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있는 밤송이가 가시없는 도토리로 바뀌어 열리기 까지

다람쥐의 소원 '가시없은 열매를 많이 맺어주셔요!'/ 전설의 시작

episode


건강하시고 집안 대소사에 열심이셨던 아버님

세월에 장사없다고 연로하시다 보니 낙상사고로 골절사고를 당하셔서

수차례 병원신세를 지면서 부터 근육과 뼈 골밀도가 더 안좋아지셔서

거동도 수월치 않으시고 예민해지시니 수발하시느라 힘들어 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낮동안에 아버님께서 인근에 있는 주간보호센터를 다니게 되셨지요.


어린이가 다니는 곳이 유치원이라면

노인들이 다니는 노치원


활달하셨던 아버님께서 집안에만 계시다 또래 노인들이 많은 곳으로 출근을 하시니

외모에 부쩍 신경을 더 쓰셔서 이발도 자주하시고 옷도 밝은 색으로 입으시며 생기를 되찾으셨습니다.

덕분에 집안의 분위기가 밝아졌지요.


부모님의 전원주택 집밖에

나의 아버님의 의자 3개가 장소를 달리하여 놓여 있습니다.


현관밖에 하나

아랫마당 평상대 앞에 하나

아랫마당에서 50여m 올라가 좁은 찻길가에 하나


현관밖 의자는 오래된 나무 의자지요.

식사후 담배를 태우시는 곳이며

잠자리에 드시기 전에 달빛 바라보시며 과거를 회상하시는 곳이고

출타하실 때 앉으셔서 신발을 신으시는 곳입니다.

딱딱하기에 불편하실까바 어머니께서 폭신한 비닐 스폰지를 반듯하게 잘라 올려 놓으셨지요.

비바람이 치는 날이면 나무의자를 현관안으로 들여 놓고, 날 좋으면 내다 놓곤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의자 아래에는 잿떨이가, 의자 뒤 창문틀에는 라이터가 놓여 있었지요.


1주일에 한번, 밤에 도착하는 아들을 위해 현관 불을 밝게 밝히시고 담배를 태우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제 오냐? 어서 들어가 저녁 먹거라!"

현관밖 나무의자, 아버님께서 담배를 태우시거나 늦은밤 달구경 하실 때 앉으셨던 의자


두번째 의자는

아랫잔디마당 평상대 앞 처마밑에 놓여 있는데 플라스틱 의자지요.

주간보호센터 다녀오셔서 어머니 성화에 아랫잔디마당을 서너번 도는 운동을 하시고

힘드시다며 앉으셔서 담배를 태우시는 곳으로

20여년전 아랫마당 돋우시느라 옆의 밭에서 등짐으로 흙을 300여짐을 져 올리셨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있는 곳으로 아담하고 정갈한 텃밭에 감자, 오이, 토마토, 상추, 고추가 튼실하게 커가고,

마당 주변으로 배, 사과, 감, 매실, 목련, 소나무가 둘러 자라는 아름다운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곤 하셨습니다.

그런데 하루중 오후에 한번 이용하시는 의자지요.

아랫마당 평상대 앞 의자, 아버님께서 저녁나절 주간보호센터 다녀오셔서 담배 태우시며 앉으셨던 의자


세번째 의자는

주간보호센터 차량을 타시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앉아계시는 의자로

역시 플라스틱 의자인데 하루중 오전에만 한번 이용하시는 의자입니다.

"센터장! 오늘은 일찍 오셨네!"하시며 반갑게 맞이하던 의자

아침나절 주간보호센터 차량을 기다리시며 앉아계셨던 길가의 의자


이 세 의자를 어머니께서도 가끔 이용하셨는데

어머니께서 앉아 계실라치면

"내 의자요! 앉은 값 내놓으시요!"하시며 농담을 하시곤 하셨지요.


이제 아버님 가신지 벌써 2년이 지났고

의자는 그대로 인데 그 의자 주인은 아니 계신데

가을비가 촉촉히 내립니다.

의자들이 그 비를 맞고 있네요.




storytelling


먼 옛날

깊은 숲속 밤나무 숲

그 밤나무들 사이에 유독 튼실하게 자라 가을이면 탐스런 밤을 주렁주렁 달아,

다른 나무들의 부러움을 사는 밤나무가 있었는데

그 튼실한 밤나무 옆 돌무더기에는 다람쥐 내외가 살고 있었지요.


