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나는 라틴음악을 들으며 신나게 운동한다. 강렬하고 빠른 비트에 맞춰 한 시간 동안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하고 나면, 마치 박하사탕을 먹은 것처럼 온몸이 상쾌하고 시원해진다. 몸속에 쌓여 있던 노폐물이 모공을 통해 배출되고 피부가 숨을 쉰다. 뻣뻣했던 몸이 유연해지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혈액순환이 원활해진다.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하고, 혈색이 돌아 발그레해진 볼은 조명 아래에서 빛난다. 나에게 있어서 줌바댄스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운동이다.
줌바댄스를 배우기 전, 몇 가지 운동을 해 보았다. 테니스는 라켓으로 공을 쳐서 겨우 네트를 넘길 수 있을 정도였다. 공이 라켓에 맞는 소리가 ‘탕탕’ 경쾌하게 나지 않고, ‘턱턱’ 둔탁하게 났다. 공을 주고받을 정도는 되었지만 더 향상되지 않고 힘만 들었다. 골프도 마찬가지였다. 비거리가 향상되지 않았다. 볼링은 그날 컨디션에 따라 점수가 달라졌다. 구기 종목은 별다른 흥미를 끌지 못했다.
수영은 내가 처음으로 완전히 익힌 운동이다. 싱가포르에 이사 온 후 아파트 단지 내 야외 수영장에서 자주 수영했다. 물이 깊은 곳은 2.3m였다.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아 조금 두려웠지만, 점차 익숙해졌다. 수영장 옆 헬스장에서도 운동을 병행했다. 러닝머신에서 걷고 기구를 이용해 근력 운동을 했다. 몇 달이 지나자 몸이 점점 탄탄해지는 게 느껴졌다. 운동 효과는 좋았지만 헬스장에서의 운동은 늘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운동의 긍정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운동하는 과정도 즐길 수 있는 종목을 찾고 싶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줌바댄스는 근력과 유산소 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고, 흥겨운 라틴음악에 맞춰 즐겁게 운동할 수 있다고 나와 있었다. 유튜브에서 여러 동영상을 찾아보니 따라 하기 어렵지 않았다. 신나는 음악에 몸이 절로 움직였다. 바로 내가 찾던 운동이었다!
당장 줌바댄스를 배울 수 있는 스포츠센터를 알아보았지만 아쉽게도 집 근처에는 없었다. 그 당시 나는 몇몇 학교와 기업체에 강의를 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먼 곳까지 운동하러 갈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줌바댄스를 배우고 싶었지만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다행스럽게도 집 근처에 정부에서 운영하는 커뮤니티 센터(주민자치센터)가 신축되어 문을 열었다. 화요일 오전에 줌바댄스 강좌가 개설되어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등록했다. 일반 스포츠센터보다 수강료도 훨씬 저렴했다. 유튜브로만 보던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되어 가슴이 설렜다. 첫 수업을 들은 후, 나는 줌바댄스의 매력에 단숨에 빠졌다.
화요일 아침이면 아직도 설렌다. 화요일 아침에는 평소보다 간단하게 먹는다. 운동하기 전에는 속을 조금 비워야 가볍기 때문이다. 발사믹식초를 섞은 올리브유에 사워도우빵 한 조각을 찍어 먹고 집을 나선다. 레깅스에 브라탑, 민소매 티도 이제는 어색하지 않다. 수업 시작 시간보다 조금 일찍 커뮤니티 센터에 간다. 삼삼오오 모여 서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여기저기서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진정 싱가포르 로컬 아줌마들의 시끌벅적한 수다에 나도 함께 빠져든다.
10시 반, 스피커에서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댄스 스튜디오가 왕왕 울릴 만큼 소리가 크다. 모두 자리를 잡고 선다. 정해진 자리는 없지만, 암묵적으로 자리 배치가 정해져 있다. 나는 둘째 줄 오른쪽 끝에 선다. 본격적인 운동에 들어가기 전에 5분 정도 워밍업을 한다. 모두 강사님의 동작을 보고 따라 한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발을 움직이고 팔다리를 쭉쭉 뻗는다. 본격적으로 춤을 추기 전에 상하체 근육과 관절을 풀어준다.
워밍업이 끝나면 정열적인 라틴음악이 나온다. 빠르고 경쾌한 리듬에 맞춰 춤을 춘다. 복부에 힘을 주고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며 몸을 움직인다. 앞으로, 뒤로, 옆으로 몇 발짝씩 이동하며 스텝을 밟는다. 단순한 스텝을 반복하므로 따라 하기 어렵지 않다. 빠른 템포의 댄스로 심박수가 점차 높아진다. 동작이 틀려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음악에 푹 빠져서 신나게 춤을 추면 된다. 한 곡 한 곡 끝날 때마다 수강생들은 “Yay(예이)”하고 소리를 지르며 박수를 친다.
강사님은 열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친다. 힘찬 동작과 디테일한 움직임으로 수업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며 흥을 돋운다. 적당히 살집이 있는 강사님의 몸이 보기가 좋다. 복부에 힘을 줄 때 자신의 배를 찰싹 때리고, 엉덩이를 올려야 할 때는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린다. 찰진 소리가 정겹다.
쉴 새 없이 30분 춤을 춘 후에는 양손에 1Kg짜리 덤벨을 쥐고 약간 느린 템포의 라틴음악에 맞춰 15분 동안 근력 운동을 한다.스텝을 밟으면서 팔을 위로 올렸다 내렸다, 옆으로 뻗았다가 양팔을 교차하기도 한다. 체력에 따라 덤벨 없이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이 운동을 아주 좋아한다. 근육이 펌핑되는 게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덤벨 운동이 끝나면 다시 신나는 음악에 맞춰 격렬히 춤을 춘다. 어느덧 55분이 지나고 마지막 5분이 남는다. 강사님은 주로 잔잔한 팝송이나 중국 노래, K-POP이나 K-드라마 OST를 틀어주시는데, 이번 주에는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의 OST를 틀어주셨다. 감미로운 노래에 맞춰 스트레칭을 하며 온몸을 쭉쭉 크게 펴고 마무리한다.
운동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있을까. 근육 전체를 빠르게 사용하기 때문에 1시간 최대 1000칼로리를 소모할 만큼 운동량이 많은데도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즐겁고 신나는 놀이 같다. 정말 활기차다. 유연성도 좋아졌고 춤실력도 많이 늘었다. 줌바댄스 수업이 없는 날에는 스쿼트(무릎을 구부렸다 일어나는 동작)로 하체를 단련하고 덤벨을 이용해 상체를 단련한다. 기초체력이 많이 좋아졌다. 몸도 탄탄해졌다. 집 바로 앞에 커뮤니티 센터가 있어 편리하고, 이웃들과 함께 운동할 수 있어 더 좋다.
줌바댄스를 만난 건 행운이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해 주었다. 함께 하는 운동이 주는 즐거움을 깨닫게 해 주었다. 내 안에 잠재된 열정을 불태울 수 있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