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능선의 대왕소나무가 늘 내려다 본 학교 교정의 벚나무

내가 가르친 중학생 소녀가 할머니가 되어 바닷가에서 만나다

episode(참나무 이야기 맛보기)



episode1

오늘날 우리 문화는 디지털 시대에 매몰돼

자투리 시간에도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젼을 보느라 바쁘다


참나무 한 그루가 그와 연결된 먹이사슬과

주변 생태계에 어떤 중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참나무는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나눠쓰기 위해

몇년은 주로 성장에 에너지를 쏟고

이후 몇 년은 번식에만 에너지를 쏟는 에너지 분배


도토리를 노리는 동물 숫자가 너무 늘어나지 않토록 조

스스로 수분 성공율을 높이기 위해 해거리(masting)



episode2

참나무와 어치

참나무에 의존해 사는 동안에 어치는 여러 누대에 걸쳐

신체 구조와 행동적인 측면에서 도토리의 특성에 맞춰 진화했다

끝이 살짝 구부러진 부리는 도토리의 겉껍질을 벗겨내기에 안성맞춤이고

넓은 식도를 지닌 덕분에 다섯개까지 도토리를 옮길 수 있다


반경 1km

매년 가을 4500여개 도토리를 숨기고

봄이 오기전까지 1/4을 꺼내 먹는다


어치 수명((7~17년)

매년 3360 그루의 참나무를 심는다


도토리딱따구리(Acorn Woodpecker)

매년 5만개 정도의 도토리를 모은다

Acorn(도토리) 단백질, 지방, 칼슘, 인 칼륨 풍부




storytelling


교직에서 정년퇴임한지도 20여년

다 늙어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살기위해

물품을 정리하는데

젊은 시절 즐겨 읽던 책 '월든(WALDEN)'

그 오래된 책을 뒤적이다 책갈피에서 깨알보다 큰 크기의 씨앗이 들어있는 납작한 작은 종이봉투를 발견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생각하니

교직에 첫발을 내디디던 해

강원도 삼척의 어느 바닷가 중학교에 근무하던 시절이었지요.


물질은 부족했으나 정감이 순박했던 시절


우리반에 평소 말없이 공부만 하던 여학생이

학교를 파하고 하교길

벚꽃이 활짝 핀 커다란 벚나무 아래에서

수줍게 건내주었던 씨앗이었습니다.


50여년이 훌쩍지난 아련한 기억이지만

여학생은 가정형편이 안좋은데도 공부 잘하고 반듯한 모습으로

장래가 총망되는 학생이었지요.

3년여를 담임으로 함께 하다

제가 전근을 가게되어 인연이 끊어지게 되었습니다.


교실 맞은편 잔디밭 건너 오래된 벚나무
고목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뭉클함을 자아내고



이렇게 늙어 삶의 막바지에 이르

왜 그리

청운의 꿈을 꾸던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일까요?

그래서

그 과거를 거슬러 동해로 봄 여행을 떠났지요.



50여년전

교직에 첫발을 내디디던 동해 바닷가 중학교 교정의 오래된 벚나무

그 시절처럼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다시 청춘인듯...

그리고 그 시절 내게 소나무 씨앗을 전해준 여학생

항포구 어물을 파는 할머니로 만나니, 무슨 말을 해야하나?



반나절을 운전하여 도착한 항구 마을

커다란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 어리둥절했지만

학교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새건물과 잔디가 깔린 조금은 낮설은 학교

그러나 학교 맞은편 운동장 건너 커다란 벚나무는 그대로지요.

아니, 그 자리를 지키고는 있었지만 많이 노쇠하여 고목이 되어 있었습니다.

'참으로 뭉클하구나! 너도 나만큼 늙어 세월의 무게로 힘들지!'

만개한 벚꽃이 장관을 이루는 것만큼 콧끝이 찡 왔지요.


항포구를 내려다 보며 서 있는 1천년을 살고 있는 대왕소나무
우람한 소나무와 작은 솔씨


그리고

바닷가 방파제를 거닐었는데

뒤돌아 항구쪽을 바라보니 산세며 항포구 정경은 눈에 익숙하였고

더욱이 저멀리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산등성이에 우뚝 서있는 대왕소나무의 위상은 더욱 또렸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렇다! 내게 준 그 씨앗이 저 대왕소나무 씨앗이다!'

아마 천년을 살고 있는 나무라 했지요.




해물 공판장으로 걸어오니

아주머니들이 고기들을 파는 좌판이 있었습니다.

명게, 해삼, 봄 도다리 등이 싱싱해 보이는데

저 쪽 한 귀퉁이 할머니 한분이 맞이하는 손님없이 계시길래

그 쪽으로 가서

"할머니~ 이 도다리, 멍게, 해삼 두사람 먹을 만큼 주셔요!"

"네~ 그럽지요!"하며 얼굴을 올려 보는데

"........."

아뿔사! 50여년전 그 여학생이었지요.

나는 그 학생(할머니)를 알아보는데

그 학생(할머니)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해물을 가지고 횟집으로 이동

싱싱한 회에 시원한 소주로 한잔하는데

어느덧 해가 지며 바닷가에 노을이 붉게 물들고 있었지요.


횟집 주인에게 물으니

그 학생(할머니)

배타는 신랑만나 일찍 시집가서 행복하게 사는가 싶더니

이른 나이에 홀로되어 딸하나 의지해 힘들게 살아왔다고 하였습니다.



대왕소나무가 커다란 벚나무를 늘 지긋이 내려다 보듯

너를 잊지 않았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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