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The Perks of Taking Notes
내가 요즘 일주일에 한 번씩 글을 쓰는 이유는 디깅 크루 Monthly 글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인데, 일주일에 한 번씩 글을 publish 해야 할 뿐만 아니라 Weekly로 글쓰기 관련된 질문에 대답을 하는 코너도 있다. 그래서 그때 나의 글쓰기 루틴이나 언제부터 쓰는 사람이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곰곰이 생각을 해보다가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이번 주 글은 <기록>에 대해 써보기로 했다.
1. 내 기록의 시작
-어릴 적부터 일기 쓰는 것을 중요시 여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엄마가 일기는 꼭 써야 한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이었다. 하루를 되돌아보는 게 얼마나 값진 일인지 알아야 한다며 다른 건 몰라도 일기는 꼭 써야 한다고 어릴 적부터 들었기에 나는 자연스레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에 <일기>를 썼다. 글을 깨우치고 글을 쓸 수 있을 때 즈음부터 일기를 썼고 글 근육과 탄력성이 꽤나 좋았기에 초등학생이 되어 방학숙제로 일기 쓰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였다. 매일매일 쓰기 싫을 땐 각 장에 그날 있었던 일이나 키워드를 미리 적어뒀다. 그리고 개학 전날에 몰아 쓰곤 했는데, 매일매일의 키워드를 기록한 걸 보면 내 DNA에는 분명 부지런히 기록하는 습관이 있었던 건 확실하다.
2. 기쁘다 기록 터졌네
-나의 기록 생활이 제대로 자리 잡기 시작한 건 고등학생이 되어서였다. 초등학생 때부터 꾸준히 글을 쓰고 일기를 쓰고 친구들에게 편지를 즐겨 썼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서 성적 관리를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노트필기에 목숨 걸기 시작했다. 원체 다이어리를 쓰기 좋아하고 지류 (종이라면 정말 다 좋아한다) 라면 환장하는 사람인지라, <공부>를 빌미로 마음껏 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주변 친구들이 내 노트를 빌려가기도 하고, 심지어 photocopy를 해주면 돈을 주겠다고 하는 친구들도 생겨났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아, 나는 기록을 통해 기쁨을 느끼는구나. 노트를 쓰면서 자연스레 정보를 습득하는 사람이구나.
그래서 노트 필기에 대해 가장 열정적이었던 시절은 단연 고등학생 때라고 말할 수 있겠다. 오버 조금 보태서 내 노트면 교과서가 필요 없었으니.
3. 워커홀릭의 기록
- 대학생이 되었을 때 기록으로부터 살짝 멀어졌던 이유는 잘나신 애플 형님에 푹 빠졌었기 때문이다. 랩탑에 노트 쓰는 게 유행(?)이었고, 말이 빠른 교수님의 속도롤 내 손이 따라가지를 못했기에 종이와 함께 가는 건 무리였다. 그리고 한국에 와서 학원에 취직을 했고, 기록광의 짬바(?)는 무한한 빛을 발했다.
학원 강사로써 기록을 하는 건 너무나 중요했다. 학부모 상담을 위해선 각 학생의 장단점을 수시로 적고, 수업에 무엇을 가르쳤는지 꼼꼼히 기록해야 했기 때문에. 또한, 수업 준비를 하면서 가르칠 내용을 손으로 적는 것과 적지 않았을 때의 차이가 컸다. 노트를 쓰고 나의 언어로 한번 더 정리하고 강의했을 때 나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내 강의 퀄리티가 더 높게 느껴졌고, 아이들도 더 수월하게 이해하는 것 같았다. 나의 기분 탓이었을지도 모르겠으나, 난 지금도 내가 강의 준비를 노트에 적어가며 했을 때 나의 자신감도 업, 강의 퀄리티도 업 되었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모든 미팅에 미팅 로그를 적었다. 중요한 내용부터 주고받았던 메시지의 키워드까지 다 적었다. 항상 적는 내가 있었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미팅 때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스레 했다. 그리고 내가 하는 말은 의심하지 않았다. 내가 기록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았기에 내가 하는 말들은 기록에서 근거하여하는 말이었음을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기록하는 습관은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 내 커리어를 쌓는 데에 크나큰 도움을 주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커리어의 1차 정점은 2016-2018년이었다고 생각한다. 20대 후반에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며 쉬고 싶을 때 쉬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었던 워라밸은 물론, 20대 상위 1%의 연봉을 찍을 수 있었던 비법이자 내 커리어에서의 퀀텀점프를 일으킨 건 아마도 나의 기록하는 습관이 아녔을까.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지 않고 끈질기게 기록했던. 수십 권의 강의노트와 회고록의 콜라보 말이다.
4. 그리고 현재
-나는 지금도 열심히 기록한다. 다이어리를 10권을 쓰고 있고, 그 외에도 기록, 또 기록한다.
어떤 이는 기록하는데 질리지 않느냐고 한다. 아니, 전혀.
기록이 나의 아이덴티티이자 곧 나다.
Am I tired of being myself? No. 한 번도 그래 본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 없다.
난 앞으로도 기록할 거고 쓰고 또 쓸 거다.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고 나를 살게 하는 기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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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나의 학생들에게 기록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학생들이 나의 수업을 들을 때마다 툴툴거리는 것이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무조건 노트를 써야 한다"는 규칙의 존재다. 특히나 요즘 학생들은 랩탑에 익숙해서 타자를 빨리 쳤으면 빨리 쳤지, 손으로 무언가를 적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 수업은 준비물이 "공책"과 "폴더"일 정도로 주어지는 유인물도 많고 아날로그 식의 노트필기가 필수인 수업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내 수업은 다 좋은데, 노트필기가 익숙하지 않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이들에게 노트필기를 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
나는 학생들이 내 강의에 들어와 90분 동안 앉아 있었다면 무언의 기록물을 집에 가져가길 바란다. 내 수업에서 무언가를 했다는 것의 징표가 모든 이들의 눈에 보이기를 원한다. 지식을 전달한다는 것은 어쩌면 굉장히 추상적인 일인지라, 노트를 쓰지 않으면 아이들이 내 수업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노트필기를 하지 않으면 아이들도 집에 갔을 때 "예슬쌤 수업에서 뭘 배웠지?"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무조건 노트필기를 시킨다.
내 수업에 왔으면 기록을 가져가는 게 철칙이다.
이는 내가 강의를 시작했을 때부터 세운 철칙이고, 앞으로 더 좋은 맥북이 나온다고 한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
또한, 기록은 남는다. 내가 가르치는 것들은 일회성이 아니라, 평생 써먹을 수 있는 중요한 것들이다. 문법, 역사, 철학, 심리학 등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학문들이다. 따라서, 나중에 대학생이 되고 회사원이 되었을 때도 반드시 필요한 기본적인 지적 소양이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겨서 나중에 꼭 써먹길 바란다.
(실제로 SAT 선생님이 된 제자들이 있는데, 내가 10년 전에 가르쳐 준 것들을 가보(?) 삼아 몇 번이고 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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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기록을 통해 우리는 엄청난 것들을 남긴다.
그것이 정돈되지 않은 보잘것없어 보이는 생각일지라도, 하자, 기록.
반드시 기록의 쓸모는 나에게 돌아오게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