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아레 칼뵈의 <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는 내가 제목만 보고 떠올렸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책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산을 오르는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라는 이야기만 듣고 재미없을 거란 생각을 덜컥했더란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태어나서 등산 다운 등산을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기에 등산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롤로그와도 같은 그의 여행 전 이야기들을 읽자마자, '아, 나의 예상을 엇나가는 또 다른 책이겠군, '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책을 닫을 수 있었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유쾌 상쾌 통쾌> 그 자체다. 또한, 나는 저자가 가진 스토리텔링의 힘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연을 좋아하지만 감히 등산을 시도해 볼 생각은 전혀 없었던 내게 집 근처에 있는 산이라도 올라보자, 라는 생각을 하게 했으니 말이다.
앞서 말한바처럼,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산에 오르며 저자가 겪은 이야기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어 담았다. 그가 등산을 하면서 마주한 풍경 이야기, 만난 사람들 이야기, 다른 이들과 나눴던 대화, 그리고 등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만난 본인의 이야기까지, 어찌 보면 평범한 매일매일의 이야기 모음집이다. 하지만, 작가는 뛰어난 통찰력으로 자신이 보고 관찰한 것을 유쾌하게 풀어내고 독자들이 등산의 매력에 푹 빠져 헤어 나올 수 없게 만든다. 정말이지, 숨 쉬는 것 외에는 움직이기를 끔찍이도 싫어하는 내가 동네산이라도 올라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면 말 다한 거다.
또한, 저자 역시 이 책을 쓰기 전에 등산을 단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라는 점이 나를 이 책에 열광하게 만들었다. 보통 등산에 대한 <책>을 쓰는 분들이라면 등산 전문가라던지, 산에 대해서 잘 아시는 분들이 책을 쓴다. 그래서일까, 나는 산에 대한 책을 읽을 때마다 딱히 공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저자는 산의 매력을 전혀 몰랐던 사람이지만 등산을 통해 자연이 주는 치유, 생명력, 그리고 본인의 인생을 어렵게 했던 수수께끼들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나는 이것이 바로 저자가 이 책의 독자들에게 주는 진정한 선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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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내가 책을 쓰게 된다면 이런 책을 쓰고 싶다.
인생의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콘텐츠로 풀어내는 능력이 빛나는 그런 책.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선 나의 삶에서 마주한 작은 조각들을 잘 모아둬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