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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May 24. 2020

Sí se puede!

나는 할 수 있다!

나에게 있어 한 해의 여름부터 하반기까지는 가장 정신없고 바쁜 시기이다. 유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이자 컨설턴트인지라,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6월부터 8월까지는 여름방학 특강이 시작이 되고, 9월에 잠시 한숨 돌리고 10-11월은 수시로 원서를 넣는 12학년들과 원서 준비를, 12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는 정시로 원서를 넣는 12학년들과 3주간의 겨울방학을 맞이한 학생들을 지도해야 한다. 


그래서 사실 한국에 와 몇 년 동안은 하반기에 무언가 새로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는 일만으로도 워라밸을 맞추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8년에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본격적인 '프리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면서 일을 핑계로 미뤘던 도전을 시작했다. 하고 싶었던 노래를 하기 위해 히든싱어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내가 가장 바쁜 6월-8월을 히든싱어와 함께했다. 새벽부터 학원에 나가 강의를 준비하고, 강의가 끝나자마자 상암 JTBC로 달려갔다. 집에 돌아오면 11-12시를 넘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집에 와서 잠만 자고 새벽에 나가기를 3개월 동안 했다. 그래서 그런지, 체력 하나만큼은 끝내주는 내가, 여름 감기에는 걸린 역사가 없는 내가, 목을 그 어느 때보다 잘 관리해야 할 시기에 감기에 걸려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로 아프기도 했지만, 노래를 좋아하는 순수한 열정 하나만으로 악조건을 이겨내고 히든싱어에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내 옆엔 가장 사랑스러운 미키 패밀리가 있다. 


2018년의 나는, 내가 가장 바쁜 시기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고, 그 도전이 나에겐 너무 행복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때 깨달았다. 바쁘다는 건 다 핑계일 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당장 도전하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라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미루기보다는 지금 당장 하는 것이 '나'라는 사람에게 맞다는 것을. 



1) 스페인어를 잘하고 싶은 이유 

2020년의 나는 바쁜 6월을 앞두고 새로운 도전에 당장 뛰어들기로 했다. 그것은 나의 오랜 숙원이었던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것이다. 


사실 나의 2nd language는 스페인어다. 한국에서 살다가 중미 '엘살바도르'에 먼저 갔다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 영어를 배웠기 때문에, 순서만 놓고 본다면 스페인어를 먼저 배웠다. 엘살바도르에 2년 남짓 살면서 현지인급으로 스페인어를 할 수 있었는데, 내가 생각했을 때 내가 스페인어를 짧은 시간 내에 잘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어렸기 때문에 언어 습득이 비교적 빨랐을 거고, 또 그 나라에서는 스페인어를 못하면 일반적인 대화 자체가 안되기 때문에 스페인어를 배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스페인어를 금방 배울 수 있었다. 그때 당시의 나는 모국어인 한국어보다 스페인어를 더 잘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그런데 미국으로 가면서 스페인어를 쓸 기회가 많이 사라졌고, 대신 영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페인어는 내 머릿속에서 서서히 잊혀갔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제2의 외국어로 스페인어를 선택하면서 우리 학교에서 유일한 아시안으로 AP Spanish까지 듣고 시험을 쳐서 5점 만점에 5점을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스페인어를 꽤 잘한다고 자부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지금까지 10년을 스페인어를 놓고 살았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스페인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고자 한다. 


스페인어를 더더더더더더욱 잘하고 싶은 이유는, 넷플릭스 "종이의 집"을 보는데 스페인어가 생각보다 많이 안 들린다. 자막을 놓고 봐야 이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퇴보한 나의 스페인어를 다시 깨우고 싶다. 그리고 난 늘 주변인들에게 이야기 하지만, 중미/남미/라틴아메리카 특유의 감성을 사랑한다. 음식도 사랑하고 음악도, 열정도, 춤도, 다 좋다. 그래서 스페인어를 잘하고 싶다. 그 문화를 더 공부하고 싶고 더 알고 싶기 때문에, 스페인어를 정말 잘하고 싶다. 


P.S.

부끄럽지만 살면서 언어를 딱히 '공부' 해본 적이 없다.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세 언어 다 내가 그 언어를 쓰는 나라에서 살면서 저절로 '습득'을 했을 뿐, 나와 전혀 상관없는 언어를 '공부'하고 '배워'본 적은 없다. 그래서 스페인어를 어느 정도 잘하게 되면 정말 한 번도 배워본 적 없고 쓸 줄도 모르는 '중국어'를 공부해보고 싶다. 정말 1도 모르는 언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어느 정도 기본기가 세팅이 되어있는 스페인어를 공부해봄으로써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고(?) 중국어 공부를 시작해보고 싶다. 


