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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Apr 19. 2022

최여사 일기

설사

3월8일 – 설사     

  요양보호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가 심하게 설사를 했단다. 어머니는 설사를 정기적으로 한다. 남편도 장이 약한데 어머니를 닮았나보다. 

  장이 문제인지 아니면 혈관 문제가 장으로까지 연결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혈관 문제로 쓰러지는 일과 설사를 하는 일이 교대로 혹은 같이 발생한다. 시골에 계실 때는 혈관이 막혀 길을 가다가 쓰러지고, 마당에서 풀을 뽑다가 쓰러지고, 노인정에서 화투를 치다가 쓰러지기도 했다. 119 구급대가 달려올 때도 있고 같이 놀던 할머니들이 연락해 올 때도 있었다. 

  이사를 오고서는 그렇게 쓰러지는 일보다 기운이 잠시 빠지는 정도로 그쳤다. 설사에 관해서는 들은 바가 없어 여쭈었더니 자주 그랬다고 한다. 어머니는 그 두 가지 문제와 원인을 알 수 없는 가려움증(피부 노화로 인한 것으로 의사는 추정함)이 건강상으로 주의해야 점이다. 그런데 오늘은 혈관 문제와 설사가 함께 겹친 것이다.

  죽을 쑬 준비를 해서 어머니들 댁으로 갔는데 요양보호사가 이불이며 옷가지를 세탁기에 나누어 넣고 있었다. 다행히 화장실만 더럽혀져 있었단다. 이불과 옷은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묻은 거라고 했다. 죽을 쑤고 있는데 어머니가 방에서 기어 나왔다. 깜짝 놀라 뛰어갔더니 화장실을 가려고 침대서 내려오다 쓰러졌단다. 방바닥엔 오줌이 흥건하다. 아침에 갈아입은 옷은 다시 오줌으로 흠뻑 젖었다. 혼자서는 도저히 일으킬 수 없어 베란다에 있는 요양보호사를 불렀다.

  아무래도 혈관 문제도 함께 생긴 것 같아 기저귀를 사용하자고 여쭈었다.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인다. 기저귀 사용은 노인들이 꺼리는 일이다. 누가 좋아하겠는가.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상황이니 어쩔 수가 없다. 화장실까지 갈 수도 없고 이동식 변기에 옮겨 앉힐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축 늘어진 노인의 몸무게는 그야말로 측정 불가다.

  저녁이 될 때까지도 어머니는 기운을 차리지 못한다. 이전의 경우로 보면 아침에 쓰러지면 저녁 무렵엔 조금이나마 기운을 차리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힘든 모양이다.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니 측은한 마음을 가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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