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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Feb 06. 2020

오늘을 잊지 않으리.

A Day to Remember.

살면서 '꼭 기억하고 싶은 날'이 아주 많은 편이지만, 오늘은 정말 기억하고 싶은 날 중에서도 Top of Top일 정도로 유익한 시간이었다. 영어 교육 관련 프로젝트 미팅이라고만 들었지, 정확히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지 모르고 미팅에 참여했다. 하지만, 미팅 시간이 3시간 가까이 되면서 나눈 이야기들은 나를 정말 설레게 했고, 앞으로 팀메이트들과 함께 일하며, 크게 확장해 나갈 프로그램만 생각하면 너무 행복하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하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은 내가 하고 있는 일 몇 가지를 내 손에서 내려놓는 것이다.  차별화된 커리큘럼을 짜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research 역시 필수다. 그리고 나만의 브랜드, 나만의 커리큘럼을 만들기 위해 다른 커리큘럼이 갖고 있지 않은 특별함 역시 몇 스푼 넣어야 한다. 


내 개인적으로 교육을 할 때는 그것이 바로 keypoint라고 생각한다. 


커리큘럼의 특별함. 
그리고 그 커리큘럼을 실행시킬 수 있는 저 세상 텐션의 미친 실행력.



내가 여는 수업들이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수강생이 너무 많아 더 이상 받지 않게 된 이유. 

같은 것을 가르쳐도 학생들이 나를 찾는 이유는 바로 '특별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학생들의 점수를 올리기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쳐야 하는 건 선생님으로서의 "기본"이다.)



자, 그렇다면 나는 생각해봐야 한다. 


이 넓고 넓은 세상에 선생님들이 얼마나 많은데,
학생들은 도대체 왜 나를 선택해야만 하는가? 




1) 구글과 컴퓨터를 잘 활용한다. 

-내가 현재 가르치고 있는 시험들은 TOEFL/SAT/AP 이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대해 무지하면 이 시험의 트렌드를 따라갈 수가 없다. 교육을 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Standardized Exams 특성상 많이 안 바뀌는 것 같으면서도 체인지가 아주 조금씩, 야금야금 생긴다. 문제 유형이 바뀔 수도 있고, grading system 이 변할 수도 있다. 굉장히 민감한 트렌드가 바로 시험이다. 따라서 내가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이 시험들을 주관하는 회사들의 홈페이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Mailing List에 내 이메일을 등록해놓는 것은 기본이다. 나는 미국으로부터 바다 건너 있기 때문에 내가 스스로 민감해지지 않으면 뒤쳐지기가 쉽기 때문이다. 


-구글에 답이 있다. 구글링을 통해서 얻지 못할 정보는 거의 없다고 본다. 내가 원하는 논문부터, 시험 관련 자료, 책, 다큐멘트 등등 내가 필요로 하는 수업 소스들은 다 구글에 있다. 그래도 부족하면 내가 체득한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들면 된다. 하나의 교재를 만들고, 커리큘럼을 짜는 것은 엄청난 인내와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그 시간마저 금이다. 그로 인해 배울 수 있는 것이 정말 많다. 


2) 교재 연구

-사실 이 방법은 내가 내 발등을 찍은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인데, 나는 Amazon에서 SAT/AP 관련 책들을 닥치는 대로 사서 읽는다. 결과적으로, 내가 모르는 SAT/AP 출판사는 없다. 뿐만 아니라, 출판사 별로 어떤 느낌의 문제들이 많은지, 단계는 어떤지, 어떤 출판사의 책은 별로이고 어떤 출판사의 책이 최고인지 이제 책의 커버만 봐도 알정도이다. 사실 이렇게 되기까지 지난 8년간 정말 피나는 노력을 했다. 이 책들을 섭렵하기 위해서 돈도 많이 썼고. 하지만 선생님으로서 교재 연구는 필수다, 필수. 


3) 나만의 색깔 키우기 

-이 세상 그 어떤 학생도 "재미없는" 수업은 싫어한다. 학생들이 지루하면 잠이 오는 게 당연한 거고, 수업시간에 집중을 못하는 것도 당연한 거다. 만약 내 수업에서 학생이 졸고 있다던지, 집중을 못하고 있으면 문제점을 학생에서 찾을게 아니라 "나"에게서 찾아야 한다. 그 학생이 만약 게임을 하고 있다면, 끔벅끔벅 졸까? 절대 아니다. 수업이 재미없고 지루하고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기 때문에 조는 거다. 그럼 누가 문제일까? 바로 가르치는 선생님의 잘못이다. 


나도 티칭을 이제 막 시작했을 때 학생들이 지루해하는 모습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반성하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이 학생들이 안 졸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때 내가 얻은 결과는:


1) 스토리텔링 형식의 수업 

-왜 이게 정답인지 그냥 밋밋하게 설명만 하는 게 아니라 적절한 예시를 들어주면서 스토리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거다. 예시를 들을땐 학생들이 반드시 "공감" 할 수 있는 예시여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트렌드에도 민감하려 노력한다. 그래야 아이들과 말이 통하니까.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설명을 해주면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2) 큰 목소리 

-나의 교실은 항상 늘 끝쪽에 있다. 왜냐면 목소리가 너무 커서 쩌렁쩌렁 울리기 때문에 다른 선생님들 수업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 동료 선생님들로부터 "정중한" 메시지를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예슬쌤, 정말 죄송한데 목소리 조금만..


그런데 학생들이 나를 "목소리가 큰" 선생님으로 기억하기 시작했고, 내 수업에 들어오면 잠이 확 달아난다는 피드백을 주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너무 커서 잠을 잘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험을 풀 때 내 목소리가 생각이 나면 집중이 흐릿해지다가도 정신이 번쩍 든단다. (심지어 내 목소리를 녹음해가고 싶다는 학생들도 여럿 있다.) 


이 정도면 성공했지 싶다. 



4) 이 모든 것을 꾸준하게, 제대로. 

-사실 내가 이런 팁들을 무수히 알고 있어도, 꾸준하게, 제대로 실천하지 않았더라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한번 시작한 것은 제대로, 꾸준하게 했다. 8년 동안 쉬지 않고 나의 색깔을 내려 무던히 애를 썼고, 남들이 가르치지 않는 방식을 연구하기 위해 수업 준비가 많이 없는 날에는 교재 연구와 구글링을 통해서 끝없이 자료들을 모았다. 그렇게 해서 모은 자료들만 1TB가 넘는다. (pdf/doc file들이 크기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자료"만 1TB가 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아실 거라 믿는다.) 이것들은 나의 큰 자산이고, 훗날 내가 나의 색을 더 강렬하게 내뿜을 때 내게 큰 도움을 줄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 나는 정말 중요한 미팅을 마치고, 압구정 커피빈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내가 지금 이 순간 느끼고 있는 이 감정과 오늘 얻은 인사이트가 정말 소중해서, 잊고 싶지 않아서 굳이 집에 안 가고 카페에 홀로 남아 글을 쓴다. 오늘을 잊지 말자.


황예슬,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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