2) 최종 단계 

영어를 오랫동안 써오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그 나라의 문화를 깊숙이 알려면 그 나라의 언어를 공부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이해하고 싶고, 스페인어를 쓰는 사람들만이 아는 유머를 이해하고 싶다. 


눈에 '보이는' 목표는 '종이의 집'을 자막 없이 완벽하게 이해하고 싶다. 그리고 다른 스페인어 토크쇼나 뉴스를 자막 없이 이해하고 싶다. 


학생들의 스페인어 과제를 사전 없이 도와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영어만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니라, 스페인어 까지도 잘 가르쳐 줄 수 있는 그런 선생님! 영어/스페인어 둘 다 도움받을 수 있는 선생님이 황예슬 선생님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 


DELE에 도전하고 싶다. 

https://www.fu-tenerife.com/dele-exam-2020/#1



목표를 쓰다 보니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 

내가 어릴 적에 꿈을 꾸면서 잠꼬대를 했는데, 그때 3개 국어로 잠꼬대를 했단다. 


"언제나 코카콜라"
"Always Coca-Cola"
"Siempre Coca-Cola"


 그래, 그때의 내가 될 수 있도록. 잠꼬대도 3개 국어로 할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을 키우겠다. 


3) 최종단계로 가기까지의 단계 (Top - Down)

a) 스페인어 Study Process (writing)

책 - 브런치 글 - 작문 - 한 문단 - 한 문장 - 한 단어 습득 - shadowing (imitate)


b) 스페인어 Speech Process (speaking)

스피치 - Academic subject 주제 뽑아서 이야기하기 - 대화체로 혼잣말해보기 - 하루 일과 말하기 (3-5분) - 하루 일과 말하기 (30초-1분) - 하루 일과 한 문장으로 말하기 - shadowing (imitate)


c) 스페인어 Listening Process (listening) 

자막 없이 스페인어 프로그램 보기 - 자막으로 스페인어 프로그램 보기 - transcribe (듣고 쓰기)


d) 스페인어 Reading Process (reading)

스페인어로 된 글 사전 없이 읽기 (articles, 소설 등등) - (이 프로세스 중, 고등학교까지 반복) - 스페인어 초등학생 레벨 책 사전 없이 읽기 - 스페인어 초등학생 레벨 책 사전 끼고 읽기 - 스페인어 동화책 사전 없이 읽기 - 스페인어 동화책 사전 끼고 읽기 (모르는 단어 10개까지만 찾고 나머지 유추해보기) - 스페인어/한국어 또는 스페인어/영어로 되어있는 책 (쉬운 것부터) 읽기 


이렇게 쓰고 보니 갈길이 정말 멀구나. 하지만 해보겠다, 으쌰 으쌰!


4) 한 달간 가능한 목표 세부화 (정량적으로 보이는 목표는?)

a) 우선 다가오는 5월 30일부터 '스온스'에서 진행하는 A2 레벨 수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스페인어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서 수업을 통해 기본기를 다잡고, 수업을 하는 동안에 추후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도록 하겠다. APF 수업은 ALL 온라인 수업이고, 하루에 한 작문을 하고 녹음을 해서 선생님께 보내드리면 첨삭을 해주시는 방식이다. 그래서 한 달이 지나면 내가 여태까지 썼던 글들과 녹음본이 남는다. 정량적으로 눈에 '보이는' progress라서 맘에 든다. 


5월 30일부터 6월 말까지 이 프로그램에 참여를 하면서 스페인어 실력을 키워볼 생각이다. 한 달 후, 나의 스페인어 실력을 점검해볼 수 있도록 후기를 꼭 남겨야겠다.

 

https://apfsons.modoo.at/? link=du24 m9 y 8

 

b) 하루 최소 10분-15분은 넷플릭스 종이의 집을 보면서 'entertainment' 목적보다는 '공부' 목적으로 집중해서 단어들을 보고 모르는 단어들은 사전을 찾고, 그 단어들을 사용한 문장들을 Googling으로 서치하여 학습하고 외우고 shadowing을 하겠다. 


'막연하게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해야겠다' 까지만 생각해봤지, 언제, 어떻게, 왜 해야 하는지는 곰곰이 생각해본 적이 딱히 없다.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는 시간을 통해서 나의 목표를 제대로 세우고, 공부하는 방법까지 정리를 해보니 '아, 이제 진짜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동기부여가 뿜 뿜이다. 이렇게 나의 생각들을 확장할 수 있게 도와주신 '언어 씹어먹기' 대장님, 연 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외쳐본다. 




예슬, Sí se puede! 
Sí se puede!
Sí se pue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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