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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Jan 01. 2021

하루 늦은 2020 연말 결산.

Feat. 소소한 하루를 결코 소소하게 보내지 않았던 2020.

핑계라면 핑계지만, 2020년의 12월은 정말 너무나도 바빴던 한 달이였다. 대학생들 파이널 기간과 겨울방학 인텐시브 코스들이 겹치면서 쉬는 시간마저 수업 준비를 하며 보냈다. 지난 10여 년간 나의 12월은 다른 달 보다 많은 업무량이 있었던 해였지만, 연말 결산을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엔 코로롱으로 인한 여러 가지 변수들이 생겨나면서 내가 살면서 살았던 12월 중에 가장 바빴던 12월이었다. 


그래서 딱 하루 늦은 연말 결산, 지금에서야 후닥닥 쓴다. 


2020년은 누구에게나 예기치 못한 해였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 


미래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도 관심이 많고 미리미리 계획을 짜 놓는 나지만, 2019년 마지막에 세웠던 2020년에 이루고자 했던 목표들과 계획들은 내 뜻대로 쉬이 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소한 하루들을 결코 소소하게 보내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혼돈 속에서도 내가 우직하게 지켜 나가야 할 것들에 집중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Key Word 1: 건강 

2020년에 내가 제일 뿌듯한 결과물, 바로 내가 나의 건강을 스스로 챙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실 시작은 내가 선택해서 챙긴 건 아니었다. 나는 현재 압구정에서 일을 하고 있고, 압구정의 주차비는 정말 비싸다. 그래도 차를 가지고 다닐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여태껏 한 달에 거금의 주차비를 내고 차를 타고 다녔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학원에 가는 일이 현저하게 줄었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세 번 세우려고 풀로 돈을 다 내려니까 문득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기 시작했다.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식단까지 살짝 조절을 해주니, 7kg가 빠졌다. 그리고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안다고, 건강해진 것이 확 느껴진다. 평생을 "나는 본래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생각해왔고, 그거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 나는 대중교통과 친해지면서, 너무 당연하게 해왔던 나의 행동들이 모여 만들어진 잘못된 생활습관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Key Word 2: 독서 

올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평소보다 책을 더 많이 읽었다. 12월의 마지막 날까지 읽은 책을 합해서 총 56권을 읽었다. (수업 준비를 하면서 읽은 고전까지 더하면 100권이 넘겠지만, 그건 "일" 때문에 한 거지, 내가 나를 위해서 읽은 것은 아니니, 수업 준비를 위해 읽은 책들은 제외시켰다.) 


책을 읽다가 문득 너무 읽고 싶은 책이 생겨서 "경기도 온라인 도서관"에 대해서 우연찮게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책들이 있었고, iPad로 읽기 쉽게 어플도 있었어서 온라인으로도 꽤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새로 나온 책들도 제법 빨리 업데이트가 되어서 예약을 걸어두고 알람이 오면 잽싸게 읽고 노트를 썼다. 이 모든 게 집에 있으면서 여러 가지 써치를 해보다가 알게 된 값진 정보이다. 아날로그 감성이 그득한 내가 처음으로 E-Book을 경험해본 해였다. 


Key Word 3: 새로운 도전 (Personal)

올해 내가 새로 시작한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원래 도전을 좋아하는 지라, 이것도 배우고 싶고 저것도 배우고 싶어서 하고 싶었던 게 많았던 해였는데, 계획이 다 일그러져서 새로운 도전을 많이 못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꽤 괜찮았다. 


1) 한 달 어스 

-연초, 3월부터 5월까지 한 달 어스와 함께 하며 약 100편의 글을 매일매일 썼다. 브런치에 쓰기도 하고, 미디엄에 쓰기도 하면서 영어와 한글로 글을 매일 쓰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돌이켜 봤을 때 그 글들은 정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2) 100일의 도전 

-"언어 씹어먹기" (이하 언씹) 멤버들과 함께 "네이비 씰, 100일의 도전"이라는 그룹을 만들어 100일 동안 한 가지에 도전해서 습관을 만드는 습관 형성 챌린지를 시작했다. 첫 번째 100일의 도전은 스페인어 공부였는데, 그때 100일 동안 책을 두권 -- 어린 왕자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를 읽을 수 있었다. 어린 왕자는 완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읽다가 스탑 했다. 이 도전이 아니었다면 스페인어로 완독 한 책이 아직까지도 0권이었을 것이다. 


