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먼 나라에서 숲의 mother-tree였고 지금은 나무 지지대입니다
episode 1
나무는 우리 모두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어서
시인만이 나무를 제대로 바라본다.
그래서 나무는 점점 사고와 상징, 표상으로 대체되고
우리와의 감성적 유대에서 떨어져서 더는 우리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주느브아의 '잃어버린 숲'에서 어린 플로리는 생물의 심장인 숲과 신비로운 만남 이후
"숲은 더 이상 우리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숲은 나무없이 탁 트인 경치를 위해
우리 스스로 멀어져 잃게 된 숲이다.
다시 나무를 발견해야 할 때다.
오늘날 지나치게 경악스럽고 선정적인 이미지와
시끄러운 말이나 음악에만 반응하는 감수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치 우리의 가장 진실한 감수성을 비워버리려는 듯
일어나는 여러 현상으로 부터 멀어질 필요가 있다.
오페라 '아시시의 성 프랑수아'에서 처럼
나무는 검소함, 자기희생, 절제, 이타성과 무한성 안에서 사는 듯하다.
우리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훌륭하고 살아있는
형상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episode 2
11월의 어느날
어린아이는 땅에 떨어진 플라타너스 잎사귀를 모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탄하여 행복을 느낀다.
동시에
세상 전부가 된 나무의 비스듬함 몸통을 기어오르면서 자아가 고양된다.
나무 몸통 뒤로 숨어, 다른 사람을 예의 주시하며
적극적인 자세를 유지하면
순간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게 되고
자신만의 개성이 나타난다.
아이들은 나무가 있는 자연에서 자기헌신, 탐험의 묘미,
성찰의 기회를 얻게 된다.
아이들이 모니터에서 떨어져 세상을 배우려면
먼저 놀이하듯 자연과 친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은 고정관념에 빠지는 경향이 있지만,
나무는 형태, 장소, 변화에 있어서
거의 고정된 것이 없다.
나무는 시간과 공간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에서 뛰어난 적응력을 발휘한다.
나무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과 같지 않기에
우리가 나무에게 지어준 이름은 공간과 시간을 여행하는
나무의 능력을 설명하지 못한다.
적어도 여행이 허락된 기간에는 나무만이 방랑자가 된다.
먼나라에서 거대한 선박에 실려 항구로 목재가 들어왔습니다.
어린 나무를 심고 넘어지지 않토록 지지를 해주는 '지지대'용으로
부두에 하역된 목재는 큰 차량으로 목재소로 가게되었지요.
목재소에 도착한 커다란 원목은 어른 팔뚝 굵기로 기계로 켜서
볕에 말리고 방부제 처리를 하여 필요로 하는 곳으로 이송되었습니다.
먼나라에서 부터 특별했던 거대한 원목
사실 우리의 주인공 원목은 고향 숲을 이끌던 mother-tree였는데
특별한 분위기와 압도되는 크기로 벌목자들의 눈에 띄어
험난한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던 것으로
절단되고 켜지고 깍아지는 물리적 고난과
뜨거운 태양과 화학적 처리에도 불구하고
비록 하찮은 지지대로 탈바꿈했지만 원목의 '정령'이 끝까지 함께 하여
특별한 '지지대'로 탄생하게 되었지요.
우리의 특별한 지지대는 다른 지지대와 함께
호수가에 새로 조성된 공원에 도착하였습니다.
인부들이 사람 크기만한 소나무를 심었고
다 심은 다음 지지대로 어린 나무를 지지시켜 주었지요.
한 그루 소나무에 3개의 지지대로
소나무보다 지지대가 더 굵고 커서 소나무가 힘겹겠다 싶었습니다.
거대한 나무들이 살고 있는 평온한 정글에서 베어져
바다를 건너 새로운 나라에 도착해
몸통이 조각나고 깎이는 등
지난 기간 엄청난 일들을 겪었는데
이제 모든 일이 끝나 평온이 찾아온 듯했지요.
우리의 mother-tree 지지대는 완전한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나무로서의 성스런 소임을 다하리라 다짐했습니다.
"아이고~ 힘들어 죽겠네~ 이런 것을 걸쳐놔서~"
mother-tree 지지대가 지지한 어린 소나무가 푸념을 하네요.
"안녕하셔요! 주인님!"
mother-tree 지지대가 말을 건네자
깜짝 놀란 어린 소나무가
"어디서 누가 내는 소리지?"
"아래를 보셔요! 저희들 셋이서 주인님을 보좌하고 있지요."
"죽은 나무가, 다듬어진 나무가 어떻게 말을 하나?"
"저희가 살던 곳에서 저는 특별한 나무로 불렸고
어리고 자람이 힘든 나무들을 건사하며 숲을 이끄는 엄마 노릇을 했는데
이렇게 감사하게도 나무의 정령이 아직 저와 함께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요~ 그런데 나에게 이렇게 기대면 너무 힘들어요!"
"그러게요~ 사람들이 하는 일이란 경우가 없는 듯 일을 하기도 하지요.
저희들 굵기가 주인님 굵기의 몇배가 되니 힘드시겠네요.
그래도 사람들의 지혜를 생각하고 참아보셔요."
뜨거운 햇볕이 내리 쪼이는 나날이 계속되다보니
어린 소나무들의 뿌리가 흙에 활착이 안되어
물부족으로 시들해지 시작했습니다.
mother-tree 지지대가 조언을 하네요.
"주인님! 내가 나무로 살아보니 뿌리의 안착이 제일 중요하더군요.
뿌리를 옆으로가 아니고 아래로 아래로 뻗어나가셔요."
"그래도 잎사귀를 새로 틔우는 것이 좋지 안나요?"
"아니지요. 뿌리가 제 기능을 못하는데 잎사귀를 틔우면 나무에 물이 부족하는 탈수현상으로 주검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게 힘겨운 몇일이 지나자
벌써 여러 그루의 어린 소나무들이 바늘잎이 갈색으로 변하며 죽어갔지요.
그리고
여름철에 접어든 어느날
태풍이 몰려와 어린 소나무들을 마구 흔들어대기 시작했습니다.
몸통이 꺾일 듯했지만 지지대 덕분에 견딜만 했지요.
태풍이 물러가고 바람이 자자들었을 때
또 여기 저기 소나무 몸통이 부러져 죽어가는 나무들이 보였습니다.
여러해가 지나고
어린 소나무들이 제법 커서 지지대 굵기만해졌고
뿌리도 깊게 내려 바람에 뽑히거나 부러질 염려가 없어졌는데도
지지대를 제게해 주지 않아서
이제 지지대가 소나무에 얹혀있는 듯해서 많이 불편했지요.
'참! 사람들이란!'
이제 지지하던 어린 소나무도 어느 정도 자리잡고 커서 나무의 티가 나서
우리의 mother-tree 지지대는 나무의 소임을 다한 듯하여
흙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습니다.
굵은 녹슨 철사에 사로잡혀
색깔이 변색되고 몸통이 썪어가며 생각했지요.
'말하지 못한다고 뜻이 없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