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데카메론 프로젝트
"메멘토 비베레 (Memento vivere) -- 너는 살아야 할 운명임을 기억하라 -- 는 데카메론의 메시지다." P.18
14세기에 쓰인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 날개 돋치듯 팔리던 시점이 바로 2020년 3월,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이제 막 퍼지고 있을 때쯤이었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흑사 평이 피렌체를 무력화시키고 있을 때 그 도시 밖으로 피신한 한 무리의 남녀가 서로를 위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모은 앤솔로지다. 코로나라는 바이러스를 처음 마주한 사람들은 14세기의 책을 통해서 각자만의 방식대로 살아남을 방법을 찾고 있었고, 뉴욕타임스의 에디터들은 2021년의 데카메론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격리 중에 탄생한 소설들을 모아 <데카메론 프로젝트>가 세상에 나왔다.
수많은 소설가들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격리 중인 생활에 쓴 소설들을 보내왔다. 그리고 나는 이 소설들을 읽으면서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면서 쓴 글들이 한 곳에 모인건 후세에게도 뜻깊은 일이거니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도 예술을, 창작을 놓지 않은 소설가들을 깊이 존경하는 마음만 가득했을 뿐.
내 마음 한편엔 이런 물음표도 존재하고 있었다. 당대 최고의 작가들이 쓴 새로운 소설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기억하고 이해하는데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위기가 소설의 기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 주옥같은 작품들을 읽고 또 읽으면서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나는 이내 깨달았다. 이 책, 정말 멋진 책이라고. 코로나에 대해, 지구의 안녕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해주는 고마운 책이라고. 소설가들이 남긴 이 작품들은 길이길이 남을 것이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위로가, 후세를 살아갈 미래의 사람들에게는 과거의 아픔이 생생하게 전달될 수 있는 매체가 될 것이다.
-
이 책을 덮은 지금, 나는 <데카메론>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만의 <데카메론>을 만들어본다면 어떨까? 비단 코로나 시대의 <데카메론>이 아닌, 나의 하루하루가 담긴 <데카메론>을 말이다. 나는 살아야 할 운명이기에. Memento vivere!
"삶의 가장 무서운 경험 중 하나에 깊이 빠져들었던 순간에 쓰인 단편소설들이 밀려 들어왔을 때, 우리는 이 작가들이 예술을 창조하고 있음을 느꼈다." 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