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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Mar 12. 2021

나는야 이야기박사!

Feat.생존 교양.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책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세상의 다양한 지식을 모아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아이들을 지도하는 데에 있어서 수업 내용"만" 커버를 한다면 아이들은 지루해서 나의 수업을 듣고 싶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이야기꾼"을 자처한다. 


수업시간에 내 눈에 띄는 단어라던지, 지문이라던지 그것들을 발견함과 동시에 내 머릿속에서는 아이들에게 어떤 썰을 풀어줄까 고민한다. 고작 1분 정도 시간을 할애해서 썰을 풀어주는데, 그의 역할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평소라면 아이들이 외우기 싫어했을 단어, 머릿속에 넣고자 애를 쓰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던 단어들이 그렇게 쉽게 외워진단다. 나의 일화가 너무 웃기거나 슬프거나 둘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란다. 


이러니 "썰"을 어떻게 안 풀 수 있겠는가. 


"썰"을 이야기해주다 보면 또 다른 영어 단어가 머릿속에서 생각이 나고,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어원에 맞는 단어라도 나오는 날에는 한 단어로부터 파생된 단어들까지 word group을 줄줄이 설명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단 하나도 빠짐없이 그 그룹에 속한 모든 단어들을 완벽하게 외운다. 


내가 책을 절대 놓지 못하는 이유다. 


다양한 책들을 읽고, 글을 써서 내 것으로 만든 다음, 완전히 체득되었다고 생각할 때 비로소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는데, 오늘 소개할 책, <생존 교양>이 내가 재밌는 "썰"을 아이들에게 풀어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책은 총 세 가지의 파트로 나뉘어있다:

Part 1: 나만 몰랐을 것 같은 

Part 2: 어디서 보고 들은 것 같은

Part 3: 알아두면 쏠쏠할 것 같은 


각 토픽당 두 바닥 씩 총 150개의 토픽이 정리되어 있는 책이라 짬 날 때 하나씩 읽으면 좋다. <150일의 챌린지>해서 하루에 하나씩 읽고 배우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궁금한걸 못 참아서 앉은자리에서 다 읽었다. 덕분에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되어 독서노트에 끄적거린 페이지 수만 해도 20여 페이지. 인덱스 한통을 다 쓴 건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많은 양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는데,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부분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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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만 몰랐을 것 같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Procrustean bed)


프로크루스테스: 잡아당겨 늘이는 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포악한 악당. 여인숙을 운영했는데 나그네들을 상대로 악행을 일삼았다. 쇠침대에 눕혀보고 침대보다 키가 크면 머리나 발을 잘라 죽였으며, 침대보다 키가 작으면 길이에 맞춰 다리를 늘렸다. 키가 작은 사람에게는 큰 침대를, 키가 큰 사람에게는 작은 침대를 주었다고 하니, 그의 여인숙에 묵은 모든 사람들이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표현은 상대방을 내 기준에 무조건 맞추려고만 하는 행동에 비유해서 사용하는 말이라고 한다. 


이 말을 시대적으로 안 맞는 사상을 주입시키려 할 때 자주 쓰인다고 한다. 그래서 내 눈에 더 잘 들어왔나 보다. 과거에는 당연했을지 몰라도 지금 시대에는 당연한 것이 아닌 것들이 있다. 시대의 흐름을 타지 못하고 타성에 젖어 과거의 것만 고집하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하는 개념임은 틀림없다.


맞지 않는 틀에 억지로 욱여넣었을 때의 끝은 고통뿐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받아들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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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디서 보고 들은 것 같은: 앙가주망 


에밀 졸라, <나는 고발한다>.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게 된 드레퓌스 (Dreyfus)를 위해 작가 에밀 졸라가 쓴 <나는 고발한다>. 당시 부와 명예를 다 쥔 사람으로서 대통령에게 공개적인 서한을 보내는 위험한 행동을 할 이유가 없었지만, 작가로서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믿었던 졸라. 그래서 결국 중상 죄로 유죄 선고가 내려졌고, 1년간 런던에 망명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소리로 진실을 외쳤던 졸라의 <앙가주망>은 "아는 만큼 행동하고, 사상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의무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프랑스에 자연스레 흡수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와, 앙가주망이 engagement 였다니, 상상도 못 했다! <지식인의 사회참여>를 의미하는 <앙가주망>.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해 숨기지 않고 거침없이 표현했던 졸라를 기리며, 오늘의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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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음으로써 진정한 "유레카!" 모먼트를 즐기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린다. 아,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시는 분들께도. 하루에 두 바닥씩 읽는 것이 그리 힘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두 바닥씩, 지식을 쌓는다고 생각하시고 자기 전에 가볍게 읽기에 환상적인 책. 


강력 추천드린다. 


PS) 영어공부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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