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여울 May 27. 2022

쿡쿡 찌릿찌릿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며칠 전 아침에 일어나서 핸드폰을 열어 보니 브런치 앱에 알림 표시가 있었다. 이웃 작가님들의 반가운 메시지인 줄 알고 얼른 열어 보니 브런치에서 보낸 글쓰기 리마인드 알림이었다.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쌓인 글은 책으로 탄생하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세요:) “아, 네네. 알겠습니다. 제가 좀 사정이 있었거든요. 제가 몸이 좀 안 좋았단 말이에요.” 참 희한하게도 몸이 개운해진 바로 그 아침에 브런치에서 글쓰기 리마인드 알림을 보내왔다.     


지난 2주일은 두통 때문에 힘든 나날을 보냈다. 나는 타고난 건강 체질은 아니지만 잔병치레는 하지 않는 편이어서 두통이 이렇게 괴로운 것인 줄 몰랐다. 보름 전 귀 뒤에 대바늘로 쿡쿡 찌르는 통증이 처음 찾아왔다.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겠지 생각했는데 다음 날이 되어도 낫지 않고 밤에도 통증 때문에 잠을 설쳤다. 인터넷으로 증상을 검색해 보니 후두 신경통 증상과 비슷했다. 먼저 가정의학과에 가서 후두 신경통이 맞는지 의사 선생님에게 료를 받 생각하다가 이미 사흘째 두통에 시달린 터라 바로 신경외과 전문의게 진료를 받는 게 더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구글에서 리뷰가 좋은 신경외과를 검색한 후 그다음 날로 예약을 했다.      


통증에 시달린 지 나흘째가 되어 신경외과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리뷰가 좋은 만큼 의사 선생님도 친절했고 설명도 자세히 해 주셨다. 후두 신경통 같아 보이지만 대상 포진 전조 증상일 수도 있으니 며칠 피부를 잘 관찰해 봐야 한다고 하셨다. 신경통을 완화해 주는 진통제 2주일 치를 처방해 주셨고 약을 다 먹고도 낫지 않으면 MRI를 찍어야 된다고 하셨다. 약을 먹으면 금세 좋아질 거라는 내 생각과 달리 약을 먹은 지 일주일이 지나도 전혀 차도가 없었다. 이미 열흘 동안 머리를 날카롭게 찌르는 듯한 두통에 시달리다 보니 몸은 점점 지쳐갔다. 잠을 제대로 잘 수도 없었고 통증 때문에 머리가 절로 움찔거렸다. 아무래도 신경외과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았다. 보험 적용을 받아서 MRI를 찍으려면 가정의학과 의사 선생님의 진료의뢰서도 필요해서 집 근처 가정의학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은 후두 신경통이 아니라 귀 뒤 림프절염 때문이라고 하셨다. 귀 뒤에 특별히 부은 느낌도 없었고 눌러도 아프지 않아서 좀 뜻밖이었다. 소염진통제와 항생제 5일 치를 처방받았다. 신경외과에서 처방받은 진통제가 전혀 효과가 없었기 때문에 일단 복용을 중단하고 가정의학과에서 처방받은 소염진통제와 항생제를 먹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약 복용  이틀이 지나면서 통증이 거의 사라졌고 처방해 주신 약을 다 먹고 나니 완전히 나았다. 처음부터 가정의학과에 가서 진료를 받았어야 했는데 인터넷 검색에 의존해서 내 마음대로 병을 진단하고 전문의를 찾아간 것이 큰 잘못이었다. 이곳에서는 보통 몸이 안 좋으면 1차 진료를 담당하는 가정의학과에 가서 진료를 받는다. 가정의학과에서는 보통 감기, 몸살, 피부염, 성인병 등과 같이 대부분의 가벼운 질환을 치료하고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할 경우 전문의에게 의뢰해 준다. 나는 두통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전문의에게 진료받고 싶어서 신경외과로 갔는데 그게 결과적으로 내가 일주일을 더 고생하게 된 원인이 되었다.      


통증에 시달린 지난 2주일은 작가님들의 글을 제대로 읽지도 못했고 안 그래도 더디 써 온 내 글 또한 쓸 수가 없었다. 그저 아무것도 안 하고 드러누워 있고만 싶었다. 강한 진통 소염제를 먹은 탓인지 정신을 차리고 앉아 있으려고 해도 어느새 침대와 한 몸이 되어버렸다. 잔병치레 없이 살아온 날들이 정말 축복받은 날들이었음을 느꼈다. 수업을 하는 것도 정말 힘들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처음으로 며칠 수업을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는 아팠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이 웃으면서 수업을 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통증에 시달린 지 열흘이 지나니 기운이 없었다. 때마침 출장 갔던 남편이 돌아왔고 며칠 재택근무를 하면서 나와 같이 있어 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베트남 국수도 먹고 비빔냉면도 먹었다. 보쌈도 먹고 쌀통닭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종류별로 몇 통을 사 왔다. 에 맞는 음식을 며칠 먹고 나니 기운도 생겼다.


책상 위에 커피 한 잔을 올려놓았다. 지난 열흘간 약 복용 때문에 못 마셨던 커피를 마주하니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분이 좋다. 그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피로가 많이 쌓이고 면역력도 좀 떨어졌나 보다. 무엇보다 내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커피 향기가 가득한 방에서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플 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있음에 감사하다. 진료를 해 주시고 약을 처방해 주신 의사 선생님께 감사하다.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있어서 감사하다. 나를 잘 챙겨 준 남편에게 감사하다. 고요히 앉아 글을 쓰도록 내게 알림을 보내 준 브런치에 감사하다.     




사진 출처 Unsplash

작가의 이전글 마음에 비가 내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