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4주간의 기록
지난 4주간 '산책' 프로젝트를 통해서 나는 내가 매일 듣고 읽는 것들에 대해 디테일하게 관찰하고, 얻은 인사이트들을 영감 노트에 따로 적어왔다. 사실 '산책'을 하기 전에는 아웃풋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는데, 산책 덕분에 이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글도 쓰고,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더 고민하고 사색할 수 있었던 아주 값진 시간이었다.
오늘 글에서는 '산책'의 마지막 포스팅으로써, 내가 느낀 것들을 정리해 보겠다.
지난 4주간 끊임없이 읽고, 듣고 글을 쓰고, 그 기록들을 보면서 내가 느낀 것은, 내가 느낀 것을 기록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고, 또 나의 생각을 기록할 수 있는 방법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나는 '영감 노트'를 따로 만들어서 거기에 내가 들은 것, 읽은 것들을 정리해서 적었고, 그때그때 생각이 나거나 더 알아봐야 하는 것들을 키워드로 정리해서 적어두었다. 밖에 있을 때도 수시로 적었고, 수업하다가도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바로 적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컴퓨터 앞에 앉아 내가 하루 동안 적은 것들을 정리했다. 하루가 끝나기 전에 내가 하루 동안 모은 영감들을 복기하면서 추가할 것들은 추가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raw 한 것들을 다듬고 나니, 여기저기 복잡했던 나의 생각들이 말끔히 정리되어서 참 좋았다.
내가 영감 노트로 고른 노트는 '해브 해드'의 Modular Note 다.
https://night-owl-society.com/
이런 식으로 속지를 뺐다 끼웠다 굉장히 편하게 할 수 있다. 그냥 찢고(?) 다시 붙이면 된다. 그래서 이곳저곳 노트를 적었어도, 추후에 다시 정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나의 '영감 노트'에 아주 제격인 노트다. 속지 종류도 굉장히 많고, 내가 좋아하는 PVC 투명 커버라서 애지중지하면서 잘 쓰고 있다. 앞으로 영감 노트로 계속해서 해브 해드의 Modular Note를 쓸 것 같다.
-녹음기를 자주 사용했다. 출근시간에는 대부분 팟캐스트를 듣고, 들으면서 좋았던 것이 있으면 바로 녹음기로 말을 해서 녹음했다. 퇴근길에는 나 자신을 인터뷰하며, 오늘 하루 동안 좋았던 것, 힘들었던 것을 나 자신과 나누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잘 보내자는 파이팅 인사도 잊지 않았다. 녹음을 하는 것에 있어서 가장 큰 단점은, 내 목소리를 듣는 게 참 거북(?)하다는 것이다. 녹음된 내 목소리는 왜 이렇게 이상하게 들리는지, 가끔 복기하면서 들을 때 듣기 싫어서 빨리 감기를 하고 싶을 때도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로 무언가를 남기는 것보다 이미지나 영상으로 남기는 것이 더 좋을 때가 있다. 그럴 땐 핸드폰에 있는 카메라를 이용해서 사진과 영상으로 영감 거리들을 남겼다. 이것들을 어떻게 하면 잘 정리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게 '인스타그램'에 계정을 만드는 것인데, 사실 예전에 내 본계정을 '일기장'처럼 써봤기에, 또 인스타그램으로 하는 게 맞을까 하는 고민이 있다. 더 생각해보고, 더 좋은 앱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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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세세하게 적은 일기장은 수없이 많이 써봤지만, '영감 노트'라는 타이틀을 가진 노트는 이번에 처음 적어봤다. 그리고 느낀 건, 내가 '황예슬이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에 적힌 글들을 보고 있자니,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고, 다양한 것들 -- 영화, 책, 팟캐스트, 강의, 유튜브 영상, 음악, 무대, 사람들과의 대화 등 --을 접한 뒤 이런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나'라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이래서 기록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도 다시 한번 느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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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주 동안 오프라인 서점에 두 번이나 갈 기회가 생겼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많은 책을 읽어낼 수 있었는데, 산책을 진행하면서 '기록'에 대해 더 알고 싶었고, 때마침 '기록의 쓸모'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내 기억에 가장 깊게 남은 부분은, 작가가 "내 일의 역사를 한눈에: Michael Bierut"이라는 사람의 기록물에 대해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Michael Bierut이라는 디자이너는 지난 30년 동안 작은 공책에 영감 노트를 적기 시작했는데, 올해로 86권째 쓰고 있다고 한다. 회고록을 30년 동안 쓰신 분은 과연 어떤 분일까, 싶어서 집에 오자마자 그 사람에 대해 더 찾아보았다.
그리고 Bierut 이 한 강의도 들을 수 있었고, 그가 직접 쓴 아티클도 읽을 수 있었다.
https://pen.eiu.edu/~aelivingston/interactive1/exercise1/page 2.html
이 분에 대해서 들어본 적도 없지만, 책을 통해서 새로운 디자이너를 알게 되었고, 그의 세계에 대해 짧게나마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추후에 알게 된 사실인데, 2016년 미국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의 로고를 Bierut이 디자인했다고 한다. (물론, 위의 mastercard 로고도 그가 디자인했다.)
산책 1기를 통해 '더 세세하게 기록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산책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도 아웃풋에 대해 중요성을 그저 '아는데'에 그친 사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겠지.
산책 1기를 통해서 배운 것이 많기 때문에, 산책 2기도 당연히! 하고 싶다. 이번은 처음 도전하는 거라, 내가 1차적으로 세웠던 목표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나'에 대한 포커스가 많이 흐려진 것 같아서 아쉽다. 그래서 산책 2기에서는, 내가 세웠던 목표에 집중해서 4주의 계획을 더 잘 세워서 기록하고 싶다.
Happy 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