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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Oct 03. 2022

고여사 일기

맛, 맛, 맛

엄마도 치과가 무서웠을까?치료기구 보다 치료비가 무서웠을 터이다.

여든 이후로 엄마는 치아를 모두 잃었다. 그 후 틀니 한 쌍을 장만했지만 관리하기가 여간 번거롭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리저리 밀쳐지다가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다. 행방을 물으니 버렸단다. 돈이 얼만데~ 아깝기는 하지만 사용하지 않으니  있으나마나다.

엄마는 간난 아기처럼 이가 없다.  그러니 유동식이나 죽 종류를 선호해야겠지만 불행히도 엄마의 음식 취향은 변하지 않았다. 일단, 엄마는 죽을 싫어했다. 젊은 시절부터 아흔이 넘은 지금까지 엄마는 웬만해서는 죽을 먹지 않는다. 달달한 단팥죽이 여외긴 했지만 그마저도 맛보는 정도로 그친다. 호박죽, 전복죽, 잣죽,소고기죽.... 재료가 무엇이든 관계없이 고개를 젓는다. 두 번이상 권하면 화를 낸다. 그 다음으로 계란요리, 두부요리, 우유,두유, 미숫가루 등 우리가 부드렆다고 생각하는 음식들은  거의 모두 거부한다.

긴식으로 푸딩, 모구르트 종류도 마찬가지다. 엄마의 최애는 곰삭은 멸치젓갈이다. 한 끼에 한 마리 정도 드신다. 무척 짜기에 조각을 내서 밥 위에 올린다. 그 다음이 돼지불고기다. 아주 얇게 저민 돼지고기를 달달하게 밑간하여 익힌다. 매운 것을 못 드셔서 늘 간장 불고기다. 국과 찌개는 드시지 않는다. 야채로는 양배추 찜, 시금치 무침이다. 시금치 삶을 때는 많이 신경을 써야 한다. 너무 익혀도, 설익혀도 안 된다. 그 차이가  아주 미세하여 맞추기가 어렵다. 오죽하면 막냇동생이 재료를 준비하여 엄마가 직접 하시라 했을까. 가끔 잡채를 찾고 간식으로는 쑥인절미와 고구마를 드신다.  그래서 엄마의 밥상은 늘 한숨을 자아낸다.

그런데 최근 들어 또 문제가 생겼다. 본디 달달하게 드시는데 평소 드시던 음식이 맹숭맹숭하단다. 달달한 쑥인절미를 꿀에 찍어 먹거나 불고기에 설탕을 더 넣어 달라고 한다. 고구마도 싱겁다고 따로 설탕을 내야한다. 그러면서도 본인 입맛이 변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딸이 관심을 갖지 않아 간을 제대로 맞추지 많는다고 서운해 한다. 단맛이야 더 내면 되지만 그래도 되려나 걱정이다.

밭에서 주운 햇밤이 맛이 없다며 밀어낸다. 다른 방에서는 시어머니께서 밤톨을 들고 아주 달게 드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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