그다음 도전은 "영어 뉴스 읽기" 챌린지에 도전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영자신문을 읽었었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잠시 멈췄던 게 5년이 흘렀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서 "The New Yorker" subscription을 구매했고, 지금도 매일매일 읽고 있다. 너무 재밌게 하고 있다. 


3) 쓰리랑 잉글리시 

-히든싱어에 같이 나왔던 효진언니가 제안해서 시작한 "쓰리랑 잉글리시". 매일 하루에 한 영상을 내가 올려드리면, 그 영상에 나오는 문장이나 단어를 가지고 문장을 쓰면서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다음 주에 2기가 시작되는데, 1기 멤버님들과 너무 케미가 좋고 모두 재밌게 공부하고 계셔서, 나도 덩달아 즐겁게 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내 본업이 너무 바빠서 과연 이 프로그램을 잘 이끌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지만, 멋진 멤버들 덕분에 그런 걱정은 1도 안 하고 재밌게 공부하고 있다. 


4) 이불 정리 

-이불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이 소소한 도전을 하게 된 이유는, 내가 도전을 할 때마다 너무 "큰" 도전에만 집중을 하는 것 같아서 작은 도전도 귀하게 여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개는 것, 쉬워 보이지만 결코 작은 행동이 아님을 느꼈고,  작은 행동도 "습관"이 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남들이 하는 행독과 노력들이 더 값지게 보이기 시작했고, 남을 더 배려하는 마음이 생겼다. 


 Key Word 4: 새로운 도전 (Career)

1) 스페인어 

-나는 "영어"강사이다. 그런데 내가 왜 나의 career을 위해서 스페인어를 공부했을까? 

코로나가 터지면서 미국에 있는 많은 유학생들이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학교 수업에 대해서 문의가 많이 들어왔는데, 그중 제2의 외국어로 스페인어를 하는 학생들이 제법 많았다. 그래서 학생들이 GPA 도움을 요청하는 김에, 스페인어도 도와줄 수 있는 선생님이 계시면 좋겠다고 해서 스페인어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영어를 배우기 전에 스페인어를 먼저 배웠다. 언어를 습득한 순서대로 따져보자면 모국어가 한국어, 제2의 외국어가 스페인어, 제3의 외국어가 영어이다. 하지만 엘살바도르에 살다가 미국으로 가게 되면서 스페인어 사용도가 눈에 띄게 줄면서 영어가 나의 제2의 외국어가 되었다. 


비록 스페인어를 영어처럼 자주 쓰지는 않았지만, 나 역시 학생 때 제2의 외국어를 선택해야 했고, 그때 주저 없이 스페인어를 골랐다. 그래서 우리 학교 역사상 최초로 AP Spanish를 들은 아시안이 되었고, 5점 만점에 5점을 받은 사람이 바로 "나야 나! 나야 나!" (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의 스페인어 사랑 이야기를 하려면 하루가 모자라지만, 내 첫 외국 생활을 한 곳이 엘살바도르이고 스페인어 공부를 영어공부보다 더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스페인어에 대한 애틋함이 아직까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Going back to my Spanish learning journey!

아무리 영어를 스페인어보다 많이 썼다고 하지만, AP까지 들은 내게 중-고등학교 레벨의 스페인어는 식은 죽 먹기이다. 하. 지. 만. 거기서 머무르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APF와 함께 하는 스페인어 수업을 들었다. 비록 여름 세션이 시작되면서 바빠진 탓에 더 이상 수업을 못했지만, 올해도 APF와 계속해서 스페인어 공부를 할 예정이다. 선생님 덕분에 꾸준하게 스페인어 공부를 할 수 있었고, 넷플릭스를 통해서 스페인어 리스닝과 셰도잉을 공부하는 등, 나 혼자서도 열심히 스페인어를 학습했던 한 해였다. 


올해도 잘 부탁해, 스페인어야!


2) Duolingo

-올해 새로 시작하게 된 프로그램이 바로 "듀오링고" 수업이다. 듀오링고라 하면 대부분 "앱"을 떠올리실 거고, 언어를 공부할 수 있는 앱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토플을 겨냥한 듀오링고 잉글리시 시험이 생겼다. 그리고 현재로써 토플 점수 대신 듀오링고 점수를 받는 대학들이 꽤 많다. 토플과 결이 안 맞는 학생들에게는 엄청난 희소식이 된 것이다. 


