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 세자매의 꿈을 향한 도전
몇해전 홀로되신 고향의 어머니
25년전 아버님과 낙향하셔서는 텃밭농사, 과실수, 잔디밭 정원 등, 전원생활 야무지게 하시며 보람있게 사셨는데
아버님 여의시고 쓸쓸한 집에서 지난날 추억하시며 홀로 멍하니 계실 어머니를 생각하여
일주일 마다 찾아뵈며 도리를 다합니다.
"네 아버지 이렇게 빨리 돌아가실 줄 알았냐?"시며
아버님 보고싶다는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하시지요.
시골 어르신들과 어울리시는 것도 한계가 있으신 듯
"하루 종일 사람보기 힘들다. 거동이 힘든 늙은이들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니...
그렇다고 찾아가 봐야, 말이 통해야지..."
적적하다는 표현은 이렇게 하십니다.
적막한 하루하루를 보내실 어머니를 생각하면 울컥해지지요.
막국수, 냉면, 손칼국수, 도토리묵밥, 추어탕, 내장탕
어머니와 일주일마다 점심 외식하는 메뉴입니다.
이 음식점들도 아버님과 다니셨던 곳이라 갈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무겁네요.
"안성에 먹거리 잘 하는 집 있으면 알아 보거라!"
그래서 40여분을 달려 3대가 이어 한다는 설농탕집을 가게 되었는데
한옥건물에 정갈한 분위기는 좋았지만 정작 음식이 기대이하여서 많이 실망하셨습니다.
먹는둥 마는둥...
가까운 곳에 금광호수(저수지)
서울 사실 때 둘째 이모님 내외와 함께 오셔서 이모부는 낚시하시고 어머니와 이모는 나물을 뜯곤 하셨다는
지난날 이야기를 하도 많이 하셔서 식사후 호수주변 트레킹을 하였지요.
유명한 전망대가 있어서 호숫가를 돌아 전망대로 향하는데 비온 다음날이라 질척한 길에,
경사가 심해서 어머니께서 고생하셨습니다.
"이런데 온다고 하면 운동화를 신고왔을 텐데, 슬리퍼라 힘들구나."
뒷처지는 어머니가 안스럽고 얼마를 더 가야하느지 궁금하기도 하여 내 발걸음은 빨라지고...
우여곡절 끝에 30여분을 걸어서 전망대 입구에 도착했는데
어머니께서는 높은데라 현기증나고 힘드다시며 의자를 찾으셨지요.
"너나 올라갔다 오거라!"
그렇게 달팽이처럼 빙빙 돌아서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를 올라갔다 왔습니다
올라가고 내려오는 내내 바람이 부니 어머니께서 오르시기에는 적절치 안았겠다싶더군요.
저 아래 의자에 어머니가 보입니다.
좋은 풍광도 어머니께서 못보시니 감흥이 덜하더군요.
의자에 앉아 계시면서 모기에 물리셨는지 자꾸 다리쪽을 끍으시는 어머니
그것을 보며 안스러운 아들
온 길을 되돌아 가려면 또 질척이는 길을 30여분 가야하기에
빨리 주차장으로 가는 길을 찾았습니다.
초행길에 물어볼 사람도 없고 어머니는 힘들어 하시고
참 힘든 나들이었지요.
우여곡절끝에 질러가는 길을 발견하고 경사면을 내려오는데
우산 지팡이를 짚으신 어머니 많이 힘들어 하십니다.
"다 왔어요. 어머니! 저 아래 주차장이 보이네요."
앞서 가는데 작은 복잎 사이에 친근한 곤충 애벌레가 보이더군요.
'산호랑나비 애벌레'
얼마나 반가웠는지...
순간 고민했습니다.
'집으로 가져가서 관찰해 볼까?'
짧은 생각, 경망된 행동
산초나무 잎사귀에 매달린 애벌레째 가지를 분질러 챙기고
먹이감으로 잎사귀 달린 가지를 여려개 챙겨왔습니다.
