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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Apr 19. 2022

최여사 일기

습관

3월 12일 –습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상을 물리려던 어머니는 그만 상을 엎어버렸다. 미닫이 문턱에 상다리가 걸린 것이다. 어머니는 식사를 마치면 언제나 상을 밀어 물린다. 그냥 두면 치우겠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다행히 국은 다 드셨고 김치와 깻잎 양념이 사방으로 튀었다. ‘아이고, 어머니. 그냥 두시라니까.’ 행주를 들고 서둘러 방을 들어서는 며느리를 본척만척 어머니는 돌아서서 물을 마신다. 

  관절이 온 손가락에는 힘이 없어 그릇은 물론이고 어떤 때는 숟가락조차 들기 힘들어하는 어머니. 숟가락을 들어 올리는 손은 언제나 덜덜 떤다. 그러면서도 꼭 다음 먹을 것을 숟가락에 떠서 기다린다. 다 드시고 난 다음 숟가락을 드시라 해도 그때뿐이다. 식사 후에는 꼭 상을 민다. 그러시지 말라고 여러번 부탁을 해도 소용이 없다. 

  습관이라는 것이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의 습관이 누군가를 힘들게 한다면 한번쯤 생각하고 고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내게는 주변을 힘들게 하는 어떤 습관이 있을까를 돌아본다. 아흔이 넘어 정신마저 혼미해진 어머니가 지금까지의 습관을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쳐졌으면 하지만 고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어머니가 사용할 밥상을 다시 준비했다. 밀어도 잘 밀리지 않는 무거운 것으로. 가볍고 편한 것이 노인들에게 적당하다고 생각했던 내 생각이 오산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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