듀오링고 시험이 생긴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나 역시도 처음부터 배워가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듀오링고와의 만남은 나의 심장을 뛰게 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한국에 오자마자 티칭 일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햇수로 10년 차인 영어강사다. 해외 입시에 관련된 수업들을 도맡아 했기 때문에 입시에 필요한 다양한 시험들, GPA 관리만큼은 자신이 있다. 그런데 10년이라는 시간이 길다면 길기도 하고, 짧다면 한없이 짧겠지만, 비슷한 것들을 계속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뭔가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게 그 해가 바로 2020년이었다. 자칫하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었던 시간. 


내가 하는 일들이 결코 쉬운 일들이 아닌데,
점점 쉽게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듀오링고가 딱! 하고 나타나면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고, 넘어야 할 산이 생겼다. 이보다 더 기쁜 순간은 없었다. 내가 한없이 몰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정말 올바른 타이밍에 생겼다는 것 역시 천운이라 생각하고 뛰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이 프로그램만큼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목표로 열심히 달렸고,
지금도 달리고 있고, 앞으로도 달릴 것이다. 



Key Word 5: 내가 사랑한 콘텐츠.

-올해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접하며 유료 콘텐츠에 눈을 뜨게 된 한 해였다. 유료 앱에 대해서도 쓴 적이 있지만 좀 더 업데이트가 되었다: 


1) 퍼블리 1년 구독 

퍼블리에는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글들이 아주 많다. 그래서 세일할 때 1년 구독을 망설임 없이 눌렀다. 출퇴근할 때도 읽고, 자기 전에도 누워서 내가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유튜브 채널을 싹 훑고 난 다음 마지막으로 손이 가게 되는 것이 퍼블리다. 실무자들의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고 나만의 노트를 적으면서 떠오르는 영감들이 날아가지 않게 정리를 할 수 있어서 참 좋다. 


2) 미디엄 1년 구독 

말해 뭐해. 정확한 수치는 기억이 안 나지만 백만 명 단위로 트래픽이 있다는 어마 무시한 미디엄. 그만큼 좋은 글들이 많다. 특히 알고리즘이 기가 막혀서, 내가 필요한 글들을 하루에 5개씩 엄선을 해주는데, 그거 읽다 보면 1.5시간 걸리는 출근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영어 공부는 덤이고. 


3) The New Yorker 3개월 구독 

100일의 도전을 위해 3개월 구독을 선택했다. Hard copy도 보내주는 플랜을 선택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늦게 와서 -- 12월 1주 차 잡지가 3주 차 때 도착한다 -- 3개월이 끝나면 온라인 구독으로 바꿀까 고민 중. 미국 잡지 중에서도 수준이 있는 잡지로 유명하다 보니 단어 선택이 예사롭지 않다. 2021 다이어리 중에 "단어장"을 넣은 이유이기도 하다. (2021년에 내가 쓸 다이어리를 정리한 글은 다음 글에 올리겠다.) 


4) 북 저널리즘 2개월 구독 

북 저널리즘의 큐레이션은 정말 다양하고, 에디터들이 직접 쓰기 때문에 가독성과 이해도 면에서 최고다. 한국 시사가 아직까지도 어렵게 느껴지는 나지만, 북 저널리즘을 읽으면서 한국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반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었으니 말 다한 거 아닌가. 


북 저널리즘을 2개월만 구독을 하고 멈춘 이유는, 내가 The New Yorker를 구독하게 되면서 한국/미국 시사를 둘 다 읽으려니까 살짝 버거운 감이 있었다. 그래서 The New Yorker과 함께하는 100일의 도전이 끝나고 나면, 다시 돌아가서 한국의 시사와 경제에 대해서 좀 더 공부하고자 북 저널리즘에 돌아갈 예정이다.  



다사다난했던 2020년. 이렇게 정리를 하고 보니, 정말 뭐 안 한 것 같은데 뭐 많이 한 느낌(?)이다. 하지만 빈수레가 요란하다고 했던가. 많이 했다는 것에 집중하고 싶지는 않고, 작은 행동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배울 수 있었던 한해였다는 것에 감사하다. 


감사한 일이 많았던 만큼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2020. 
뒤돌아 보지 않겠다. 멀리 가지 않을게, GOOD BYE!





PS) 자, 이제 2021년 목표를 세워 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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