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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Apr 16. 2022

고여사 일기

변비

3월 6일 –변비     

  변비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엄마. 변비약을 비타민제 먹듯 했다. 매일 정해놓은 시간에 변비약을 먹어야만 마음이 놓였던 엄마를 설득하여 약을 끊는 일은 힘들었다. 자신이 변비라는 강박 때문에 4년을 넘게 일과처럼 하던 투약을 끊은 것은 나의 설득이 아니라 어느 밤에 찾아온 복통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그날따라 변비약을 먹은 후 속이 불편했고 그다음에 따라온 복통으로 밤새 잠을 설쳤나 보았다. 엄마는 변비약이 통증을 유발한다면서 더이상 먹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때다 싶어 약의 남용에 대해 살짝 걱정을 얹고 식이요법을 권했다. 한 끼에 다섯 숟가락 이상의 밥을 먹을 것과 고구마를 먹을 것. 다행히 엄마는 고구마를 좋아한다. 그렇게 시작된 변비와의 새로운 전투에서 엄마는 승리를 거두었다.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변을 본다.

  사흘 전에 변을 보았는데 엄마는 변비를 호소한다. 괜찮다고 했지만 걱정을 거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식사 양이나 운동량으로 볼 때 사흘이면 변비에 속하지 않는다며 내가 마치 변비 전문가라도 되는 양 진지하게 설명 했다. 엄마는 사흘이 아니라 닷새가 지났다고 한다. 달력을 가져와 사흘 전 날짜에 표시된 똥 그림을 보여주었다.  가족 요양을 시작하면서 엄마가 두려워하는 변비를 체크하기 위해 표시를 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엄마는 배시시 웃는다. ‘똥을 그렸어?’ 

  멀쩡하다가도 고집을 피울 때면 걱정이 앞선다. 어느 날, 더이상 설명도 설득도 안되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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