시골집에 와서 생각이 바뀌었지요.
'이것을 어떻게 길러?'
그래서 뒷켵 풀섭에 내려놓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시들어버린 산초나무 잎사귀에서 애벌레를 찾는데
애벌레가 보이지 않았지요.
짧은 생각, 그리고 죄책감
지난 여름 끝자락에
커다란 산제비나비 암컷이 산초나무 세군데, 작은 잎사귀 뒷면에 알을 낳았고
2주가 지나자 알에서 옅은 연초록의 작은 애벌레가 나왔습니다.
한그루 산초나무의 세마리 애벌레는 각자의 위치에서 작은 산초잎을 먹기시작하며 하루가 다르게 커갔지요.
첫째 애벌레는 거침없이 열심히 밤낮으로 먹은 보람으로 다른 형제들보다 통통하게 커갔고
둘째 애벌레는 생각이 많아, '나의 부모는 어떤 모습일까? 왜 이 작은 나무, 작은 잎사귀에 알을 낳으셨을까?
왜 봄도 아닌 이 가을에 우리를 낳은 것이지?' 등 궁금한 것이 많았고
세째 애벌레는 소심한 성격으로 '내가 먹어치우는 이 잎사귀의 주인은 얼마나 아플까?'라며
먹이활동을 활발히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먹는 것에 진심인 첫째는 너무 많이 먹어대는 바람에 비만한 애벌레로,
소심한 성격의 세째 애벌레는 먹는 것을 싫어 하여 미숙아 애벌레로 자라났고,
생각많은 둘재 애벌레는 신진대사가 원만하여 정상적인 애벌레로 커갔던 것이지요.
어느 화창한 가을날
커다란 새가 산초나무로 날아들자 애벌레들은 본능적으로 잎사귀 뒷면으로 숨어들며 새를 피하였는데
첫째 애벌레는 자신의 덩치와 잘 발달한 취각을 믿고 위협적인 동작을 하였습니다.
새가 가까이 다가오자 취각을 곧추세우고 강한 냄새를 분사해, 새를 크게 당황케하여 쫒아 버렸지요.
"커다란 새도 별것 아니구만! 형제들 나만 믿어요!"
다음날
작은 벌레 한마리가 첫째 애벌레로 접근하였습니다.
"뭐야? 이 뽀족한 벌레는?"
자기보다 작은 벌레를 깔보며 첫째 애벌레는 취각으로 냄새를 분사했지만 이 벌레는 꿈적도 하지 않았지요.
이 벌레는 '침노린재'였던 것입니다.
그렇게 첫째가 희생되었지요.
세째 애벌레는 병적인 이타심이 건강을 헤쳐 정상적인 발육을 못하여 기력이 쇠잔해 산초잎사귀에서 떨어져버렸습니다.
이제 남은 둘째 애벌레는 첫째와 세째의 슬픔을 받아들이고 튼실하게 자라기 시작하여
고치를 만들고 허물을 벗으며 탈퇴를 거듭하더니 어느 가을날 새벽에 기적을 만들어냈던 것이지요.
생각이 많은 둘째 애벌레는 '낮에 거사를 치루면 새들의 먹이가 되기 쉬우니 새벽에 일을 치루자!'
애벌레의 '날개돋이'는 일생일대의 기적이지만 그만큼 커다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천적뿐만이 아니라 경거망동하다가는 날개를 빼내지도 못하고 불구의 몸으로 주검을 맞이해야 하니까요.
신중하게 고치의 등을 벌리고 머리부터 들어올리고 굽은 날개를 빼내어 혈림프를 돌게하여 날개를 곧게 폈습니다.
몸체를 완전히 돋우고 축축한 몸을 말리며 기력을 회복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다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 왔지요.
그리고
밝은 햇살의 따뜻한 온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체온을 올리는데 열중하였습니다.
날개돋이를 시작한지 반나절이 지나고 완전체로 태어난 둘째는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던 것이지요.
엄마 나비가 그러했듯 빛나는 광채를 발산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