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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여울 Jun 13. 2022

해외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 아이들의 한국어 교육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아이들


해외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아이들의 한국어 교육에 대해 고민해 봤을 것이다. 나 역시 우리 아이들의 한국어 교육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우리 아이들은 미국에서 태어나 싱가포르의 공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싱가포르로 이사 오기 전, 큰아이는 한국에서 잠시 어린이집에 다녔지만, 그 기간은 약 1년 정도였다. 당시 큰아이는 만 세 살이었는데, 또래 친구들에 비해 한국말이 많이 뒤처져 있었다. 또래 아이들은 의사소통도 조리 있게 잘했고, 심지어 한글을 읽는 아이도 있었다. 우리 큰아이는 영유아 시기에 미국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어서 한국어 습득이 더뎠던 것 같다.


동화책도 많이 읽어주고 한글도 내가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펠트지를 크게 잘라 벽에 붙여 놓고, 한글 카드를 코팅해 카드 뒷면에 벨크로 테이프를 붙였다. 글자를 떼었다 붙였다 하며 한글 자모를 가르쳤지만 잘 익히지 못했다. 하지만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한국말이 빠르게 늘었다. 이렇게 유치원에 보내면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남편의 직장 때문에 다시 한국을 떠나 싱가포르로 오게 되었다.      


아이들은 모두 현지 유치원에 입학했고, 영어와 중국어를 배웠다. 영어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중국어는 남편도 나 모두 전혀 아는 바가 없어서 과외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다. 매주 중국어 과외 선생님이 집에 오셨고, 아이들과 나는 같이 앉아 수업을 들었다. 초등학교에서는 매주 중국어 받아쓰기 시험이 있었기에 더욱 신경을 써야 했다. 최소한 내가 한어병음을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어야 아이들에게 받아쓰기 연습을 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이들은 현지 아이들과 거의 차이 없이 영어도 중국어도 잘했다. 


아이들의 영어와 중국어 기초가 탄탄해지면서 방학 동안 집중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켰다. 받아쓰기도 하고 일기도 쓰게 했다. 책을 읽고 난 후 그 느낌을 짧게 써 보게도 했다. 집에서는 항상 한국말로만 대화했다. 영어만큼 한국어 어휘를 다양하게 구사하지 못해 모르는 단어는 영어로 말할 때도 있었다. 영어로 말한 단어나 표현은 아이들과 대화를 다 나눈 후 다시 짚어주었다. 


남편은 한국 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한글책 몇 권씩 사 왔다. 아이들은 책을 무척 좋아했고 침대에는 항상 영어책, 중국어책, 한글책이 여기저기 놓여있었다. 그 덕분에 학생이 된 우리 아이들은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하고, 나와 남편 그리고 어른들에게는 존댓말을 사용한다. 한국에서 놀러 온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우리 아이들이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을 보고 놀랄 때가 많았다.


모가 한국 사람임에도 아이와 영어로 대화하거나, 아이는 영어로, 부모는 한국말로 대화하는 걸 종종 목격할 때가 있다. 나는 그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 아이의 부모도 분명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다만, 내가 학교에서 만난 많은 싱가포르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애쓰는 걸 보면,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미국에 사는 내 친구의 아이들이 엄마에게 한국어를 배우지 못한 것에 불평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왜 한국어를 가르쳐 주지 않았냐고 불평했다고 한다. 친구의 아이들은 이제 대학생이 되어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물론 시간은 걸리겠지만, 분명 외국인들보다는 더 쉽게 배울 수 있을 것이고, 곧 한국어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여러 언어를 동시에 배우느라 조금은 힘들었지만, 우리 아이들은 지금 영어, 중국어, 한국어 세 가지 언어와 기본적인 생활 일본어까지 할 수 있다. 중국어는 현지 학교에서 고급 중국어를 선택해 시험을 봤고, 싱가포르 교육부 언어센터(MOE Language Center)에서 무상으로 일본어를 배우기도 했다. 여러 언어를 잘하는 것도 좋지만, 나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한국어를 잘하는 게 가장 흐뭇하다. 


엊저녁에는 떡만둣국을 먹으면서 요즘 유행하는 '깻잎 논쟁'을 벌였다. 이야기는 이어져 혼전 동거, 남친의 여사친, 여친의 남사친 등 MZ 세대 아이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아이들이 한국말을 잘하지 못했다면 분명 어제와 같은 논쟁을 맛깔나게 나눌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나는 오랜 시간 한국어 강사로 일해 왔다. 한국어를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한국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삼 깨닫게 된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아이들이 잘 사용하고, 말에 담긴 우리의 문화를 익혀 어디에 살든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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