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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Jan 16. 2023

최여사 일기

기억력 검사

  기억력 검사를 받으러 검사실로 들어간 어머니가 울며 나왔다.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엄마 잃은 아이처럼 흐느껴 울었다. 당황한 간호사에게서 휠체어를 넘겨받은 남편도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몰라 놀라긴 마찬가지다. 일 년 만에 받는 검사는 결국 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병원 가는 날엔 부부가 함께 출동한다. 주차 건물엔 앨리베이터가 없어 부득이 병원 정문 앞 도로에 비상등을 켜고 휠체어에 어머니를 옮긴다. 한 사람이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으로 가면 자동차를 주차장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진료시간이 길다 싶은 날은 따로 볼 일을 볼 때도 있다. 진료 한 번 받기가 첩보작전처럼 힘든데 검사도 받지 못한 허탈감에 부부는 약간 짜증이 났다. 두 시간쯤 지나서야 그때까지도 훌쩍거리는 어머니에게서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검사실에는 보호자가 동반하지 못한다,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깜빡 잊은 어머니는 아들, 며느리가 당신을 요양병원에 두고 도망갔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니 얼마나 무섭고 서러웠을까. 집으로 온 다음까지도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렸다. 가끔 신음 같은 울음이 새어나기도 했다. 상황을 인지하고서도 울음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해마다 받았던 검사였다. 남편의 표정이 지쳐 보였다. 두 시간을 병원에서 대기하고서도 검사를 받지 못한데다 뜻밖의 어머니 모습에 생각이 많은 듯했다.  


  어머니는 혈관 관련약과 함께 인지개선제를 매일 복용한다. 드시기 시작한 지 오래되어 약 복용은 매끼 식사와 같은 일과가 되었다. 시골집에 계실 때만해도 남편이 매번 약을 타다 드리는 길에 반찬을 만들어 보태는 것 외에 깊이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직장일로 지쳐 반찬 몇 가지 거드는 일도 힘들었다. 어머니에 관한 일은 남편이 전담했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상세내용까지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늙으면 아이가 된다, 늙으면 설움이 많아진다는 등의 말들을 속담처럼 들었지만 직접 상황을 목격하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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