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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환희 Nov 23. 2015

묵직한 밤하늘

A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네팔


고산병 예방을 위해 다이아목스 반알을 삼키고 잠을 청했다. 이 약의 부작용은 과한 이뇨작용이라 수없이 잠에서 깨서 화장실을 가야만 했다. 소변량에 한번 놀래고 고산병이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에 한번 안도했다. 짜증을 낼법한 들락거림에도 좋았던 것은 안나푸르나의 밤 하늘을 수없이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화장실로 갈 때마다 하늘을 보았다. 안나푸르나 맞은편에 피어난 보름달은 하얀 산을 더 하얗게 비추었다. 산은 산대로 하늘은 하늘대로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멍하니 산을 바라봤다. 안나푸르나, 안나푸르나 2, 마차푸차레... 한 봉우리에 몇 분을, 그 봉우리 주변의 별들에 또 몇 분을. 그러다 발끝과 손끝이 살살 시려오면 숙소로 향했다. 놀랜 소변량만큼의 물을 또 섭취하고 침낭으로 기어들어가 남아있던 차가움에 몸서리치면 어느덧 잠이 들었다. 잠결에도 방광이 묵직해지는 게 느껴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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