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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Feb 08. 2021

하루의 끝에서.

Feat. 일상이 빛이 된다면 괜찮아, 오늘 하루.

유난히 고된 하루가 있다. 그리고 나의 하루 끝에는 독서가 있다. 활자중독인지라 책에 대한 편식은 크게 없지만, 몸이 지치고 마음이 지칠 땐, 책으로 위로받고 싶을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때, 주저 없이 <괜찮아, 오늘 하루>를 꺼내 들겠다.


이 책은 사진작가인 도진호 작가님께서 사진을 직접 찍고, 글을 썼다. 특이하게도 모든 사진들이 흑백으로 되어있는데, 하루 종일 모니터와 형형색색의 세상을 바라보다가 이 책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피로가 쫙 풀리는 느낌이다. 뭐랄까, 눈도 편안해지고 마음도 편안해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 책은 마치 달력 같다. 일기 형식으로 되어있어서 -- 365일이 다 있는 건 아니지만 -- 날짜가 적혀있다. 그래서 그 날짜에 맞는 날을 골라, 혹은 비슷한 날을 골라 힐링을 누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 같은 경우, 책을 받고 일주일 동안 자기 전에 이 책을 읽었다. 


요즘같이 수많은 정보들과 갖가지 뉴스들이 만무하는 시대에, 내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책이 있다는 건 참으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가끔은 쉬어가는 의미로 사진과 글을 곁들인 에세이를 읽고 사유하는 것도 새벽을 보내는 꽤나 괜찮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괜찮아, 오늘 하루>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 세 개를 나누고 오늘의 글, 마치려 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평안과 쉼이 있기를.



8월 17일: 
저녁이 되면 바람이 시원합니다. 여름이 다 지나가네요. 찬란한 나의 여름이여.



여름 시즌에 가장 바쁜 나. 그래서인지 1년 중 6-7월이 가장 빠르게 지나가는 느낌이다. 보통 8월 중순에서 말쯤 여름 시즌이 점점 슬로해지면서 방학 때 같이 공부하던 학생들이 각자 공부하던 나라로, 혹은 학교로 돌아간다. 그리고 나는 꼭 나의 여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데, 그때마다 꼭 쓰는 말이, "찬란한 나의 여름"이다. 그래서였을까. 이 글을 읽고 거진 10년 동안 바삐 지냈던 나의 여름이 영화처럼 스쳐 지나갔다. 참 찬란했다, 나의 여름들. 

  

11월 15일:
비가 오는 날에는 집에 누워 만화책을 봤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비만 오면 이상하게 일하기가 싫어요. 빗방울에 일그러지는 풍경처럼 흐물흐물해지는 하루입니다. 



나는 비 맞는 걸 싫어한다. 그래서 비가 내릴 때 출근하는 건 정말 고역이다. 하지만, 내가 비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내가 실내에 적당한 습도와 함께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볼 때의 비는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것 중에 하나다. 비가 오는 날,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을 벗 삼아 읽는 로맨스 소설은 나를 꿈꾸게 하고 행복한 시간에 잠기게 한다. 그래서였을까. 이 글을 읽고 비만 오면 "일하기 싫어지는" 내가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웃음 지었다.


12월 9일:
계속 쳐다보면 저 문이 열릴까요?



이 책이 내게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코로나가 진행 중일 때 쓰인 글이라서 더더욱 와 닿는다. 대부분의 사진들이 코로나 때 찍힌 사진들이라 유독 외로움과 고독을 나타내는 사진들이 많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뀐 나의 일상을 기억해낼 수 있게 도와줄 책이다. 사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들이지만, 그 마저도 내 인생의 일부분이기에.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코로나가 끝이 보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왠지 계속 기다리다 보면, 두드리다 보면 <코로나 끝>이라는 문이 열릴 것 같다는 희망이 있다. 그래서일까. 내일이 더 기대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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