
그곳에는 커다란 왜가리가 바위에 버티고 서서 튀어 오르는 은어들을 날카로운 부리로 낚아채고 있었습니다.
한마리의 동료 은어가 왜가리의 입에 걸려든 순간
우리의 주인공 '은빛' 은어가 힘차게 튀어 올라 먹이를 문 부리에 부딪치려 하자
왜가리는 순간적으로 더 큰 은어를 낚으려는 동작으로 입을 벌려 잡은 은어를 놓치게 되었지요.
"고맙다! 나를 구해줘서~"
"우리의 고향 여울까지 함께 가야지! 출발~"
드디어 근 한달여만에 어미가 낳아준 비교적 옅은 여울에 도착한 은어 무리들은
알에서 부화하던 지난해 가을무렵 어미와의 추억을 생각하며 부지런히 살을 찌워 몸을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돌에 붙은 이끼를 먹으며 민물에 더욱 적응해야 했지요.
어느날
커다란 검은 그림자가 물에 드리우기 시작하더니
살아있는 은어를 낚시 바늘에 끼워 놀림낚시를 하였습니다.
은어들이 자신의 공간에 낯선 은어가 들어오는 것을 경계하는 습성을 이용한 방법이지요.
"안돼! 저 은어는 우리를 낚기위한 놀림 은어야!"우리의 주인공 은빛 은어가 말하였지만
다른 은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 놀림 은어를 몰아내려고 접근하여 낚이는 신세가 되곤했습니다.
많은 은어들이 물새들과 사람들의 낚시에 희생되었고
밤에는 수달이 나타나 은어들의 터전이 숙대밭으로 변했지만
그래도 유혹을 물리치고 경고망동하지 않은 우리의 주인공 '은빛' 은어와 많은 은어들이 살아남아
가을을 기다리고 있는데 몸집이 작은 은어들이 나타나 합류하게 되었지요.
"우리와 같은 은어인데 몸집이 작군요!"
"아!~ 우리는 바다로 내려가지 않고 이곳 여울에서 겨울을 난 은어들이지요."
"그렇군요! 신기합니다!"
"이곳 여울에서 대다수의 은어들이 한겨울에 얼어 죽었지요.
우리의 부모들이 왜 바다로 내려가라고 했는지 이해가 됩니다."
"........."
수 개월을 물길과 폭포를 오르내리며 이끼를 먹고 더욱 강건해진 은어들
마지막 여울목 작은 폭포를 튀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길고 커다란 뜰채를 든 노인이 바위위에서 튀어 오른 은어를 낚아채려하였지요.
'은빛'은어가 은어 무리와 상의를 한후 동시에 폭포를 향해 튀어 오르기로 했는데
동시에 튀어 오르면 노인의 정신이 산만해져 은어를 놓치고 말 것이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은어들이 동시에 폭포 위로 튀어 오르는 순간
우리의 '은빛' 은어는 더욱 높이 튀어 올랐는데
커다란 은어를 본 노인은 다른 은어들에게서 시선을 돌려 '은빛' 은어를 낚아챘지요.
'은빛' 은어 덕분에 다른 은어들은 무사히 폭포 위로 올라섰던 것입니다.
"벗들이여! 내 걱정은 말고 우리 모두의 소임인 '산란'과 '수정'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라오!"
"........."
"여러분 ! 우리의 부모들이 산란하기 한달여 전부터 금식을 하라고 했습니다. 잊지않았지요?"
그렇게 노인과 함께 '은빛' 은어는 사라졌지요.
가을이 되어 산란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로 자란 은어들이 여러날 여울의 산란하기 좋은 곳을 찾아 분주하더니
꼬리를 이용하여 돌들을 움푹하게 고르기 시작했지요.
꼬리가 너덜너덜해지도록...
마침내 암컷이 알을 낳자 수컷들이 그 위에 사정하여 위대하고 고귀한 여정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리고 긴 여정이 끝난 헐벗은 은어들은 생을 마감하며 죽어갔고
온 여울에 죽은 은어들이 가라앉아 또 다른 생명체들의 먹이가 되는 모습은 보는 이를 숙연하게 했지요.
더욱이 사람들은 모르는 '은빛' 은어의 고귀한 희생은
'되살이은어'를 통해 은어 세계에 알려지게 되어 칭송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