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일하는 마음 - 제현주
2020년 5월에는 책을 총 5권 읽었고, 그 마지막을 제현주 작가의 '일하는 마음'으로 채웠다.
솔직히 6월에 시작하는 여름특강 준비로 바빴던 5월이지만, 내가 마음 먹고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면 마음먹은 대로 책을 읽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한 달이였다.
다음달이 다가오는게 벌써 두렵지만 (새벽반 안녕, 아침형 인간 황예슬, 반가워!) 늘 그랬듯 이번 2020년의 여름도 그 어느때보다 치열하게, 열심히, 열정으로 한번 보내보도록 하겠다.
P.26)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쳐도 잘 대처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자유로움. 그것은 나의 존재를 보호할 능력이 내게 있다는 단단한 감각이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그렇게 자신에 대한 단단한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비결은 그저 묵묵히 시간을 들이는 것. 시간을 들인 효과는 누구보다 먼저 자신이 알게 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스쳐지나간 무수한 생각들이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학부모님들을 상담하다보면,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을 받을때가 많은데, 내가 강의를 처음 시작했을 적의 내가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게 당황할 질문들도 아니였는데, 그때는 어찌나 식은땀이 나던지.
벡스코에서 학부모님들을 모시고 설명회를 할때도 Q&A Session이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였지만, 그때는 벌써 5년차여서 그런지 수월하게 질의응답을 해 낼 수 있었다.
맞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담을 더 많이 할 수록, 그 어떤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답변을 할 수 있는, 소위 말하는 "짬밥"이 생긴 뒤로부터는 상담이 두렵기는 커녕 즐겁다. 수업하기에 앞서 학부모님들, 학생들을 만나고, 직접 상당하고, 어떤 부분에 도움이 필요한지 알아가는 과정은 필수기 때문이다.
내가 내 스스로를 믿을 때, 어떤 상황이 와도 대답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것에서 나오는 자유로움은 나를 일에 대한 스트레스와 압박으로 부터 '자유케'했다. 또한, 위기를 대처 하는 나의 능력이 방패가 되어 나를 든든하게 지켜주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지 않나 싶다.
단단한 감각. 참 맘에 드는 말.
P.45)
끝이 원치 않는 모습이라고 해서 과정도 그런것은 아니며, 끝을 안다고 해서 거기에 이르는 길을 다 아는것도 아니다.
사실 나는 직업상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요시 할 수 밖에 없다. 내가 학생을 가르쳤으면, 학생의 점수가 올라야 하는게 어찌보면 내게 숙명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 부분을 읽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정말 열심히 수업준비를 했고, 학생을 가르쳤고, 학생 역시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가 바라던대로 나오지 않았어도, 그걸로 충분한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과정이 우선이냐, 결과가 우선이냐에 대한 답은 선생님으로써 내가 평생 풀지못할 난제인것 같다.
P.107)
나는 애호하는 사람들에게만 열리는 겹겹의 우주가 있다는 걸 안다. 믿는것이 아니라 안다. 그리고 나의 그 우주안에서 깊은 안정감을 느낀다. 세상 쓸모 없(어도 되)는 이 일 때문에 나에게 부과되는 모든 쓸모 있(어야 하)는 일들의 무게가 별것 아니게 느껴지는 순간. 내 일상 속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순간이다.
인생에서 너무나도 좋아하는게 많은 애호가인 내게 꼭 필요했던 말. 가끔 문구를 너무 사랑하는 나를 보면 한심할때가 있다. (스티커를 꼭 그렇게 많이 모아야만 했냐!) 하지만 작가님께서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셨다. 그래, 세상이 정한 틀, 스티커는 아이들만 좋아하는 것이라는 편견, 내가 다 깨부수면 되지. 어른이 스티커 좋아하지 말란 법이 어딨냐! 없다! 다이어리 꾸미는 '다꾸'는 누가 어린아이들만 하랬냐! 나도 예쁘게 꾸밀수 있다!
나만의 우주다!
P.152)
자신을 여러 정체성으로 이루어진 복합체로서 받아들여라. n잡러에게 필요한 것은 고정된 단 하나의 답을 찾는게 아니라, 그때 그때 달라지는 답들을 서로 연결하여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그리고 그 서사가 유동하는 정체성을 붙들어주는 하나의 정박지가 된다.
해외대학 입시 컨설턴트이자, SAT/TOEFL/AP를 가르치는 영어선생님이자, YouTuber이자, 노래하는 사람이자, 프로다꾸러이자, 책을 사랑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는 작가인 나야말로 n잡러. 어떻게 보면 서로 연관 없는 많은 것들이 나를 수식하고 있지만, 그 모든것들을 연결하고 있는 것도 '나'다. 연결점이 없으면 내가 연결점이 되어 이으면 되는거다. 나는 잘 할거고, 할 수 있다.
P.169)
스스로 탁월성을 향해 움직이는 사람은 자기 목표를 향해 자기기준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고, 그렇게 일하는 사람은 외부의 훈장이 주어지기 '전에' 스스로 자기일의 보상을 누린다.
내가 매일같이 단어공부를 하는것도, 학습 log 관련 글을 쓰는것도, 스페인어 공부를 하는것도, 누가 시켜서 하는게 아니라 나의 만족으로, 나의 목표 달성을 위해 나만의 기준을 세워서 하는거다. 그리고 '보상'은 '자기만족'이다. 내가 공부를 하면 내 머리가 알고, 내 머리가 알면 내 입이 기억한다. 내 입이 기억하면 수업할 때 한가지라도 더 우리 학생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다. 선생님으로써 이것보다 좋은 일이 어디있겠는가.
내가 살아있는 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한, 이보다 더 중요한것은 없을듯 싶다. 그래서 시작한거고, 멈추지 않을거다.
P. 224)
우리 모두가 딱 그 시절이었기에 가능했던, 다시는 누릴 수 없는 것들. 인생의 딱 그 시기에 그러한 방식으로 만나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생각하면, 그 우연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그 시간이 지나 다시는 그때 같을 수 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감사한 일이다. 그때만 가능했던 것을 경험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문장을 적으며 혼자 '와-' 하고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이런 문장이 나오지?
나 역시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나에게 하나같이 다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Connecting the Dots' 를 늘 생각하며, 곱씹으며 살아왔기에 이 문장이 정말 멋지게 느껴진다.
맞다. 내가 보낸 지난 시간들은 그 시절이였기에 가능했고, 그 시절의 내가 있었기에 그 때의 그런 감정을 느꼈고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그 모든 '우연'들이 경이롭게 느껴지면서 내 삶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새삼 멋지게 느껴진다. 그때가 아니면 경험 할 수 없었던 것들이라 생각하니 정말 귀하다.
앞으로 내 삶속에서 더 많은 '경이로움'을 경험하길 기도한다.
이 책은 내가 지칠 때 마다 꺼내보는 '비타민' 같은 책이 될 것 같다. 책에 밑줄을 긋고, 책을 접는것을 끔찍히도 싫어하는 나지만, 이 책은 펜을 꺼내 들 수 밖에 없는 그런 책이다. 강력추천한다.
끝으로 좋은책을 소개해주신 BK Brother, thanks a l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