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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환희 Oct 29. 2015

무슨 생각해?

캔디, 스리랑카


"무슨 생각해?"


멍 때리고 있으면 참 많이 듣는 말이다. 여자친구에게 듣는 "무슨 생각해"는 사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관심 없고 나에게 관심 안 가져주고 뭐해?"라는 의미와 더 가깝다라는 사실은 오랜 경험이 내게 말해주었다. 그럴 땐 그저 "응. 네  생각."이라는 말을 옅은 미소와 함께 날려주면 된다. 그건 마치 파블로프의 개가 흘리는 침, 혹은 물리시간에 배운 작용 반작용의 법칙과도 같은 것이다. 


"무슨 생각해?"


그런데 사실 저 아이처럼 팔에 턱을 괴고 눈꺼풀을 축 내린 채 가만히 있는 경우의 팔 할은 아무 생각이 없다. "정말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말처럼 진짜 혼또 아무 생각이 없다. 그럴 때 타인이 "무슨 생각해?"라고 물으면 그때부터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첫 번째, 그리고 '뭐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하지?'가 두 번째이다.


"무슨 생각해?"


누가 글을 보면 무슨 생각이 있어서 글을 썼으리라고 착각하지만, 나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이 글을 쓰고 있다. 사실 내가 여기서 뭔가 서정적이거나 분위기 있는 단어를 조합해서 저 사진을 꾸며내는 말을 그릴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과연 무슨 의미를 가질까?  여기서 이 사진 속에 있는 생각은 크게 3가지로 갈리게 된다. 사진 속의 저 아이가 가지고 있는 생각, 사진을 찍은 내가 의도하는(혹은 꾸며내는) 생각, 그리고 사진은 보는 당신이 하는 생각. 세 가지는 접점이 있을까? 아니 과연 접점이 필요할까?


"무슨 생각해?"


"무슨 생각해"의 주어는 어디에 있을까? "What are you thinking about?"의 you는 누구를 가리키고 있는 것일까? 사진 속의 저 아이인가? 나인가? 당신인가? 아니면 여자친구가 말했던  것처럼 그 누구도 아닌 다른 의도를 향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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