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누구나 카피라이터
나의 생각을 글로 꺼내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평 쓰기를 시작하면서 하루에 최소 한 두 편은 꼭 글을 쓰고, 나의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에 <글>이라는 매체에 내 생각을 실어 <일기장>에 고이 보관하는데, 서평은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6개월, 일기는 본격적으로 쓴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글쓰기>는 쓰면서도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더 미칠 노릇이다.
<잘 쓴 글> 그리고 <못 쓴 글>은 100% subjective 할 수밖에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수학처럼 공식이 주어져서 답이 있으면 좋으련만, 글쓰기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나 자신에게 엄격하게 대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 쓰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머릿속 생각을 머리 밖으로 꺼내는 행위는 고귀하기 때문이다.
<카피책>의 카피라이터 정철이 <누구나 카피라이터 -- 생각이 글이 되는 과정 생중계>로 돌아왔다. <카피책>을 통해 단어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된 나는 그의 귀환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이 책은 부제처럼 <생각이 글이 되는 과정>을 생중계해준다.
생중계를 하기에 앞서, <생각, 대화, 동업, 그리고 편지>로 독자들의 완벽한 생중계를 위한 준비운동을 시켜준다. 또한, 글의 끄트머리에 <밑줄 긋기> 부분이 나침반이 되어 독자들이 잘 가고 있는지 확인시켜준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각 장의 끝에 <기억의 공책>이라 하여 저자의 생각과 인사이트를 담은 글을 실은 부분이다. "정철"이라는 카피라이터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를 때리고 비틀고 꼬집을 때 나는 두 녀석의 도움을 받습니다. 하나는 영감, 또 하나는 과학입니다.
영감: 신의 계시를 받은 듯 머리에 번득이는 착상이나 자극.
과학: 어떤 대상을 객관적으로 계통적으로 연구하는 활동." P.16
-개인적으로 <영감>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하루에도 수만 가지 생각이 나를 스쳐지나 가는데, 그중에 나의 뇌리에 스쳐 지나가면서 내 마음에 강하게 꽂힌 자들만 나의 일기장에 자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운명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그래서 나는 영감이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그 찰나의 순간을 cherish 한다.
저자가 <영감> 그리고 <과학> 두 단어를 이야기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던 이유는 나는 이것을 <과학>이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우연의 일치였다고 생각했을 뿐. 하지만 나를 스쳐 지나간 수만 가지의 생각들 중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들이 나에게 날아와 꽂힌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과학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외부로부터 오는 자극들로 인해 생겨나는 생각들과 영감 주머니들을 더더욱 철저하게 기록할 생각이다. 과학은 과학답게, science is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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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각자의 삶의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은 모두에게 추천한다. 나의 생각을 종이에 적기까지, 고작 30cm의 거리지만 그 어떤 거리보다 길게 느껴질 수 있는 마음의 거리를 확실하게 좁혀 줄 수 있는 책이기에.
글을 잘 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없다.
"아이디어는 꼭 내가 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습니다. 내게 아이디어를 찔러줄 사람은 널렸습니다." P.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