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슬쌤 Feb 03. 2020

그녀들이 무대를 뒤집어놓으셨다! 워후!

feat. JLo and Shakira.

나의 제2의 고향은 '엘살바도르'라는 나라이다. 미국에 이민 가기 전에 먼저 살았던 곳이 엘살바도르고, 영어를 배우기도 전에 먼저 배웠던 언어가 스페인어다. 살았던 햇수는 미국에서 살았던 햇수보다 비교가 안되지만, 엘살바도르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늘 그립다. (미국은 사실 딱히 그립지는 않다. 살만큼 살았기 때문에 내가 만약 다른 나라에 정착을 하게 된다면 미국은 피하고 싶다.) 지금의 내게 다시 엘살바도르에 가서 살 의향이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Yes"를 외칠 정도로 그 나라에 대한 좋은 기억이 참 많다.


나는 엘살바도르의 파티문화를 정말 사랑한다. 그들은 나처럼 흥이 많다. 내가 기억하는 것 중에 가장 좋은 기억이, 금요일, 토요일만 되면 너 나나나 할 것 없이 같이 사는 아파트 사람들끼리 테니스코트에서 파티를 열었다. 서로 음식을 가지고 나와 potluck 식으로 나눠먹고, 맛있게 음식을 먹은 다음, 수영장에 들어가서 한번 놀고, 또 나와서 먹고. 먹고 놀고먹고 놀고를 반복한다. 그리고 일요일에는 정말 조용히 쉰다. 다음날이 월요일이라 에너지를 충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어도 아닌 스페인어를 하는 나라에 가서 산다는 것이 낯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내가 사랑하는 음악과 열정,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있는 나라였기에 엘살바도르에서 살았던 시간들은 짧지만 내게 강렬하게 남아있다.


내가 한참 엘살바도르에 살 때 인기가 많았던 가수들은 JLo (Jennifer Lopez), Shakira, Britney Spears, NSync, Backstreet Boys, Christina Aguilera, Westlife 정도이다. 그리고 그중, JLo와 Shakira는 라티나 (Latina)로써 미국 사회에서도 인정받는 가수들이었고, 음악 역시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팝스타일이 아닌, 자신들의 음악인 살사나 메렝게로 미국에서 승부를 보았다. 심지어 샤키라의 노래들은 스페인어 가사였고, 영어가 아닌 다른 나라의 언어로 MTV에 나와서 무대를 한다는 것이 내게 정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미국에 가서도 Shakira와 JLo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노래뿐만 아니라 배우로서도 성공한 JLo. 그녀의 영향력은 옷부터 향수까지, 그녀의 손이 안 닿는 분야가 없었다. Shakira는 반면 가수로써 계속 노래만 하더니, 결국 2010 Fifa Worldcup의 Official Song 인 'Waka Waka'를 스페인어로 부르는 대박을 터트리기도 했다.


나는 그녀들의 승승장구를 옆에서 지켜보며 정말 경외의 박수를 아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방인으로써 미국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또한 주류사회에 뛰어들어 미국인들에게 저렇게 인정받는다는 일은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라티나로써 저렇게 성공한 그녀들을 동경했고, 또 동경했다.



그런데!

정말 역사적인 일이 터지고 말았다. Shakira와 JLo가 2020 Super Bowl Halftime Show에 선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pILCn6VO_RU


약 15분간의 열정적인 무대를 보고 나서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

이 쇼를 보고 또 봐도, JLo 가 반 백세, 샤키라가 43세라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그렇게 춤을 추면서 음정이 하나가 흔들리지 않고 라이브로 소화하는 모습. 정말 MAD RESPECT!


샤키라의 메들리 무대에서는 그녀의 상징인 벨리댄스가 단연 돋보였고, 영어보다는 스페인어 가사가 많이 들어간 노래들을 많이 선택했다는 점에서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멘트, 그리고 쇼가 다 끝난 후에 던진 멘트 역시 스페인어였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광고가 슈퍼보울 광고일 정도로 영향력이 어마 무시한 슈퍼보울 Halftime Show에 스페인어가 울려 퍼지다니. 역사적인 날이 아닐 수가 없다.

https://www.opploans.com/blog/here-are-the-10-most-expensive-commercials-ever-made/


그다음은 JLo. 이 사람은 정말 미쳤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처음에 그녀 역시 자신의 노래 메들리로 시작을 하였고, 중간엔 봉춤까지 (정말 힘들다고 들었는데 노래의 흔들림이 단 1도 없이 해내더라. 진짜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추는데 진짜 소름이 돋더라.


그리고 12분 가까이 되어서 아이들이 나오면서 리믹스된 그녀의 히트곡 'Let's Get Loud'가 나오는데, 그때 노래를 부르는 꼬마 아이가 JLo의 11살 난 딸, Emme이다. 그녀의 딸과 어린 소녀들이 케이지 안에 있고, 거기서 나오는데, 그 퍼포먼스는 미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살다가 ICE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 Detention Center로 끌려간 Latinos를 위한 무대였다고 한다. 케이지 안에 있는 사람들이 바로 끌려간 불법체류자들, 그리고 JLo 가 추후에 국기가 그려진 옷을 입고 나온다.


JLo 가 손을 양옆으로 펴면 보이는 국기가 Puerto Rico의 국기. (그녀는 미국 New York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은 Puerto Rico 출신이다)


손을 안으로 하면 보이는 국기가 바로 미국 국기이다.


JLo는 이 무대를 통해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그녀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나는 그대로 --날것으로-- 두고 싶다.

어떻게 생각하던지 보는 사람의 자유일 테니.

하지만 나는 충분히 감동받았고, 세계 각국에 있는 그녀의 Latino 팬들은 세계적인 쇼에 Puerto Rican Flag가 저렇게 대문짝만 하게 나간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받은 듯하다.




여성으로서, 소수민족으로써, 세계적인 쇼에 서기까지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그리고 무대를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는 자리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


한동안 그녀들의 무대가 내 뇌리 속에서 잊히지 않을 듯하다.


그리고 감히 꿈꿔본다.

한국인 가수가 한국어로 Super Bowl 무대에 서서 대한민국 국기를 펼쳐도, 세계인이 열광하는 그 날을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 세상에 필요 없는 배움은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