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눈먼 자들이여, 모여라!

Feat. Love is Blind

by 예슬쌤

미국에 사는 친구가 너무 재밌다며 추천해준 Love is Blind.

시간이 날 때 한 편씩 보고 있는데 너무 재밌다.


BJRDYVQV6RGB3LTVKNDLYA5HS4.jpg (Love is Blind의 마지막 회. 모든 참가자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토크쇼 형식이었다.)


Love is Blind는 리얼리티 쇼다. 아주 큰 집에 남자 10명, 여자 10명이 모인다. 제목이 말해주듯, 물론 남자와 여자는 서로 만날 수 없고, 볼 수 없어서, 따로따로 생활한다. 하루 중 적절한 시간이 되면, 모든 사람들은 'POD'라는 비밀의 공간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그리고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대화를 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상대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는 오직 그의 목소리만 의지해야 한다. 그가 과연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지, 나에게 진정으로 푹 빠진 건지에 대한 여부 역시 오로지 목소리만 듣고 판단해야 한다. 10일 동안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끝나면,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 프러포즈를 할 수 있고, 만약 그 사람이 나를 맘에 들어한다면 실제로 만날 수 있고, 약혼을 한 후에, 칸쿤으로 가는 여행 역시 함께 갈 수 있다. 그리고 4주 후에, 이 사람과 결혼을 할지 말 지 정해야 한다. 물론 결혼을 하게 되면 방송에서 결혼식 비용까지 다 대주는 조건이다.




(앞으로 스포 있습니다!)





이 쇼를 보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는 너무 뻔한 엔딩이 그려진다고 생각했다. 20명의 남녀 중 칸쿤으로 가는 커플은 한 커플 내지 두 커플이 전부일 거라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런 상황에서는 커플이 생긴다는 것이 불가능이었다.

어떻게 상대를 한 번도 만나보지도 않고 사랑에 빠질 수 있지?


피부색, 생김새는 물론이고, 그가 나에게 진실만을 말했는지 목소리만 듣고 판단할 수 있다니. 만약 그가 내게 거짓말을 하고 있을 수도 있는 건데, 뭘 믿고 그 사람과 덜컥 약혼을 하겠다고 할 수 있지? 프로그램 특성상, 약혼을 하고, 여행에 가고, 그리고 마지막은 결혼인 건데, 어떻게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과 약혼을 덜컥 결심하고 나중에는 평생을 약속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POD에서 목소리만 듣고 대화를 나눈 남녀들 사이에서 여섯 커플이나 탄생했다. 벽 사이를 두고 남자들은 무릎을 꿇고 여자들에게 프러포즈를 한다. 그리고 벽 너머의 여자들은, 무릎 꿇은 그들의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목소리만 듣고 감동하여 눈물까지 흘리며 청혼을 아주 기쁘게 받아들인다. 그중 한 남자의 말이 정말 인상 깊었다.


그녀가 못생겼든, 뚱뚱하든, 빡빡이든 상관없어요. 난 사랑에 빠졌고, 그녀와 나는 정말 잘 맞아요. 그녀가 괴물 이어도 전 그녀를 사랑할 거예요.


그렇게 커플이 된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내가 정말 놀랐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목소리만 듣고 서로를 알아간 사람들이 서로를 보자마자 눈에 꿀이 뚝뚝 떨어지면서, 내가 평생을 찾던 사람이라며 바로 서로를 껴안고 입맞춤을 한다. 카메라도 많고 스태프들을 포함하여 보고 있는 눈들도 많을 텐데, 아랑곳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푹 빠져서 이 세상에 마치 자신들만 있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과 초면에 키스라니. 놀람과 충격의 연속이었다.


한차례의 폭풍이 지나고, 두 남녀는 좋아 죽겠다며 잠시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낸 뒤, 칸쿤에서 만나자는 다짐과 함께 각자의 숙소로 돌아간다. 그리고 칸쿤에서 다시 재회한다.


여태까지는 갇혀있는 상태에서 정서적인 사랑만 나누었다면, 실제 상황에 투입된 커플들은 서로에 대해서 더 많은 면을 알아 가게 될 것이고, 실전에서 일어나는 위험한 일, 기분 나쁜 일, 슬픈 일 등을 함께 감내해가며 사랑을 키워갈 차례가 된 것이다.


내가 본 4편은 여기서 끝이 나고, 이제 5편을 볼 차례다. 이 쇼에 나오는 참가자들이 하나같이 매력쟁이들이고, 다 제각각 다른 매력을 갖고 있어서 이 사람들을 알아 가는 부분만 하더라도 꽤 흥미롭다. 그리고 그런 매력쟁이들이 모여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역시 굉장히 재밌는 포인트다.


여태까지 무거운 다큐멘터리만 보다가 오래간만에 가볍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나서 행복하다. 앞으로 이들의 사랑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심히 궁금해진다. 처음부터 서로의 모습을 보지 못한 채 목소리만 듣고 평생의 동반자를 찾는 길을 떠난 사람들. 과연 끝은 어떨까.


결과가 어떻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준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꼭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 같이 감정이 메마른 시대에, 사랑보다는 서로의 배경을 더 우선시하는 사회에, 나의 배경이나 직업, 외모 등 외적인 것들을 1도 보지 않고 오로지 대화만을 통해 나의 내면의 가치를 알아봐 준 사람과의 사랑이라니. 어떻게 보면 말도 안 되는 비현실적인 판타지 같지만, 미치도록 로맨틱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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