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 월명동
겨울이 완결되기에 12월은 너무 이르다. 달력은 끝을 가리키지만, 계절은 그만큼 서두르지 않는다. 추위는 몇 번 예고처럼 스쳤을 뿐, 몸과 풍경을 충분히 붙잡지 못했다.
군산에서 보낸 12월은 그런 상태로 남아 있다. 겨울을 살았다고 하기에는 온도가 모자랐고, 겨울을 놓쳤다고 하기에는 감각이 너무 많이 깨어 있었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오래 머물지 않았고, 하늘은 몇 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지만 끝내 설명을 남기지 않았다. 이 도시는 겨울을 예고하는 몸짓만 반복했을 뿐, 그것을 완성하지 않았다.
눈이 왔지만, 그것이 너무도 불충분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남은 것은 미완의 감각이다. 충분히 내려앉지 못한 추위, 흔적 없이 사라진 장면들. 계절이 완결되지 않았다는 인식은 오히려 시간을 늘린다. 겨울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은, 이 장소와의 관계를 닫지 못하게 만든다. 떠났지만 정리되지 않은 감정처럼, 군산은 계절의 뒤편에 계속 남아 있다.
앞으로 한껏 추운 날이 오면, 나는 무의식적으로 군산의 날씨를 살피게 될 것이다. 이곳보다 더 차가운 곳에 있어도, 혹은 전혀 다른 계절 속에 있어도, 갑작스러운 한파 앞에서 이 도시를 떠올릴 것이다. 그때의 추위는 단순한 기온이 아니라, 당시 채워지지 않았던 감각을 다시 호출하는 신호가 된다. 겨울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어떤 겨울은 나중에야 도착한다.
군산은 그래서 계절의 종착지가 아니라, 계절을 미뤄 둔 장소처럼 느껴진다. 지금의 군산은 기억 속에서 계속 겨울을 유예하고 있다. 충분히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도시는 끝없이 열려 있다. 완결된 경험은 정리되지만, 미완의 경험은 반복을 요구한다. 다시 가야만 알 수 있을 것 같고, 다시 보아야만 끝날 것 같다.
그러나 그 끝은 아마 오지 않을 것이다. 계절은 대체로 조금 늦거나 조금 빠르게 어긋난다. 그 어긋남 속에서 우리는 다시 기대하고, 다시 남겨 둔다. 중요한 것은 충족이 아니라, 계속해서 연결된다는 사실이다.
12월이 너무 이르다고 느껴졌던 그 감각은, 이 도시를 단절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을 건너 이어 붙인다. 군산은 끝난 장소가 아니라, 남아 있는 장소가 된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이 도시는 더 또렷해질 것이다. 그때 나는 다시 이곳을 찾게 될 것이다. 완결을 위해서가 아니라, 여전히 남아 있는 미련을 확인하기 위해서. 겨울이 끝나지 않았다는 감각을, 이 도시와 함께 계속 지니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