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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Feb 02. 2020

이 세상에 필요 없는 배움은 없다.

Connecting the Dots.

나에게 개인적으로 정말 큰 울림을 준 연설이 있다.

바로 Steve Jobs의 Stanford Commencement Address (2015)이다.

https://news.stanford.edu/2005/06/14/jobs-061505/


2015년에 이 연설을 읽고, 한 단어도 버릴 것 없는 완벽한 연설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내게 큰 울림을 준 부분은 바로 "Connecting the dots" 부분이다.


그는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Of course it was impossible to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when I was in college. But it was very, very clear looking backward 10 years later.


Again, you can’t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you can only connect them looking backward. So you have to trust that the dots will somehow connect in your future. You have to trust in something — your gut, destiny, life, karma, whatever. This approach has never let me down, and i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in my life."


그는 앞을 바라보면 연결의 힘을 볼 수 없을 거라 말하며, 과거에 있었던 모든 일들이 작은 점들이 되어, 미래에 큰 선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 경험은 그의 인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연설문을 읽고 나서 내 삶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정말 내 삶에도 connecting the dots라는 말이 적용될 수 있을까. 내 과거에 있었던 모든 일들이 작은 점이 되어 현재의 내 삶에 큰 선을 이루고 있는 건 맞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2015년의 나는 한국에 온 지 3년이 된, 영어를 본격적으로 가르치기 시작한 지 3년 차가 된 영어강사였다. 우연히 시작한 영어강사 일이 정말 운이 좋게도 내 적성과 맞아떨어졌고, 대학원 진학을 잠시 미뤄두고 내 일을 사랑하며 열심히 커리어를 쌓고 있던 중이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봤을 때, '영어강사'라는 직업은 내가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였고, 하버드 혹은 예일 로스쿨에 들어가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한 다음, 인권변호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 나의 지도교수님께서는 내게 LSAT (로스쿨 시험) 준비를 게을리하지 말고, 최고의 추천서를 써 줄 테니 걱정 말고 공부만 하라고 하셨고 나는 내 인생의 최종 목적지를 UN이라고 정해놓고 대학시절 3년 동안 정말 죽을힘을 다해 공부를 했다.


그런데 2015년의 내가 있던 곳은 예일 로스쿨도, 하버드 로스쿨도 아니었다. 대한민국 부산에 있는 한 학원의 사무실 안이였다.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났다. Connecting the dots. 학부시절의 내가 꿈꾸던 나의 삶과 너무나도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내게 이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2020년의 내 삶을 돌아본다. UN을 최종 목적지로 삼고 앞만 보고 달려온 나의 삶에 Connecting the dots 란 말은 정녕 어울리지 않는 걸까?


고민하던 2015년의 내게 당당히 말해주고 싶다.

Connecting the dots라는 말은 황예슬, 너의 삶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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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치외교 학부생의 위엄

나는 우리 학교의 몇 안 되는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한국인이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며 피할 수 없었던 것이 바로 역사 수업이었는데, 그때 미국사, 유럽사, 세계사를 정말 꼼꼼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날 나는 SAT를 메인으로 가르치는 Writing 선생님이지만 AP U.S. History, World History, European History도 가르친다. (Government 은 당연한 거고.) 내가 일했던 학원의 원장쌤들의 말을 잠시 빌리자면, 내가 영어강사로써 가지고 있는 큰 경쟁력 중 하나가 바로 "역사를 가르칠 수 있는 선생님"이라는 점이라고 하셨다. 나와 수업을 하면, SAT와 AP를 병행할 수 있어서 편했다고. 내가 만약 정치외교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면 AP 레벨의 역사수업을 해 낼 수 있었을까? 할 수 있다고 한들 AP 특성상, 엄청난 양의 수업 준비로 몇 시간 잠도 못 잤을 것 같다. 정치외교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쉽게 가르칠 수 있었고, 나만의 경쟁력을 더 높이 쌓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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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토론을 사랑한 소녀

나는 인권변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에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왔었다. 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변호사들이 정말 당당하게 소리도 치고, 말도 조리 있게 잘하고, 배심원들에게 호소하기 위한 스토리도 잘 만들어서 텔링 하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대학에 가서 토론을 위주로 하는 수업들을 많이 들었다. 사실 영어가 엄연히 제2의 외국어인 내게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학생들과 토론을 한다는 것, 그리고 그런 수업들을 듣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변호사가 되려면 논리 정연하게 말을 잘해야 하기 때문에 그 위압감마저 이겨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나는 사람들 앞에서 내 생각을 당당히 이야기하는 것 (Debate, Model UN), 학생들에게 스피킹 (TOEFL/TOEIC)을 가르치는 것이 나의 중요한 업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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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 글, 글.

