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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여울 Aug 26. 2023

하루 만에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아이들과 하루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여름방학이 3달이나 있었지만 아이들이 인턴으로 일하느라 나와 별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못내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더니 아이들이 바람도 쐴 겸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Johor Bahru, JB)에 하루 다녀오자고 말했다. 싱가포르에 온 초기, 아이들과 차로 조호르바루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그때는 교통체증도 심했고 출입국심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도 길었다. 물가가 싸더라도 오가는 게 피곤해서 그 이후에는 마음을 내지 못했다.


8년 전, 싱가포르 우드랜드 체크포인트(Woodland Checkpoint)와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사이를 운행하는 셔틀 열차가 생겼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종종 열차로 조호르바루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열차로 가면 아주 편리하다는 아이들의 말을 믿고, 함께 하루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먼저 말레이시아 KTMB사이트에 들어갔다. 여권 정보를 입력하고 온라인으로 열차표를 예매했다. 싱가포르에서 조호르바루행 티켓은 5 싱가포르 달러(약 5천 원), 조호르바루에서 싱가포르행 티켓은 5링깃(약 1400원)이었다. 환율 때문에 티켓값이 차이가 났다. 출발 3주 전에 예매했다.


조호르바루로 여행 가는 날, 아침 8시 45분에 출발하는 열차를 타기 위해 우드랜드 체크포인트(Woodland Checkpoint)에 갔다. 열차 출발 40분 전에 게이트를 오픈하기 때문에 8시 5분까지 도착해야 했다. 집에서 서둘러 나온 덕분에 8시 전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8시 5분이 되자 게이트가 열렸다. 싱가포르 이민국 자동출입국심사대를 이용해서 신속하게 출국했다.


5분쯤 걸어가니 말레이시아 이민국이 보였다. 자동출입국심사대가 없어서 좀 놀랐다. 심사관에게 여권을 내밀었다. “이름이 뭐예요? 방문 목적이 뭐예요? 며칠 있을 거예요? 돌아올 때도 열차 타고 오나요?...” 심사관의 질문에 대답하자, 여권에 말레이시아 입국 스탬프를 찍어 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별 질문하지 않고 여권에 바로 입국 스탬프를 찍어 주었는데 나에게만 유독이 심사관이 폭탄 질문을 했다. 그런 내 모습을 뒤에서 지켜본 아이들은, 입국 심사를 받은 후 나를 만나자마자 깔깔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엄마가 진짜 수상해 보였나 봐!”


KTMB 셔틀 열차(싱가포르 우드랜드 체크포인트 - 말레이시아 JB센트럴), 출발 20분 전에 게이트가 닫힌다.


드디어 열차에 탑승했다. 출발 후 5분 만에 말레이시아 JB센트럴에 도착했다. 우드랜드 체크포인트에서 말레이시아 조호르 해협을 건너기만 하면 도착할 수 있는 짧은 거리이다. 열차로 이동 중 아이들 내게 하루 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모두 엄마가 좋아하는 걸로 일정을 짜 놓았다고 했다. 먼저 요즘 힙한 카페 2곳에 가서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신 후, 터프팅(Tuffting, 러그 제작) 수업을 듣고, 아웃렛에서 쇼핑하고, 어느 쇼핑몰에서 저녁을 먹을 거라고 했다. 일정이 좀 빡빡한 듯했지만 나는 흔쾌히 좋다고 말했다. 모든 이동은 차량공유 서비스인 그램(Grab)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말레이시아 물가가 싱가포르의 약 1/3 정도로 저렴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참고로 현재 1 싱가포르 달러는 3.42 말레이시아 링깃이다.)


JB센트럴역에서 그랩을 타고 인스타그램에서 소문난 카페로 이동했다. 약 20분 후 도착했다. 천장이 높고 공간이 크고 넓은 공장형 카페였다. 천장 가까이에는 하얀 커튼이 설치되어 있었다. 하늘하늘한 커튼은 출입문이 여닫힐 때마다 촤르륵 촤르륵 바람에 흔들렸다. 아이들과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엄마, 뭐 드실래요? 여기는 베이글이 참 맛있어요.” 아들이 추천한 대로 베이글과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짭짤한 베이글에 딸기 크림치즈가 잘 어울렸다. 썰어놓은 바나나 몇 조각도 먹었다. 카페에는 이른 아침부터 클럽 뮤직이 흘렀다. 가볍게 어깨를 들썩이며 분위기를 즐기는 나와 달리 아이들은 빠른 비트의 음악이 아침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아침을 먹은 후 그랩을 타고 또 다른 카페로 이동했다. 이곳도 공장형 카페였다.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을 더 맛나게 마셨다. “엄마, 어느 카페에서 마신 커피가 더 맛있었어요? 엄마는 신맛을 좋아하니까 첫 번째 카페에서 마신 커피지요?” 커피를 좋아하는 아들과 나는 카페 두 곳에서 마신 커피 맛을 이야기하며 다음 장소로 옮겼다.


