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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Feb 28. 2021

결국, 우리 이야기.

Feat. 빈 옷장

강렬했다.

<불법 낙태 시술>을 견뎌내고 있는 화자, 그리고 그의 감정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다. 


당황스러웠다. 

클라이맥스가 맨 앞에 와있는 느낌이라, 앞으로 이 이야기가 어디로 갈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정신을 잃을 뻔했다.

아니 에르노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사실을 책의 끝부분에서 발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아니 에르노>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꼈다. 

이토록 자세하고 정교한 단어 선택을 한 작가는 난생처음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책을 읽을 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아니 에르노>가 되어있는 느낌이다.


신기한 건, 그가 겪은 것들을 내가 겪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나 자신을 주인공에 대입하여 읽는 나 자신을 봤다. 그가 욕을 뱉어 낼 땐, 왜 욕을 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 것 같았고, 그가 눈물을 흘릴 때면, 그 슬픔이 나에게로 까지 전해져 와 마음이 아팠다. 


<빈 옷장>을 읽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내 말에 공감할 것이라 믿는다. 


나의 일이 아니지만, 정말 나의 일이 아닌 건 아니라는 것.
내가 겪은 일이 아니지만, 정말 내가 겪지 않은 일이 아니라는 것. 


하지만 두려움에 <이것이 나의 이야기다>라고 선뜻 용기 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아니 에르노에게 감사하다. 


그 누구도 여성의 삶에 자리하고 있는 어두운 면을 글로써 표현하고 싶지 않았을 텐데,

기꺼이 써준 것에, 용기를 내준 것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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