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결국 완결되지 못했다

군산 - 월명동

by 유환희
DSC_4392.jpg


겨울이 완결되기에 12월은 너무 이르다. 달력은 끝을 가리키지만, 계절은 그만큼 서두르지 않는다. 추위는 몇 번 예고처럼 스쳤을 뿐, 몸과 풍경을 충분히 붙잡지 못했다.


DSC_4283.jpg


군산에서 보낸 12월은 그런 상태로 남아 있다. 겨울을 살았다고 하기에는 온도가 모자랐고, 겨울을 놓쳤다고 하기에는 감각이 너무 많이 깨어 있었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오래 머물지 않았고, 하늘은 몇 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지만 끝내 설명을 남기지 않았다. 이 도시는 겨울을 예고하는 몸짓만 반복했을 뿐, 그것을 완성하지 않았다.


DSC_4289.jpg


눈이 왔지만, 그것이 너무도 불충분하다는 뜻이다.


DSC_4293.jpg


그래서 남은 것은 미완의 감각이다. 충분히 내려앉지 못한 추위, 흔적 없이 사라진 장면들. 계절이 완결되지 않았다는 인식은 오히려 시간을 늘린다. 겨울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은, 이 장소와의 관계를 닫지 못하게 만든다. 떠났지만 정리되지 않은 감정처럼, 군산은 계절의 뒤편에 계속 남아 있다.


DSC_4302.jpg
DSC_4307.jpg


앞으로 한껏 추운 날이 오면, 나는 무의식적으로 군산의 날씨를 살피게 될 것이다. 이곳보다 더 차가운 곳에 있어도, 혹은 전혀 다른 계절 속에 있어도, 갑작스러운 한파 앞에서 이 도시를 떠올릴 것이다. 그때의 추위는 단순한 기온이 아니라, 당시 채워지지 않았던 감각을 다시 호출하는 신호가 된다. 겨울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어떤 겨울은 나중에야 도착한다.


DSC_4310.jpg


DSC_4317.jpg


군산은 그래서 계절의 종착지가 아니라, 계절을 미뤄 둔 장소처럼 느껴진다. 지금의 군산은 기억 속에서 계속 겨울을 유예하고 있다. 충분히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도시는 끝없이 열려 있다. 완결된 경험은 정리되지만, 미완의 경험은 반복을 요구한다. 다시 가야만 알 수 있을 것 같고, 다시 보아야만 끝날 것 같다.


DSC_4354.jpg
DSC_4357.jpg


그러나 그 끝은 아마 오지 않을 것이다. 계절은 대체로 조금 늦거나 조금 빠르게 어긋난다. 그 어긋남 속에서 우리는 다시 기대하고, 다시 남겨 둔다. 중요한 것은 충족이 아니라, 계속해서 연결된다는 사실이다.


DSC_4426-2.jpg
DSC_4361.jpg


12월이 너무 이르다고 느껴졌던 그 감각은, 이 도시를 단절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을 건너 이어 붙인다. 군산은 끝난 장소가 아니라, 남아 있는 장소가 된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이 도시는 더 또렷해질 것이다. 그때 나는 다시 이곳을 찾게 될 것이다. 완결을 위해서가 아니라, 여전히 남아 있는 미련을 확인하기 위해서. 겨울이 끝나지 않았다는 감각을, 이 도시와 함께 계속 지니기 위해서.


DSC_4352.jpg


매거진의 이전글매일과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