왼쪽: 카페 인테리어가 독특했다. 때때로 공연도 열린다고 한다. 오른쪽: 아침 식사, 양도 많고 맛있었다. 메인 요리 3개와 음료 3잔을 주문했고 음식값은 약 3만 5천원이 나왔다


터프팅 수업을 받으러 공방으로 향했다. 터프팅이란 총처럼 생긴 터프팅건에 실을 꿴 후, 천에 탕탕 쏘면서 실을 심는 직조 기법을 말한다. 러그나 거울과 같은 작은 소품을 만들 수 있다. 요즘 핫한 취미라는 걸 아이들을 통해 들었을 뿐 내겐 낯선 분야였다. 원데이 3시간 클래스는 인기가 좋아서 딸이 일치감치 예약해 놓았다. 공방으로 들어서자, 다채로운 실과 작업테이블이 내 눈에 들어왔다. 작업테이블 위에는 우리가 사용할 캔버스가 올려져 있었다. 아이들과 내가 고른 디자인은 미리 선생님께 공유해 드렸다. 선생님은 내가 고른 디자인은 디테일이 많아서 좀 어려워 보인다고 하셨다.


먼저 터프팅건 사용방법을 배웠다. 터프팅건 무게가 3kg이어서 꽤 무거웠다. 실을 꿰는 방법 및 터프팅건을 다루는 방법을 익혔다. 각자 캔버스에 도안을 그린 후 실을 골랐다. 원단에 터프팅건으로 한 색상씩 실을 쏘아 가며 완성했다. 내 도안은 심플하지 않아서 생각만큼 예쁘게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과 함께 작업한 것만으로도 무척 즐거웠다. 색색가지 실로 장식된 벽면을 배경으로 각자 완성한 작품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선생님은 셋이 웃으면서 서로 쳐다보는 장면을 순간 포착해서 사진을 찍어 주셨다. 사진이 아주 예쁘게 나왔다.


터프팅건을 이용해 원단에 실을 쏘고 있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탕탕탕탕" 소리가 난다.


왼쪽: 내가 작업한 러그, 가운데 있는 흰꽃이 하얀 배경에 묻혀버렸다. 오른쪽: 작업실 풍경이다. 수강료가 싱가포르의 1/3가격이었다. (한 명당 약 3만원이었다.)


점심은 근처 일본 식당에서 간단히 먹었다. 시간이 더 늦기 전에 그랩을 타고 프리미엄 아웃렛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레이아웃이나 입점 브랜드도 이전과 크게 변화가 없었다. 먼저 옷과 가방을 구경했다. 명품이라고 하지만 이미 시즌이 지나간 제품들이었고 가격 역시 저렴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코치백같은 경우 매장 내 전체 제품이 50% 할인된 가격이었지만, 그래도 약 50만 원 가까이 지불해야 했다. 다른 브랜드 제품들도 딱히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그냥 나왔다. 스포츠매장으로 갔다. 나이키 매장에는 손님들로 많이 붐볐다. 아이들 운동화 2켤레와 배낭 하나를 샀는데 약 12만 원을 지불했다. 마음에 드는 제품을 싸게 잘 샀다.  


프리미엄 아웃렛 입구와 매장 사진이다.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계획한 코스인 더 몰, 미드밸리 사우스키(The Mall, Mid Valley Southkey)에 갔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를 연상시키는 깔끔한 몰이었다. 오후 7시가 다 되어 배가 고팠다. 식당 리스트를 대충 훑어보다가 한식당으로 갔다. 전통 한식집이 아닌 현지화된 한식집이었다. 돼지고기 삼겹살과 해물탕으로 구성된 기본 세트에, 돼지고기 항정살을 추가해서 주문했다. 카레에 재운 삼겹살과 매운 소스에 재운 삼겹살을 먹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떡볶이와 치즈도 구워 주었다.


저녁을 먹은 후 화방에 들러 미술용품을 구입했다. 한국 편의점 GS에도 들렀다. 얼음컵에다가 파우치에 담긴 아메리카노를 부어 마셨다. 느끼했던 속이 개운해졌다. 아쉽게도 떠날 시간이 되었다. 다음에 쇼핑몰과 연결된 호텔에서 하루 자고 오기로 했다. JB센트럴역에서 밤 9시 반 열차를 타고 싱가포르로 돌아왔다.


한식 기본 상차림인데 가격은 약 5만 원이었다. 고기와 음료수를 추가해서 약 9만 원을 지불했다. 말레이시아 물가를 감안하면 싸지 않은 것 같다.


집에 들어서자 남편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뜨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몸이 노곤했다. 아이들과 보낸 하루가 영화 필름처럼 쭉 지나갔다. 나를 챙겨 주고, 배려해 주고, 이끌어 준 아이들에게 아주 고마웠다. 음식이 입에 맞는지, 힘들지는 않은지, 피곤하지는 않은지 나를 살뜰히 챙겨 준 아이들에게 진한 감동을 받았다. 아이들의 똥기저귀를 갈아주고 이유식을 먹인 게 바로 어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커서 나를 챙겨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보낸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행복감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 준 아이들에게 참으로 고맙다. 온전히 아이들과 함께 보낸 정말 정말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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