봄이 되자 겨울잠에서 깨어난 다람쥐 내외는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밤나무 주변을 돌아다니며

지난 가을 떨어져내린 밤을 찾아 다녔습니다.


몇개의 밤톨을 주웠지만 반은 썪었고 반은 얼어서 먹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지요.

'밤나무 숲이 우거지면 뭐하나 정작 필요할 때 도움이 안되니...'

사실 밤나무 잎사귀와 도토리 나무인 상수리나무 잎사귀는 너무도 비슷하지요


그날 이후로 매일같이 다람쥐 내외는 우람한 밤나무를 올려다보며

'밤처럼 크지 않아도 되고 달지 않아도 되니 많이 열리고 밤송이 같은 따가운 가시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빌었습니다.


그리고 청명한 달밝은 초여름밤에

"내가 너의 소원대로 가시없는 열매를 많이 맺어주면 너는 내게 무엇을 해줄 수 있지?" 우람한 밤나무가 말하자

"음~ 그 많은 열매로 더욱 번성한 숲을 만들어 드리지요!"라고 다람쥐가 말했지요.


우람한 밤나무는 생각했습니다.

'사실 우리 밤나무 열매인 밤송이는 여러 동물들에게 가시로 인해 반겨맞이하는 열매는 아니지.

그 동물들이 멀리 가져다가 먹고 남은 열매에서 싹이 트는 것이 필요한데 꼭 따가운 가시를 가져야만 할까?'


우람한 밤나무는 가시없는 열매를 맺기를 소원하며 숲속 정령에게 빌었습니다.

'숲속 정령님! 저에게 가시없는 열매를 많이 맺어 다른 동물들에게 먹거리로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숲속 정령이 말했지요.

'참으로 넓고 큰 생각입니다!'


그리고 열정적인 여름이 되어 열매를 맺어가는데

우람한 밤나무는 다른 밤나무에 비해 열매맺을 생각은 않고 기도만 할 뿐이었습니다.


늦여름이 되었을

우람한 밤나무는 나뭇가지 사이사이에 작은 열매가 돋아는 것을 느꼈지요.

아주 작은 열매로 밤과는 달라 보였습니다.


먼 옛날 밤나무숲

우람한 밤나무 옆 돌무더기에 살던 다람쥐 내외

겨울잠을 준비하는 다람쥐에게 가시돋힌 밤은 굴속으로 옮기기에 불편하여 '가시없는 열매를 맺어주시면 더욱 번성한 숲을 만들어 드릴께요'라 약속


'넓고 큰 생각을 가진 우람한 밤나무'는 숲속 정령께 소원하여

가을에 앙증맞은 도토리를 많이 맺어 숲속 동물들의 풍성한 먹거리를 제공하니

동물들이 도토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도토리가 멀리까지 퍼져나가

도토리나무의 영역이 크게 확장되었던 것입니다


도토리 6형제중 맏이인 상수리나무의 도토리와 밤나무 잎을 닮은 잎사귀
오래전 가을 어느날, 할아버지와 손녀가 주워온 도토리를 말리고 있습니다


풍성한 가을이 되어

다른 밤나무들은 커다란 밤송이를 열고 있는데

우람한 밤나무는 아직도 작은 열매를 매달고 있을 뿐으로

밤나무 숲에서 많은 눈총을 받아야 했지요.


밤송이들이 다 떨어져 내리고

이어서 우람한 밤나무도 작은 열매를 떨어트렸습니다.

작은 깍정이가 쒸어진 앙증맞은 열매들

'도토리'였지요.


다람쥐 내외가 다가와 깍정이를 떼어내고 볼주머니에 도토리를 집어 넣고 굴속으로 옮기기 시작했지요.

도토리 이야기는 숲속으로 퍼져나가 다른 다람쥐들과 오소리, 너구리, 멧돼지 등이 찾아 왔고

어치라는 새도 와서 입으로 물고 날아가곤 했습니다.

많은 동물들이 도토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도중에 흘리기도 하여 도토리의 영역이 확대되는 느낌이 들었지요.


그리고 이듬해 봄

다람쥐의 굴 주변에서

어치의 둥지 주변에서

다른 동물들의 은거지 주변에서

도토리의 싹이 터올라 자라기 시작하면서

도토리 나무인 참나무의 전설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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