우리 학교의 정치외교학과는 어마어마한 Weekly Reading과 Paper를 쓰는 걸로 악명이 높다. 내가 학부생일 때 일주일에 책 300-500페이지 책 5권 독파는 기본이고, 그 외에 Supplement로 교수님이 pdf 파일을 올려주셨는데, 내가 나중에 졸업할 때쯤, 대학 생활 3년 만에 읽은 양이 얼마나 되는지 보려고 책과 종이를 쌓았더니 내 키를 아주 쉽게 넘어버렸을 정도로 읽어야 하는 양이 많았다. 양이 아무리 많아도, 그저 읽고 체득하는 것에서 끝나면 좋으련만, 그 선에서 절대 끝나지 않는다. 읽은 것을 종합하여 페이퍼를 써야 하는데, 한 교수님당 내라고 하는 페이퍼의 수는 교수님 마음이고, 최소 30페이지 정도는 적어 내야 한다. 그 걸 3년 동안 하면서 나의 글쓰기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는데, 덕분에 학생들 대학 입시 에세이 (자기소개서)나 SAT Essay 역시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그리고 대부분 어려워하는 Critical Reading & Thinking (비판적 사고) 관련 수업도 커리큘럼을 직접 짜고, 선생님들을 트레이닝시키는 일을 할 수 있었다. 내가 만약 글을 밥먹듯이 쓰고, 책을 끼고 살지 않았더라면,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능력들을 키워낼 수 있었을까?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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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딱유목 예슬쌤

내가 부산에서 일한 학원은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정말 다양한 연령대가 있는 학원이었다. 내가 원래 담당해서 가르쳤던 학생들은 고등학생들이었지만, SAT 수업 특성상 여름/겨울 방학을 맞은 유학생들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유학생들이 다 빠지고 나면 유치원생들을 때때로 맡을 때도 있었다. 그때 내가 가장 열심히 맡아서 했던 일은 Phonics를 가르치는 것과 아이들 발표회를 준비하는 것이었고, 그 수업을 도맡아서 한 결과 영어 동요와 Phonics 하나는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배울 수 있었다. 내가 영어동요나 파닉스를 배울 시기인 유아기-7세까지는 한국에 있었기 때문에 사실 그런 것들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유치원생들을 지도해본 경험 덕분에 Nursery Rhyme을 부르고 Phonics를 통해 알파벳의 사운드를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유치원생들을 가르치는 경험을 하지 못했다면 딱유목의 예슬쌤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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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꾸준함

대학을 졸업해서 지금까지 나는 공부를 놓은 적이 없다. 아이들을 가르친 강사라는 직업을 가진 내게, 배움이라는 것은 끝이 없고, 새로운 수업은 계속 개설되고 있으니, 나는 계속 공부를 해야 하고 수업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랬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내 인생에 Connecting the dots 가 살아 숨 쉬지 않았더라면 가능한 일이었을까? 아마 대학 졸업 후, '지긋지긋한 공부는 이제 끝이다'라는 생각으로 책 한 권 들여다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나의 프로 패션 덕분에, 나는 오늘도 공부를 한다. 그것도 정말 꾸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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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에 대해 내가 자랑할 수 있는 것은 몇 안되지만, 나는 내 꾸준함 하나는 자신 있다. 포기하지 않고 조금조금씩, 꾸준하게 하는 것. 한번 시작한 일은 끝을 내는 것. 그것 하나만큼은 내세울 수 있다.


나는 오늘도 Steve Jobs 가 말한 Connecting the Dots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그리고 멈추지 않는다.


내가 오늘 새로 경험하고 배운 무언가. 누구에게는 지극히 평범하고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미래의 내게 아주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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